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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2013.10.30-11.08)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WCC 10차 총회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보수와 보수, 진보와 진보가 갈파지팡이다. "WCC는 사탄"이라고 했던 한기총은 WCC 총회를 적극 옹호하고 준비한 KNCC와 손을 잡고 '공동선언문'를 발표했다. 공동선언문에 참여했던 한국교회협의회(KNCC) 총무는 거센 반발 때문에 "공동선언문 무효"를 선언하면서 머리숙여 사과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목사는 여섯달 전에는 "WCC는 종교다원주의가 아니"라고 해놓고, 비판이 이어지자 "종교다원주의"라며 자신의 신앙관을 신문 광고를 통해 고백했다.

그리고 WCC에 가입하지 않은 보수 교단은 총회 반대를 촉구하고, 집회와 가처분신청 등 총회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반대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 마디로 '갈파지팡'이다.

보수 상징, 조용기 목사 '신앙관 고백' 지면광고 실은 이유

지난해 9월 25일 중앙일간지 지면에 흥미로운 광고 하나가 실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명예회장과 강남교회 김성광 원장목사 명의로 실린 광고는 제목은 놀랍게도 '저의 신앙관을 공개합니다'였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목사가 지난해 9월 25일 WCC를 비판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목사가 지난해 9월 25일 WCC를 비판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했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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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는 <중앙일보>(24면)와 <동아일보>(28면)에 실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자수를 자랑하고, 보수교단 집회에 빠지지 않았던 조 목사가 중앙일간지 지면 광고를 통해 사상검증에 버금가는 신앙고백을 공개적으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광고 내용 핵심은 이랬다.

"WCC는 종교다원주의, 동성결혼허용, 공산주의를 포용하며 다양성을 위장하는 혼합종교 성향이지만, 저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강조하는 성서적 삼위일체 신앙을 전하고 있다."

WCC총회는 반대하지 않지만, WCC 신학노선은 반대...어정쩡

조 목사가 신앙고백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가 WCC 총회 한국 개최를 위해 힘썼다는 것과 WCC에 대한 보수교단 판단과 생각을 달리 했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지난 2009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더글러스 치알 WCC 교회와 에큐메니컬 관계국장을 비롯한 실사단의 예방을 받고 "오는 2013년  WCC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길 기도한다"고 말했었다. 조 목사 활약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해 8월 31일 WCC 10총회지로 부산이 확정됐다. 하지만 한기총와 보수교단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유는 간명하다. WCC가 종교다원주의, 동성결혼허용, 공산주의, 혼합주의를 띤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 목사는 지난해 3월 2일 서울 극동방송에서 개최된 '한국교회와 WCC 부산 총회' 특집 좌담에서 사회자가 "(WCC 개최가)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것을 용납하는 거 아니냐"고 질문하자, "잘못 전달돼서 그렇다. WCC는 종교 다원주의를 주장하지 않는다. 그 점에 대해서는 분명하다"고 답했다. 불과 여섯 달만에 WCC가 종교다원주의가 됐다가, 안 됐다가 한 것이다.

특히 조 목사는 WCC가 '친북 좌파'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보수주의 기독교에서 WCC를 공격하기 위해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지 실제로 (WCC는) 친북 좌파가 아니다"며 "WCC 운동을 통해 북한과 대화의 장을 열고, 우리가 도울 수 있는대로 최선을 다해 북한을 도와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WCC를 친북좌파로 덧씌우는 것을 반박했다. 심지며 북한을 도와주면 "그 결과 남북통일이 될 수 있는 기초도 닦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한기총과 보수교단 주장과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조 목사를 향해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그는 여섯달 만에 신앙관을 공개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10월 8일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10월 8일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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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가 원로 목사로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WCC 총회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조 목사 광고 보름 후인 지난해 10월 8일 제10차 부산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입장을 발표했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여의도순복음) 총회원 일동' 이름으로 <국민일보>에 "2013년 WCC 부산 총회 유치에 이바지한 조용기 총재 목사의 뜻을 따라 우리는 부산 총회가 일부의 우려와 오해의 소지를 말끔히 씻어내고,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물론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건을 달았다. ▲종교다원주의거부 ▲종교통합 및 종교혼합주의 경계 ▲공산주의 부정 ▲ 개인의 영혼 구원 및 복음 전파 우선 ▲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성경중심 따위를 주장했다. WCC총회는 반대하지 않으면서, WCC노선은 반대하는 어정쩡한 모습을 취한 것이다.

KNCC, 한기총과 손잡았다가...곤혹

진보교단들이 가입한 한국기독교협의회(KNCC)는 한국기독교총연합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김영주 총무, 김삼환 WCC 한국준비위원회상임위원장,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길자연 준비위원장 등은 지난 1월 13일 아래와 같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었다.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하며, 오직 예수그리스도 외에 구원이 없음을 천명한다. 또 초혼제와 같은 비성경적인 종교 혼합주의의 예배 행태와 함께할 수 없음을 천명한다.
▲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연애 등 복음에 반하는 모든 사상을 반대한다.
▲개종 전도 금지주의를 반대하고,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세대·지역·나라·종교를 막론하고 복음 증거의 사명을 감당한다.
▲성경 66권은 하나님의 특별 계시로 무오하며, 신앙과 행위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표준임을 천명한다 - 2013.01.14 <뉴스앤조이> WCC 총회 위해 한기총·교회협 손잡다.

KNCC 내부와 진보교단은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김영주 KNCC총무는 "공동선언문은 없었던 일"이라며 파기를 선언했다. 사실 공동선언문 내용을 보면 WCC와 KNCC로서는 받아들기 힘들다. 그동안 한기총과 보수교단이 WCC를 비판했던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기총도 할 말이 없다. WCC를 사탄에 비유하면서 강하게 비판해놓고, 이제 와서 손잡고 공동선언문 하나 발표하면서 WCC총회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 듯했기 때문이다.

'정체불명단체'까지 WCC총회 개최 반대

한기총은 지난 2월 5일 성명에서 "WCC는 더는 한국교회를 분열시키지 말고 이 대회를 취소하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보수 단체들과 총궐기해 WCC 대회 반대를 위해 적극 투쟁하겠다"고 했다. 불과 20여일 전 손을 잡을 때는 언제고... 이런 것을 두고 적반하장이라고 할 것이다.

WCC 반대에 보수교단과 목사들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나섰다. 'WCC 부산총회 개최반대를 위한 국민의 소리'라는 단체는 WCC총회 반대 1인 시위와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WCC 1차부터 8차 총회 결과를 내세우면서 부산총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WCC 부산총회 개최반대를 위한 국민의 소리'
 'WCC 부산총회 개최반대를 위한 국민의 소리'
ⓒ 국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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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 단체의 정체가 불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WCC 제10차 총회한국준비위가 14일 'WCC 부산총회 개최 반대를 위한 국민의 소리'(이하 국민의 소리)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온·오프라인에서 'WCC가 공산 게릴라를 지원하고 동성연애와 일부다처제를 지지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지난 1월부터 퍼뜨리며 서명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서명지에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기재하면 정보가 유출돼 이단 사이비 단체의 포교에 악용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준비위는 "이 단체는 '자유 대한민국과 보편적 가치관을 지키기 위한 순수 시민단체'라고 주장하는데, 갑자기 특정 종교의 행사를 반대하고 나선 배경이 뭔지 궁금하다"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시켜 심대한 명예훼손을 했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고 <국민일보>는 전했다.

정체불명 단체까지 WCC 총회 반대 운동을 펼칠 정도로 한국개신교는 WCC 총회 홍역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는 보수교단이 WCC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총회가 개최되면 당장이라도 한국교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총회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WCC총회 반대, WEA총회는 찬성...그런 논리가 어디 있나

칼뱅주의자인 나 역시 WCC노선에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회 자체를 반대할 수 없다. 특히 보수교단은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서울 총회를 앞두고 있다. 만약 KNCC와 진보교단이 그럴 리 없지만, 발벗고 나서서 반대한다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WEA 총회는 가능하고, WCC는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WCC 개최 성공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지난 8일 한국교회협의회를 예방한 자리에서 "WCC 총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보수교단으로서는 제대로 한방 먹은 셈이다. WCC총회 개최 성공을 바라는 박 대통령과 정 총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참 궁금하다.

WCC총회를 반대한다고, 부산 총회가 취소될 리 없다. 그리고 WCC가 한국교회를 잡아 먹는 사탄은 더더욱 아니다. WCC 총회 반대에 목소리 높이지 말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신학 노선이 오락가락하는 것부터 반성해야 한다. 사탄은 WCC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그:#WCC, #한국개신교, #조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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