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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도립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 자리에 자신의 공약인 '제2 도청사'(경남도 서부청사)를 설치하기 위한 의도가 사실일까?

2012년 12월 19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었던 홍준표 지사가 '제2청사 건립 공약'을 위해 진주의료원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또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경영 위기를 과대포장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지방공사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전경.
 지방공사 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전경.
ⓒ 경남매일 이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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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속에 오태완 경남도 정책단장은 '제2 도청사' 위치로 진주의료원이 검토 대상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제2 도청사' 위치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 14일 오 정책단장이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를 언급해 관심을 끈다.

오 단장은 "아직 경남도에서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진주의료원 자리는 '제2 도청사'의 검토 대상 가운데 하나다"며 "진주시민들이 '제2 도청사'를 원하고 있다. 경남도의 재정건전성을 고려해야 하고, 새로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짓고 할 경우 비용과 시간 문제가 맞물려 있다. 그래서 진주의료원도 검토 대상 가운데 하나다. 진주의료원 건물은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제2 도청사를 혁신도시 안으로 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거기에 하면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데 3~4년 정도 걸릴 것이다. 진주시민들은 '제2 도청사' 공약이 헛공약이 아니기를 기대하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서부청사가 만들어져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홍준표 지사를 면담했던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 공동대표인 석영철 의원(통합진보당)은 진주의료원 자리에 '제2 도청사'를 건립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13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석 의원은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지 방침과 연계해 진주에 제2 도청사를 비롯해 경남교통공단, 인재개발원, 경남보건환경연구원, 경남교통문화연수원을 이전하는 계획에 속도를 냄으로써 사실상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에 대한 진주지역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려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2 도청사에 대해 류재수 진주시의원은 "제2청사는 옛날에 진주에 있었던 경남도청이 부산으로 갔다가 다시 진주로 오지 않고 다른 지역(창원)으로 갔기에 시민들의 강력한 열망과 보상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홍 지사가 진주의 재산인 의료원을 없애면서 제2청사를 하겠다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있는 것은 그대로 두고 추가로 제2청사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근 연구원 "홍 지사가 공약 이행 위해 희생양 삼아"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김동근 연구원은 최근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숨겨진 진실"이란 자료를 통해 이를 지적했다. 그는 "진주의료원 인근 지역에서는 제2청사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돌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제2청사 건립은 도청의 마산 이전과 함께 홍 지사의 핵심 공약중 하나다. 홍 지사는 도청을 마산으로 이전하고 진주에 제2청사를 지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도청 터를 매각해 1조 원 이상인 경남도의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한 것에 반발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2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식을 연 뒤, 농성을 위해 천막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경찰이 막아 충돌이 발생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한 것에 반발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2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식을 연 뒤, 농성을 위해 천막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경찰이 막아 충돌이 발생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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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그 자리로 제2 청사를 이전하면 공약을 지켜 지역민심을 얻는 동시에 이전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아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부는 셈"이라며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세금 지원의 절감은 부수적 효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홍 지사가 경남도의 부채 규모 축소와 제2 청사 건립이라는 모순적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진주의료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진주의료원이 경남도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금액은 연 10억 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도 재정 악화의 책임이 진주의료원에 있다는 것은 과장된 언술이다"고 지적했다.

정백근 교수 "경남도가 경영위기 과대포장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의 자산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고 적자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경상대에서 "한국 공공의료체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강연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진주의료원 자산이 610억 원으로 알려졌지만,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진주의료원 부지 가격의 경우 2002년 매입 당시보다 공시지가가 4배 상승했고 주변 땅값을 고려할 때 500억 원가량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건물가격은 주변 상가건물 시세를 고려할 때 500억 원 이상이고, 여기에 의료장비 가격을 더하면 최소 1000억 원이 넘는다는 것.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부채가 300억 원이고, 매년 40~60억 원의 적자가 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한 해 40~60억 원의 적자는 자본을 잠식한 것이 아니다. 순손실에 감가상각비와 퇴직금충당금 증가분까지 포함돼 있다"며 "이대로 가면 3~5년 안에 파산할 것이라는 경남도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정부의 대책도 촉구했다. 정백근 교수는 "신축이전(2008년) 사업비 534억 원 중 보건복지부가 200억 원을 지원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태그:#진주의료원, #홍준표,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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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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