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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2012년, 두 차례의 선거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크게 보아 두 부류로 나뉘는 것을 목격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런 방식이 옳은 판단인가 하는 물음과는 별개로, 사람들은 자신이 투표한 후보에 따라 스스로의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가기 시작했다.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민주-진보진영은 MB정부의 만행과 새누리당 박근혜 당시 후보에 대한 '실체'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국민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이 알려지면, 야권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런 배경 아래에서 <나는 꼼수다>를 비롯하여 시사-정치를 소재로 한 각종 팟캐스트 방송들도 인기를 얻고 점차 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야권이 압승하리라던 예상을 뒤엎고, 모두가 알다시피 '보수진영'의 승리로 끝났다. TV를 통해 중계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다카키 마사오'의 이름이 나오던 순간의 짜릿함은 그 뿐이었다. 정책대결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고, 유권자들의 다수는 야권이 폭로한 수많은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대선 이후의 '멘붕'을 가까스로 털어낸 사람들에게는 미안하게도, 잊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을 법한 그 질문을 다시 해보려고 한다.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거야?"라고. 그리고 '병주고 약주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에 조금이나마 답을 줄 수 있을만한 무언가도 함께 보여주려고 한다. 바로 크리스 무니가 쓴 <똑똑한 바보들>이라는 책이다.

과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한 뇌과학 서적, 보수주의자를 파헤치다

 책 <똑똑한 바보들>의 표지.
 책 <똑똑한 바보들>의 표지.
ⓒ 동녘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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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크리스 무니는 과학과 정치의 관계를 전문으로 다루는 저널리스트이자 팟캐스트 방송과 블로그 운영자이다. 그는 이전의 저서 <과학전쟁>에 이어서 <똑똑한 바보들>을 통해서 지구온난화·진화-창조 논쟁·환경오염 등의 문제들을 두고 보수주의자들의 심리와 현상태를 지적하고 있다.

그 보수주의자들의 상태라는 것은, 바로 '과학과 팩트를 무시하는' 행동이다. 과학·경제·환경·정치 등 광범위한 주제를 두고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잘못된 주장을 한다. 저자가 예를 든 것 중에서 일부만 열거해보면, '이라크 전쟁 이후 현지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었다'거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태생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에 의한 것이 아니다', '동성애는 장애이므로 치료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 같은 것들이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모두 사실이 아니다.

<똑똑한 바보들>에서는 다양한 실험의 결과들이 인용된다. 대부분의 실험결과를 통해 권위를 내세우는 보수주의자들은, 사실로 판명된 것들을 무시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확증편향'과 '동기화된 추론'이라고 불리는 사고방식이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하면서 신념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보수주의자 뿐만 아니라 진보주의자에게서도 나타난다(한 쪽만 그렇다고 주장한다면 사실과 다를 뿐더러, 보수주의자를 폄하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크리스는 매 번의 실험에서 그 빈도가 보수주의자들에게서 더욱 높았음을 지적한다.

또한 실험에서 진보주의자들도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지키려는 행동을 보이지만, 상반되는 근거들이 계속 제시됨에 따라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재검토하거나 바꾸는 확률이 더 높았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과학자들과 저자는 이를 통해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한다.

바로 '개방성'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기존에 자신이 믿고있는 것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 뇌구조에 주목하라

본문에는 흥미로운 실험과 그 결과들이 가득한데,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최근 MBC가 보도한 '알통크기, 정치신념 좌우'에서 인용된 논문과 유사한 것이 있다. 이 실험에서는 남성의 이두박근의 크기와 근력을 측정한 뒤, 피실험자들의 정치성향을 검토했다. '이라크 전쟁'이나 '사형제도'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이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힘이 더 센 남성일수록,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각종 무력사용을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실험을 진행한 그리피스대학 연구팀은 이를 두고 "힘이 더 센 사람들은 분쟁에서 무력을 사용하면 더 유리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기에 그렇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이 사회적 쟁점을 두고 판단하는 정치성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인 크리스 무니는 MBC의 보도와는 달리, 한가지 측면 만으로 진보와 보수를 규정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이 조심스러운 편에 가까웠다. 그는 유전적 요인과 성장환경, 역사적 상황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서 정치성향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연구결과를 볼 때, 심리적 요인과 뇌구조가 큰 역할을 하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에도 계속하여 다른 연구팀들에 의해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 진보·보수, 위험처리 뇌영역 달라> 결국 진보와 보수는 '감정과 정보의 처리방식'이 다르며, 그 심리적 반응과 인지기능이 다른 이유는 뇌구조의 차이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불편한 고찰, '진실보다 신념이 먼저'

많은 실험의 결과들을 종합한 뒤에 내린 저자의 주장은 "보수주의자들은 '종결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진보주의자들은 '불확실한 것을 견디는 능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보수주의자들은 안정을 찾기 위해 빠른 결론을 추구하고, 그에 따라 심리적 요구를 충족시켜줄 무언가를 더 믿고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반응한다. 저자가 머릿말에서 밝혔듯이, 이는 결코 "보수주의자가 더 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진보주의자들도 감정적인 이유로 의도와 관계없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다만, 보수주의자와 달리 진보주의자들은 걱정거리가 있음에도 그 상황을 참고 주장을 다시 수정할 의지가 있다는 것 뿐이다.

문제라면, 보수주의자는 자신의 신념이 사실과 거리가 멀더라도 폐쇄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의 예를 들기 위해서 저자는 과학적 사실들에 반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수적 인터넷 백과사전 '컨서버피디아'를 보여준다. '그들만의 진실'로 채워진 이 웹사이트는 "동성애는 정신장애"라고 주장하며,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과학적 발견들을 철저하게 무시한다.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와 진화론을 공격하며, 그 근거로 성경의 구절들을 인용하고 있다.

"컨서버피디아는 나의 신념을 강화해주었다. 나는 신문에 인쇄된 내용들을 믿어야 할 필요가 없다. 나는 위키피디아가 제시해놓은 것들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우리는 지식을 표현할 우리만의 방법을 갖게 되었으며, 우리의 신념을 훼손하는 진보적 편견들은 많이 제거될수록 좋다."

사이트를 만든 보수주의자 슐래플리의 말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보수주의자들에겐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만 있다면, 어떤 왜곡된 정보라도 그들은 기꺼이 수용하고 따를 준비가 되어있다. 사실여부보다 공포와 불확실성을 재빠르게 없애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것이 보수주의자들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이 신념보호를 위해 만들어낸 것은 웹사이트 뿐만이 아니다. 크리스 무니가 발견한 바로는 미국의 보수언론 폭스뉴스가 선거기간동안 정치와 사회적 이슈들에 관해서 많은 오보(팩트체킹에 의해 판명됨)들을 냈다. 그런데 이런 보수언론만 선택적으로 시청한 유권자들은 이로 인하여 잘못된 정보를 믿을 확률이 높았다. 거짓된 정보를 토대로 신념을 굳혀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시청률 1% 미만이라고 비웃음을 샀던 종편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한계를 드러낸 계몽주의, 보수와 진보는 모두 필요하다

이쯤되면 진보주의자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보일만 하다. 그것은 '진실을 알리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계몽주의적 발상이다. 크리스 무니가 우리에게 보여준 실험과 결과들은 그런 생각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진실이 무엇이든, 보수주의자는 애초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유권자 대다수가 이미 보수적이 되어버렸다는 뜻일까? 아닐 수도 있다. 본문에 실린 실험결과에 의하면,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도 공포를 겪게되면 보수적으로 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에 깔린 북한의 위협, 최근 서민경기 침체로 대두된 생계문제 등 다양한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돌이켜보자.

또한 실험을 근거로 저자가 말한 "보수는 빠르게 사안에 대해서 결정하고 단결하는 반면, 진보는 오랜 시간을 들여서 검토와 근거들을 수집하며 우유부단하고 공포심 관리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곱씹어본다면,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도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닐런지 모르겠다.

크리스 무니는 "보수와 진보는 모두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둘 중 어느 하나도 완벽한 인간의 성향이 아니며, 보수와 진보가 서로 강점과 약점을 인지하고 도울 때 건강한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현재의 보수주의자들은 너무 사고가 경직되어 있어서 이를 수용하기 힘든 지경이므로,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사고방식이 아니라 태도에 있어서다. 팩트와 과학을 받아들일 줄 알고, 의견을 수정할 의지가 있는 진보주의자들도 분열이 아닌 '단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다. 그 역시도 자신을 진보주의자라 밝히면서, 언제든지 틀릴 각오가 되어있으며 다른 의견을 수렴할 의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책에 실린 수 많은 실험들과 그 결과들은 진보, 혹은 보수적 성향이 결정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근거로서 충분해 보인다.

자신이 어느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했건 거울을 들여다볼 용기가 있다면,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에 시달리고 있다면 <똑똑한 바보들>을 집어들기를 권한다. 또한 이 기사를 읽고서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야!"라고 반발하고 있는 보수주의자라면 더욱 추천하고 싶다. 제대로 실험내용을 읽어보지도 않고서 크리스 무니의 주장을 비난한다면, 그건 스스로 '보수주의자는 팩트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무시하는 사람이다'라는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똑똑한 바보들(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 크리스 무니 씀, 이지연 역, 동녘사이언스 펴냄, 2012.09, 1만6500원



똑똑한 바보들 - 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

크리스 무니 지음, 이지연 옮김, 동녘사이언스(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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