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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희망제작소 목민관학교 교장(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 희망제작소 목민관학교 교장(다산연구소 이사장)
ⓒ 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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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중개상이 국방을 진두지휘할 수 있나? 탈세한 자가 세금을 거둘 수 있나? 일국의 백년지대계를 이끌 교육 수장이 부당한 학교 운영에 연루됐다면 누가 그를 믿고 따르겠나? 요즘 청문회에 나온 사람 중에는 장관은커녕 동네 면장감도 없다. 다산 정약용은 공직자의 자질로 능력과 도덕성을 중시했다. 그런데 아무리 능력 있어도 도덕성이 없다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다산이 살아서 청문회를 봤다면 모두 딱지를 놨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혼자 '수첩 정치' 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박석무 목민관학교 교장(다산 연구소 이사장)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인사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검증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혼자 수첩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공직자를 임명하면 좋은 정부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역대 정권 중 이명박 정권의 목민관들은 최악이었다"면서 "이명박 정권은 집권 초기 실용주의를 주장했지만, 이는 다산이 말한 실용정신과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밝힌 고위 공직자들의 기본 자세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중앙 관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목민심서는 목민관이 처음으로 부임해서 고을을 다스리고 임기가 끝나 고을을 떠날 때까지 해야 할 일들이 조목조목 실려 있는 지방 관리들을 위한 지침서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 선출직 공직자들도 반드시 읽어 보아야할 고전인 셈이다. 박 교장이 오는 4월5일 목민관학교의 문을 여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5기 목민관학교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강사로 나선다. 현직 단체장인 박원순 서울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임정엽 완주군수 등도 강단에 서서 장차 목민관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생생한 지방자치 현장을 알리고 함께 토론한다.

지난 8일 다산연구소에서 만난 박 교장은 "공천권자들에게 줄을 대면 선출직으로 무사통과하는 현재의 정치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면서 "목민관의 임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출마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소양이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민관학교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다산이 말하는 '목민'의 의미

인터뷰에 앞서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 들어가 다산 선생이 말한 '목민'(牧民)의 뜻을 찾아 봤더니 '임금이나 원이 백성을 다스려 기름'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소 권위주의적인 해석이어서 박 교장에게 다산 선생이 말한 목민의 정확한 뜻을 물었다. 그는 A4 용지에 '土豪武斷 小民之豺虎也 去害存羊 斯謂之牧'이라고 썼다.

 박석무 교장이 직접 쓴 '목민'의 의미.
 박석무 교장이 직접 쓴 '목민'의 의미.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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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목민심서에서 '목'자의 정의를 내렸다. 토착세력들의 무단적 행위(土豪武斷), 즉 그들의 깡패행위는 사회적 약자인 백성들에게 승냥이와 호랑이처럼 무섭다(小民之豺虎也). 무서운 족속들의 피해를 제거해서 어린 양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去害存羊)이 바로 '목'의 의미다. 그러니까 약자를 돌봐주는 관리가 다산이 말한 목민관이다."

 다산이 해석한 '겸'의 의미를 박 교장이 친필로 썼다.
 다산이 해석한 '겸'의 의미를 박 교장이 친필로 썼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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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500여권이 넘는 저서를 남길 정도로 다작을 했다. 박 교장에게 다산의 어록 중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을 소개해달라고 하니, 또다시 일필휘지로 '自上者人下之 自下者人上之'라고 썼다.


"다산은 주역에 나온 '겸괘'(謙卦)를 이렇게 해석했다. '스스로 높아지려고 하면 남들이 그를 끌어내리고 스스로 낮다고 생각하면 남들이 그를 끌어올려준다'. 건방진 사람들은 자기가 잘났다고 으스대다가 다 망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지난해는 다산 탄생 250주년이었다. 유네스코가 2012년을 기념해야할 인물 4명을 선정했는데, 다산도 그 중의 한명이었다. 탄생 300주년을 맞은 장 자크 루소, 탄생 150주년을 맞은 프랑스의 음악가 드뷔시, 서거 50주년이었던 헤르만헤세와 함께 유네스코 정신에 부합한 인물로 다산이 뽑혔다.

박 교장은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 등을 통한 세계 평화를 이루자는 정신을 내세우는 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다산이 선정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런저런 행사 때문에 지난해는 정신없이 지냈다"면서 "올해에도 '목민대상' 시상식, 실학자 유적지 탐방 행사 등을 통해 다산의 정신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36만 회원에게 다산 이야기를 풀어쓰는 까닭

박 교장은 9년째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를 쓰고 있다. 지금까지(2013년 3월4일) 총 753편의 편지를 썼다. 초창기에는 매일 쓰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매주 월요일에만 쓴다. 이 편지를 받아보는 회원은 36만 명정도. 박 교장은 250년전의 과거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 다산의 사상을 현대와 접목시켜 정신의 맥을 잇고 있다.

"요즘은 한문 원본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50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다산의 저서를 읽는다는 게 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 내년이면 만 10년인데 지난 9년 동안 내가 약속한 날짜를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거의 파지를 내지 않고 원고지 7매를 단숨에 쓴다. 며칠 전에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산의 '인재책'(人才策)을 소개했더니, 한 회원이 '그걸 어디서 구해볼 수 있냐'고 문의하더라.(웃음)"

 박석무 교장.
 박석무 교장.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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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쓴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중 내년 선거에서 목민관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꼭 보내주고 싶은 편지가 있다면?
"다산의 공직관의 핵심은 글자 두자로 요약할 수 있다. 공정하고 청렴하다는 의미의 '공렴'(公廉)이다. 다산이 문과에 급제했다는 소식 듣고 시를 한편 지었는데, 공렴을 기본으로 삼아 정성을 다해 나라에 봉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요즘 뇌물을 받은 공직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 내가 쓴 글 중에 다산의 정신에 비춰 공직자의 각성을 촉구한 글들이 많다."

- 목민심서에서 다산이 강조한 공직자의 자세를 발췌한다면?    
"일종의 자기 컨트롤인 율기(律己), 공적 봉사를 강조한 봉공(奉公), 약자인 백성에 대한 애민(愛民)의 정신이다. 이 세가지 기본 자세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정신을 습득하는 데 목민관학교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율기 속에는 절용(節用)의 정신이 들어있는데, 요즘 자기 돈이 아니라고 국민의 돈을 펑펑 쓰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많아서 문제다."

- 조선시대에도 목민관학교와 비슷한 교육기관이 있었나?
"목민관을 별도로 교육시키는 제도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조시대의 훌륭한 인재발탁 시스템인 규장각의 초계문신(抄啓文臣) 제도가 있다. 다산도 이 제도로 발탁됐다. 정조는 규장각에서 신진 관료과 토론을 벌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학문과 통치 능력을 길러줬다. 정조는 매번 질문을 던졌고 신진 관료들이 답변지를 써오면 그걸 놓고 고위급 관료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성적표도 매겨 발표했다.  목민관학교도 단순히 강의만 듣는 게 아니라 일선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토론을 벌이고 비전을 만드는 구체적인 교육을 한다."

박석무 교장은?
1942년 전남 무안 출생. 4대째 한학을 공부해온 집안에서 자랐다. 희망제작소 목민관학교 교장이자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다산연구소 이사장 겸임. 전남대 법대와 같은 대학의 대학원 졸업. 유신 반대운동과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모두 네 차례 복역했다.

제13,14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단국대학교 이사장, 5·18 기념재단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역사의 땅 사상의 고향을 가다(조선의 의인들)', 다산 기행 등 다수. 역서로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 산문선' 등 다수가 있다.
박 교장은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목민관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가령 "재정자립도가 20-30%정도인 자치단체의 장들은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면서 "지방자치 제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재정자립도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의 기초자치단체장 공천제도로 인해 시장군수와 의회가 당리당략적으로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제도를 배제하는 방안에 대해 정치권이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슬프다, 생식기를 자르다니...

마지막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를 지은 까닭을 짐작할 수 있는 시 한편을 소개한다. 조선 후기 군정(軍政)의 문란으로 아이들 숫자에 따라 세금을 물리자 견디지 못한 백성이 아이 그만 낳기 위해 자신의 생식기를 잘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한 마음을 읊은 시다.

애절양(哀絶陽)

蘆田少婦哭聲長 갈밭마을 젊은 아낙 울음소리 길기도 해라 
哭向縣門號穹蒼 관청의 문 향해 울다 하늘에다 부르짖네
夫征不復尙可有 군인 나간 지아비 돌아오지 못함은 있다 해도
自古未聞男絶陽 자고로 사내가 제 양물 잘랐단 소린 못들었네
舅喪已縞兒未澡 시아버지 상중에 갓난애 배냇물도 안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 이 집 삼대 이름이 군적에 모두 올랐네
薄言往愬虎守閽 하소연 하려해도 관청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里正咆哮牛去早 이정은 으르렁대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다네.
磨刀入房血滿席 남편이 칼 들어 방에 드니 흘린 피 방에 흥건하고
自恨生兒遭窘厄 스스로 한탄하길, 아이 낳은 죄로구나!

蠶室淫刑豈有辜 누에치던 방에서의 불알 까던 형벌도 억울한데
閩囝去勢良亦慽 민나라 사내아이 거세도 가엾은 것이거늘
生生之理天所予 자식을 낳고 사는 건 하늘이 내린 이치요
乾道成男坤道女 하늘과 땅의 도리로 남자 되고 여자 되건만
騸馬豶豕猶云悲 말이나 돼지 거세도 가엾다 말하거늘

況乃生民思繼序 하물며 후손을 잇는 사람에 있어서랴!
豪家終世奏管弦 부호들은 1년 내내 풍악 울리고 흥청망청  
粒米寸帛無所損 쌀 한 톨, 베 한 치 바치는 일이 없더구나
均吾赤子何厚薄 다 같은 백성인데 어찌 이다지 불공평한가 
客窓重誦鳲鳩篇 객창에 우두커니 앉아 시구편을 거듭 읊노라

희망제작소 5기 목민관 학교는?
희망제작소(이사장 박재승, 소장 윤석인)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과 교육의원 희망자를 대상으로  '2013년 목민관학교' 를 개설한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2008~2009년에도 같은 취지로 <좋은시장학교>(Good Mayor-to-be Academy)를 4차례 운영했다. 이들 가운데 32명이 지방선거에 출마해 자치단체장 8명과 교육의원 1명,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 14명 등 모두 23명이 당선됐다.

송창석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오는 4월5일부터 6월14일까지 총 15주(약100시간) 운영되는 5기 목민관학교에서는 정책연구와 토론, 사례분석과 현장답사, 실제 선거전략 구상을 위한 집중 워크숍이 열릴 예정"이라면서 "참가자들이 교육기간 동안 자신이 출마하고자 하는 지역의 비전과 매니페스토를 직접 설계하며, 처음부터 각 분야 전문가와 목민관클럽 소속 현역 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강사진들이 전문적으로 코칭을 하는 맞춤형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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