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인은 위대한 스토리텔러다, 실버톡(Silver Talk)' 캠페인 공익광고가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실버톡 캠페인은 간단히 말하면 실버세대를 스토리텔러로 선정하고, 이에 관심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해 어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은 후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관심만 있을 뿐 정보에는 둔했던 나, 젊음의 거리인 홍대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벽에 붙은 포스터를 만났다. 이런, 전시회 마감 하루 전이다. 늦게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 여기며 서둘러 전시회장으로 들어섰다. 

전시회장 건물 1층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
▲ 실버톡 전시회 전시회장 건물 1층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
ⓒ 유경

관련사진보기


2층 전시회장으로 오르는 계단에 적힌 구절부터가 범상치 않다.

백발 / 젊은 날 허옇게 지새우니 / 한발 / 쉼 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등떠밀려 / 한발 / 이제야 허리 피고 돌아보니 / 한발 / 한 발 다가가 들여다 본 거울 속 / 빛 바랜 백발 / "멀리도 왔네...그려..." 

한 칸 한 칸을 오르며 읽으니 세월의 무게가 저절로 느껴진다. 전시회장에는 그림, 사진, 영상, 옷, 가구, 시계, 달력, 잡지, 조각보, 설치 미술 등 젊은 예술가 49명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돌아가신 할머니가 즐겨 입으시던 초록색 블라우스가 할머니 사진과 함께 걸려있고, 그 아래에는 블라우스 무늬를 그대로 살려 만든 천을 씌운 작은 소파가 놓여있다.

또 한 켠에는 노년을 나타내는 회색 털실과 젊음을 상징하는 빨간 색 털실을 이용해 만든 커다란 뜨개옷이 걸려 있는데, 두 가지 색실은 같은 실타래에서 시작되었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뜨개옷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 모두의 미래이다'

사진 오른쪽에 뜨개옷이 보인다
▲ 할머니 블라우스의 무늬를 프린트한 소파에 앉아서... 사진 오른쪽에 뜨개옷이 보인다
ⓒ 유경

관련사진보기


그 밖에 우연히 발견한 아버지의 책들을 켜켜이 쌓아 역사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사진 작품을 비롯해, 아무 것도 없는 척박한 땅에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지금의 세상을 만들어 낸 실버세대의 노고를 담은 달력 등을 볼 수 있다.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제작한 작품들이 아주 많다.

다시 또 눈길이 머문 곳은 비누로 만들어 놓은 주름진 할아버지의 손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손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한데, 이 '비누 손'은 전시회장 옆 화장실 세면대에도 설치되어 있다.

손을 씻으면서 할아버지 '손 비누'와 악수를 하게 되는 셈인데 그동안 쉬지 않고 손을 씻겨준 까닭에 많이 닳아있다. 손가락의 지문이 닳아 없어지도록 고생하며 자손들을 길러낸 이 땅의 어르신들을 보여주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을까.

할아버지의 손을 비누로 만들어 놓았다
▲ 손을 캐스팅한 비누 오브제 작품 할아버지의 손을 비누로 만들어 놓았다
ⓒ 유경

관련사진보기


세면대에 설치된 할아버지 손 모양의 비누 작품
▲ 할아버지 손 비누 세면대에 설치된 할아버지 손 모양의 비누 작품
ⓒ 유경

관련사진보기


보통 규모가 작은 전시회장에는 도슨트(전시회 안내인)가 없지만, 이 전시회장에는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분이 계셔서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을 받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가봐도 좋겠고, 공익광고를 보고 들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둘러보면 귀한 체험의 기회가 될 것이다.

1차 전시는 3월 10일에 막을 내리지만, 4월에 2차 전시가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세대 공감과 소통에 대한 캠페인이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서로 이야기 나누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 감각의 예술로 재구성해낸 어른들의 삶에 한 발짝 들어가 봤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실버톡 전시회
@ 1차 전시회 : ~ 3/10, 더 갤러리(02-325-0321)
@ 2차 전시회 : 4/11~4/24, 서울 도서관 1층 기획전시실(02-2133-0253)



태그:#실버톡 , #실버, #세대, #실버톡 전시회, #노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