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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서울사회적경제아이디어대회(위키서울)와 함께 공동기획 '여럿이함께하는 펀딩42'를 시작합니다. 위키서울은 작년 가을부터 시민의 일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했습니다. 이중 시민과 전문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시민의제 42선'이 선정됐습니다. '시민의제 42선' 중 몇 개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15일 낮 12시 5분]

A시민단체의 IT환경은 총체적 난국이다. B부장이 12년째 쓰고 있는 컴퓨터는 부팅만 10분 걸린다. 몇달 전부터 컴퓨터에서 '윙~' 소리도 난다. 맞은편 C간사는 주로 어도비 인디자인을 이용해 회원소식지를 편집하는데, 낮은 성능 때문에 컴퓨터가 자주 버벅 거린다. D간사는 홈페이지 게시판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홈페이지, 8년 전 디자인이다. 산만하고 가독성도 떨어진다. 이 답답한 IT환경, 어쩌면 좋을까?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운영해왔지만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한두 사람이 붙어서 해결될 게 아니라, 전문가가 나서야 실마리가 보일 듯하다.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또 비용이 얼마일지 눈앞이 깜깜하다.

운동권 출신 사업가의 착한 IT 이야기

이런 총체적 난국에 빠진 비영리단체에 'IT날개'를 달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려는 이들이 있다. 바로 올해 5월 사단법인 설립을 목표로 한 '비영리 IT 지원센터' 추진위원회다. 지난 3월 1일, 서울 종로 한 까페에서 비영리 IT 지원센터 추진위원회의 구자덕 한국컴퓨터재생센터 대표이사(45)와 정우성(31)씨, 신현나(32)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구 대표는 인터뷰 자리에서 즉석으로 ‘미니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인터뷰에 함께한 정우성 씨와 신현나 씨는 중간중간에 보충설명을 했다.
▲ 왼쪽부터 구자덕 대표(45), 정우성 씨(31), 신나현 씨(32) 구 대표는 인터뷰 자리에서 즉석으로 ‘미니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인터뷰에 함께한 정우성 씨와 신현나 씨는 중간중간에 보충설명을 했다.
ⓒ 이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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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IT 지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일까? 이런 기자의 '무식'을 예상했나 보다. 구 대표이사는 아예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가져와 인터뷰 자리에서 즉석으로 '미니 사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정우성씨와 신현나씨는 중간중간 보충설명을 했다. 시민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과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중년의 IT전문가라니. 남다른 열정이 느껴졌다.

대학교 87학번인 구 대표는 대학생 시절, 열혈 운동권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 지역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운동'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연매출 100억 원 규모의 IT 렌탈 회사에서 임원까지 한 뒤 2008년 퇴사했다. 이어 '한국컴퓨터재생센터'를 설립해 3년 만에 연매출 30억 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그는 "정보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세우고 한국컴퓨터재생센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불용컴퓨터를 재활용해 되파는 회사로 국내에서 이 분야 선구적인 업체로 꼽힌다.

하지만 구 대표는 "여전히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며 "컴퓨터를 싸게 공급하지만 과연 소비자가 잘 활용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공급자를 넘어 맞춤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등을 포함한 종합 IT 지원을 구상했다.

2013년 구 대표는 본격적으로 비영리 IT 지원센터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이영환 전 참여연대 사회복지 위원장이 추진위원장을 맡았고, IT 자원활동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인동준씨, 모금 전문가 방성진씨, 소셜크리에이티브의 박진호 대표 등 각계 전문가들이 힘을 모았다.

원스톱(one stop) IT지원 서비스

비영리 IT 지원센터는 한마디로 '원스톱 IT 종합 지원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 개념은 기존에 있는 ICT와 크게 다르지 않다. ICT는 IT(Inforamtion & Technology)에 C(communication)를 더한 것이다.

다만 비영리 IT 지원센터의 주 고객 대상이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지원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구 대표는 '반값컴퓨터 보급사업' '소프트웨어 보급사업' '온라인 ICT 재능기부 센터 설립' 등을 기획하고 있다.

'반값컴퓨터 보급사업'은 기업이나 지자체의 불용 컴퓨터를 기증받아 손본 뒤 비영리단체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정우성씨는 "이 사업은 비영리 IT 지원센터의 주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영리 IT 센터는 기업이나 관공에게 기증받은 불용 컴퓨터를 수리하고 성능을 향상시켜 대당 12~15만 원 정도에 판매할 예정이다. 수리와 업그레이드 비용이 8만 원 가량 들어가기 때문에 컴퓨터 판매 수익은 대당 4~7만 원에 정도다. 정씨는 "이 수익은 1년 A/S의 비용, 비영리 IT 지원센터 운영비에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자신이 구상하는 일에 대해 "재능기부할 수 있는 IT전문가, IT와 비영리단체를 이어줄 청년 IT 코디네이터, 그리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착한 생산자'의 3박자가 맞아야 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우리가 섭외한 IT전문가들이 현재 비영리단체에 필요한 마케팅 팁, 컴퓨터 활용 팁 시리즈 교재를 만들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서 제작에 참여한 IT전문가들이 비영리단체 간사들을 직접 교육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ICT 재능기부 센터의 활동이 재능기부자, IT코디네이터, 착한 생산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장시간 기계처럼 일하는 IT전문가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힐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쩌면 청년들이 '직업으로서 IT코디네이터'에 도전하고 비전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착한 생산자는 자신들의 기부가 효과적으로 쓰인다면 자사 홍보차원에서 (기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비영리단체 'IT 날개' 달고 날 수 있을까

이런 IT지원이 실제로 적용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구 대표는 "비영리단체를 방문해 실제로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주자는 취지로 3개의 비영리단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3개 프로젝트 실행을 위해 소셜펀드 '개미스폰서'에서 모금을 했는데, 모금 마감인 3월 8일 목표한 모금액 540만 원의 87%인 470만원을 모금했다.

세 단체는 구로 '푸른학교', 중곡 '제일시장', 마포 '평화바닥'이다. 이 단체들을 직접 방문해 실무를 맡았던 정우성씨가 입을 열었다.

정씨는 "푸른학교의 아이들은 주로 취약계층이거나 다문화가정 출신으로 집에 컴퓨터가 없다. 이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처럼 컴퓨터를 잘 활용하게 되면 자존감이 생긴다"며 "그래서 일단 아이들이 컴퓨터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 공급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해 인천의 '하늘마을공부방'을 지원했던 경험으로부터 나온 방향이다. 2012년 7월 비영리 IT 지원센터는 교사의 업무용 컴퓨터만 있던 이 지역아동 공부방에 컴퓨터 5대를 지원했다. 28명의 학생이 쓰기에는 여전히 컴퓨터가 부족했지만 학생들은 현명했다. 한 6학년 학생이 엑셀로 컴퓨터 이용시간 스케줄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스케줄로 효율적으로 이용해 컴퓨터 부족을 만회한 셈이다.

인천 '하늘마을공부방'의 6학년 학생의 엑셀활용법 이 학생은 '비영리 IT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엑셀을 이용해 컴퓨터 이용시간 스케쥴표를 만들었다.
 인천 '하늘마을공부방'의 6학년 학생의 엑셀활용법 이 학생은 '비영리 IT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엑셀을 이용해 컴퓨터 이용시간 스케쥴표를 만들었다.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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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시장은 2003년 조합을 설립해 상품권과 쿠폰 등을 발행하는 등 경쟁력을 갖추려 노력한 재래시장이다. 그런데 올해 초 정씨가 방문할 때까지 제일시장 상인들은 수기로 상품권, 쿠폰 관리를 했다.

정씨는 "상인들이 IT활용이 능숙한 분들이 아니어서 엑셀을 활용한 시스템 외에도 바코드를 활용한 시스템 등을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비영리 IT 지원센터는 또 착한 생산자와 제휴해 제일시장의 쇼핑몰을 만들고, 고객관리를 위한 문자발송 시스템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 상인이 '제일시장' 상인이 수기로 상품권/쿠폰 장부를 정리하고 있다.
▲ '제일시장'의 수기 장부 한 상인이 '제일시장' 상인이 수기로 상품권/쿠폰 장부를 정리하고 있다.
ⓒ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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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비영리 단체는 평화바닥이다. 이 단체는 중동지역의 평화를 위한 구호활동을 한다. 그런데 이 단체 소유의 노트북이 아직 없다. 정씨는 "자기들 노트북도 없으면서 이라크나 파키스탄에 노트북 보내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 IT 지원센터는 이곳에 노트북과 업무용PC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평화바닥에서 주최한 벼룩시장 모습이다.
▲ '평화바닥'의 야외활동 평화바닥에서 주최한 벼룩시장 모습이다.
ⓒ 평화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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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비영리 IT 지원의 개념이 잡히는 것 같다. 서두의 가상 상황처럼 수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간단하다. 지금 이 시간 수많은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홈페이지 관리, 장부 정리, 그래픽 작업을 하며 느끼는 불만과 어려움. 바로 그런 걸 해결해주는 게 비영리 IT 지원이다.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그리고 수많은 소프트웨어들... 우리를 둘러싼 IT 환경은 너무나 풍족해 보인다. 그런데 여전히 이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있다. 

비영리 IT 지원센터는 이 풍부한 IT자원과 IT전문가들의 능력을 활용해 많은 비영리단체들을 훨훨 날게 하려한다. 어쩌면 비영리 IT 지원센터의 이런 도전으로 한국의 비영리단체는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위키서울(www.wikiseoul.com)에서는 작년 12월 1024개의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받아 시민투표와 전문가심사를 통해 '서울 시민의제 42선'을 선정했습니다. '서울 시민의제 42선'에 당선된 팀들은 아이디어 현실화를 위해 서울시와 하자센터, 사회연대은행, 씨즈, 세스넷 등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 2달 동안 솔루션을 개발을 진행했습니다.이들의 최종결과발표는 3월 29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시민들과 함께 진행될 예정입니다. 시민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비영리 IT 지원센터
- 아이디어소개 : http://wikiseoul.com/ideas/204/
- 홈페이지 : www.npoit.kr
- SNS : http://www.facebook.com/npoitcenter
- 블로그: http://npoitcenter.tistory.com/16



태그:#구자덕, #사회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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