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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창단한 스페인 명문 축구 구단 FC바르셀로나는 협동조합이다. FC바르셀로나 협동조합에는 17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고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운영된다. FC바르셀로나는 영리법인의 광고를 싣지 않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기업광고를 선수 유니폼에 붙이지 않았으나 최근 이 전통을 깨고 '카타르 항공' 로고를 달았다.
 1899년 창단한 스페인 명문 축구 구단 FC바르셀로나는 협동조합이다. FC바르셀로나 협동조합에는 17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고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운영된다. FC바르셀로나는 영리법인의 광고를 싣지 않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기업광고를 선수 유니폼에 붙이지 않았으나 최근 이 전통을 깨고 '카타르 항공' 로고를 달았다.
ⓒ FC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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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와 제스프리의 연관성은?

언뜻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스페인의 축구단과 뉴질랜드 키위회사의 공통점은 이들이 협동조합이라는데 있다. 1899년 창단한 스페인 명문 구단인 FC바로셀로나는 150유로(약 21만 원)를 내면 2년 동안 조합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렇게 조합원 자격을 얻은 'FC바르셀로나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17만 명에 달한다.

FC바로셀로나가 안정적 구단운영을 위해 협동조합을 택했던 것처럼 제스프리의 등장에도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다. 제스프리가 시장에 나오기 전까지 뉴질랜드 키위 농가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가격 경쟁은 심했고, 낮은 가격에 고품질 키위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농가들은 열심히 키위를 만들어도 만성적인 적자를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었다. 키위를 고추나 참깨로 바꾸어 읽어도 이해가 될 법한 우리네 농촌 상황과 꽤 닮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1997년 결성된 협동조합으로 뉴질랜드 키위농가들은 변화를 시작했다. 

정부의 지원과 농가들의 적극적인 변화 노력 속에 현재의 제스프리는 전세계 키위 수출량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최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따라올 수 없는 뉴질랜드 키위만의 맛으로 시장점유율은 높이면서 가격은 다른나라 키위보다 50% 이상을 높여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AP통신, 선키스트 등 세계적인 회사 중에도 협동조합을 찾아볼 수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의 협동조합은 아직 태동기다. 2012년 12월 1일로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각 지자체들도 조례 제정에 나서는 등 지원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새 정부는 140대 국정과제에서 '협동조합 및 사회적기업 활성화로 따뜻한 성장 도모'를 정책 목표로 내세우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100일을 맞은 부산의 협동조합들은 안녕하실까?

부산 동구 수정동에 위치한 희망마을 수직농장. 농림수산식품부가 인가한 첫번째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저소득층에 밀집해 사는 산복도로의 건물을 개조해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도심형 농장을 만들었다. 수익금은 전액 지역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된다.
 부산 동구 수정동에 위치한 희망마을 수직농장. 농림수산식품부가 인가한 첫번째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저소득층에 밀집해 사는 산복도로의 건물을 개조해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도심형 농장을 만들었다. 수익금은 전액 지역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된다.
ⓒ 부산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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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로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 100일을 맞는다. 우려와 기대 속에서 부산의 협동조합들도 이제 막 기지개를 켰다. 10일을 기준으로 부산시에 설립 신고를 마친 일반협동조합은 총 47개. 아직 수리가 되지 않았지만 8일 하루만 3건의 협동조합 설립 신청이 들어왔다. 설립신고 기준으로는 50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적은 수치가 아니다.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운영과가 10일 밝힌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협동조합 신청은 모두 605건. 174건인 서울이 가장 많고 그 뒤를 광주(95건), 경기도(68건), 부산(50건), 전북(33건), 경북 (25건), 강원과 대전(각 21건) 등이 잇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 해 안에만 2천300개 가량의 협동조합이 생길 것으로 내다본다. 당초의 목표치를 웃도는 수치다.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의 면면도 다양해졌다. 부산에는 골목가게들이 뭉쳐 만든 골목가게 협동조합이 있는가 하면 문화예술, 중소기업, 숙박업, 서점, 장례, 신발, 요양, 반찬, 공동체 주택 등 다양한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가장 많은 형태의 협동조합은 물품의 공동구매를 위한 협동조합이다. 공동구매를 통해 조합원들이 함께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자에게는 하나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 상인들은 야금야금 골목시장을 파고드는 대형 마트에 맞서 협동조합을 결성해 대응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부평동 깡통시장과 초량시장, 동래시장은 중소기업청이 추진하는 소상공인 협업화(협동조합) 지원사업을 신청했다. 선정이 될 경우 조합당 1억원의 지원과 공동설비·마케팅 등이 가능해진다. 깡통시장과 초량시장은 자체 어묵 브랜드를 개발해 대기업이 찍어내는 공장 어묵에 맞선 진짜 부산 어묵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게 협동조합이 늘어나면서 민관의 지원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협동조합 지원의 법적 근거가 될 조례 제정에 부산시의회가 나섰고, 조례가 마련되는 대로 협동조합지원센터도 문을 열 예정이다. 지역의 협동조합을 묶어낼 협동조합연합회도 곧 출범을 앞두고 있다.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에는 협동조합과 관련된 강의도 마련됐다. 기획재정부도 올해부터 광역자치단체에 중간지원센터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폭발적 증가세 속에 '묻지마 설립'에 대한 우려도

협동조합의 수도로 불리는 이탈리아 볼로냐에는 요리사와 웨이터가 만든 노동자협동조합 캄스트(CAMST)가 있다. 프렌차이즈 음식이 아닌 지역별 특색을 살린 음식을 제공하고 노동윤리를 강조한다. 지역문화와 스포츠 행사 참여, 빈민을 위한 무료 음식 제공 등을 통한 사회 공헌에도 적극적이다.
 협동조합의 수도로 불리는 이탈리아 볼로냐에는 요리사와 웨이터가 만든 노동자협동조합 캄스트(CAMST)가 있다. 프렌차이즈 음식이 아닌 지역별 특색을 살린 음식을 제공하고 노동윤리를 강조한다. 지역문화와 스포츠 행사 참여, 빈민을 위한 무료 음식 제공 등을 통한 사회 공헌에도 적극적이다.
ⓒ CAM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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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협동조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때에 따라 잇속만을 챙기기 위해 들어선 협동조합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붐처럼 생기는 협동조합의 숫자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내실있는 성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신고제인 일반 협동조합은 그 설립에 별다른 제한이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모델이 얼마나 되는지는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1990년대 대폭 증가했던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IMF 경제위기 등으로 인한 경기 위축을 버티지 못하고 절반 이상 사라졌던 전례도 튼튼한 협동조합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동시에 조합원이 1인 1표를 갖는 협동조합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FC바로셀로나는 모든 조합원들이 모여 클럽회장을 선출하고 중요 구단 운영도 함께 결정한다. 이같은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조합원들의 공감과 의지가 없다면 합의를 위한 회의와 토론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의 한 우유협동조합의 경우 제조일자를 우유팩에 표시하는 것을 두고 3년동안 조합원들이 논의를 벌이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달 펴낸 '공존을 위한 실험, 협동조합모델 제조업에도 가능할까?'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협동조합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협동조합이 결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보고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며 "협동조합의 지속 생존과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혹독한 시장경쟁에서도 지지 않을 정신과 실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성공한 협동조합기업들은 협동조합의 가치와 정신에 대한 공유, 뒤지지 않는 기술력 확보, 자체적인 금융 기반 조성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한 바 있다"고 조언했다.

"협동조합 자체 노력과 함께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

일본 고베시 소비생활협동조합은 167만명이 가입한 일본 최대 규모의 지역 생협이다. 고베생협은 특히 환경헌장과 환경기금 조성을 통한 환경보호 활동에 적극적이다. 사진은 고베생협 매장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조합원들.
 일본 고베시 소비생활협동조합은 167만명이 가입한 일본 최대 규모의 지역 생협이다. 고베생협은 특히 환경헌장과 환경기금 조성을 통한 환경보호 활동에 적극적이다. 사진은 고베생협 매장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조합원들.
ⓒ coop-k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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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지자체의 지원도 요구되는 사항이다. 부산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시작단계인 만큼 지금은 다방면으로 검토중"이라며 "4월경에 조례가 제정된 후에야 본격적으로 협동조합 지원센터를 만들고 경영이나 세무에 관한 컨설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부산시의 지원책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는 더딘 편인다. 서울시는 경제진흥실에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정책팀을 가동중이다. 또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는 협동조합 상담센터도 4곳을 운영하고 있고 추후 확대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경기도는 올 1월 협동조합 육성에 관한 조례안을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입법 예고했고 지난해에 협동조합설립지원센터를 설치했다. 경기도는 민간 협동조합·연구소가 참여하는 협동조합정책협의체도 운영 중에 있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협동조합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협동조합 포럼을 열었다. 도내 협동조합들이 주축이 된 협동조합 국제 컨퍼런스조직위원회를 지원해 국제 컨퍼런스도 개최했다. 주무관 1명이 설립과 운영에 관한 업무를 맡아보고 사회적기업센터가 협동조합까지 지원하는 부산에 비해서는 더 체계화된 규모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아직은 시작 단계인 부산의 협동조합을 키우기 위해서는 조합원과 협동조합의 자체 노력과 함께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발전연구원은 지난 1월 발표한 '협동조합법 시행, 공동체경제 확산의 시발점'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역 협동조합 실태 파악과 육성 종합계획 수립 ▲협동조합 발전을 위한 지원조례 제정 ▲협동조합 설립·운영 지원 기능 확대 ▲사회적 기업·마을기업 등 의 협동조합 전환 유도 ▲협동조합 인재 육성과 인식 확산▲협동조합 관련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부산지역 협동조합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최옥동 협동조합부산연구소장은 "협동조합 끼리의 연결고리가 없다면 자생력이 없는 유령단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협동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소장은 "협동조합지원센터를 통해 설립과 운영 지원, 협동조합연합회 연계를 가능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협동조합 사업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그:#협동조합, #FC바르셀로나,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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