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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현재, 한국에서는 '위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안으로 '마을공동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선언하고, 밀고, 짓는 토건국가'가 아닌, '소통하면서 서로를 살리는 마을을 만드는 돌봄사회'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기획은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면서 지난해 8월 시작됐습니다. 서울, 부산, 대구 등 한국 도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생생하게 조명하면서, '마을공동체가 희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마을의 귀환' 기획팀은 <오마이뉴스> 창간 13주년을 맞아 민관이 협력해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는 영국식 마을공동체 만들기 모델을 찾아갑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취재팀 강민수, 홍현진 기자와 통역을 맡은 임소정(전 희망제작소·영 파운데이션(Young Foundation) 연구원, 사진 맨 오른쪽)씨가 15일 오후 영국 브릭스톤(Brixton) 지역에서 마을만들기 활동가 안나(Hannah)를 만나 버려지는 자원의 재활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취재팀 강민수, 홍현진 기자와 통역을 맡은 임소정(전 희망제작소·영 파운데이션(Young Foundation) 연구원, 사진 맨 오른쪽)씨가 15일 오후 영국 브릭스톤(Brixton) 지역에서 마을만들기 활동가 안나(Hannah)를 만나 버려지는 자원의 재활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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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대담 홍현진·강민수·유성호 기자, 임소정 연구원 ]

'뼛골이 시리다'.

영국의 겨울날씨를 표현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다. '글'로만 접했을 때는 이해가 안 갔다. 분명 기온은 영상인데 왜 뼛골이 시리지?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취재팀이 영국에 머물렀던 지난 2월 12일(현지시각)부터 2월 21일까지, 우리는 이 표현을 온몸으로 느꼈다. 잔뜩 찌푸린 날씨, 집요하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난방이 잘 안 되는 오래된 건물.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밝혔듯, 영국은 "어메이징(Amazing)"했다. 영국의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례를 취재하면서, 에셋 매니지먼트(Asset Management)·개발 신탁(Development Trust)·코하우징(Co-housing)·트랜지션 타운(Transition Town·에너지 자립마을) 등 문자로만 접했을 때는 생소했던 개념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후끈 후끈, 에너지가 생겼다.

10편의 현장기사를 통해 취재팀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마을의 귀환' 기사 보러가기). 물론, 열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취재를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도 부족한 측면도 있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취재팀 '뒷담화'. 유성호, 홍현진, 강민수 기자가 지난 5일 모였다. 통역을 맡은 임소정(전 희망제작소·영 파운데이션(Young Foundation) 연구원)씨는 영국에서 이메일을 보내왔다.

"육아에 대한 고민... 코하우징에 산다면 어떨까?"  

유성호(이하 유) : "다들 시차적응은 됐나?"
홍현진(이하 홍) : "유
선배가 제일 고생한 것 같은데..."
유 : "토요일·일요일에 계속 애 봐야 하니까... 오전 3시 정도 돼도 잠이 안와. 오전 4~5시 돼야 잠이 오는 거야. 잠깐 눈 붙였다가 씻고 출근하고, 회사 와서도 일 있으니까 잠 못 자고. 퇴근해서 밥 먹고 초저녁에 잠깐 잠들었다가 또 새벽까지 말똥말똥."
홍 : "저랑 똑같다.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너무 피곤하니까 바로 잤다가, 깼다가, 새벽 2~3시까지 잠이 안 오고. 하지만 민수는(웃음)."
강민수(이하 강) : "저는 진짜. 전혀. 영국에서 한국 오는 비행기 타면서 10시간을 잤다. 그 때부터 모든 게 리셋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누나 결혼식, 이사, 정신없이 가니까. 저는 영국에서도 정말 잘 먹고 잘 자고. 첫 비행이었지만 몸에 아무런 부작용도 없었다. 앞으로 비행기를 많이 탔으면 좋겠다."
임소정(이하 임) : "다행히 시차적응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피곤하긴 피곤했나 보다. 영국 서쪽, 북쪽, 런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취재팀과 정이 많이 들었다. 민수씨 보면 한국에 있는 친동생 생각나고(웃음). 그리고 갑자기 브리스톨 마을활동가 레베카(Rebecca)처럼 청국장·조기구이, 할머니가 해주시던 시래기 된장무침이 먹고 싶어졌다. 취재팀이 떠난 다음 날, 치과 갔다가 빨래하고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

홍 : "영국에서 취재한 곳 가운데 제일 기억에 남았던 곳은 어디였나. 저는 10시간이나 걸려서 다녀온 헐(Hull) 굿윈 개발신탁(Development Trust·DT). 평범한 주민 14명이 시작한 공동체가 20년이 지나면서 그 지역에서 고용을 세 번째로 많이 하는 사업체로 성장을 했다는 게 정말 대단했다. 주민 중심의 마을공동체 조직이 그 마을을 책임지는 사회적 기업이 된 거다."

임 : "저는 스트라우드(Stroud)의 스프링힐 코하우징(Springhill Cohousing). 처음 컨택됐을 때 제인이랑 1시간 넘게 전화 통화를 했는데, 가기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 기차역으로 직접 마중을 나와 주고, 전날부터 우리를 위해 점심과 디저트를 준비하고, 하루 일정표를 30분 간격으로 짜서 곱게 색지에 프린트하고, 스프링힐 코하우징을 이해하기 쉽도록 수수께끼 게임까지 준비했다. 떠나기 바로 직전, 앤 할머니가 우리 모두에게 자신이 직접 그린 엽서를 준 것도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한국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보통 한국에서 영국 사례를 보러 오는 경우, 영국 사람들에게 질문만 하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안하는데 영국 사람들은 한국은 어떤지 정말 궁금해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서로의 경험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분위기를 많이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방적인 인터뷰, 강연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어만 통·번역하는 게 하니라, 문화, 감성을 통역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 : "저도 스프링힐 코하우징. 저 같은 경우에는 아이가 있으니까 육아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부모님들은 다 지방에 계시고, 맞벌이 하면서 아침에 어린이집에 아이 맡겨놓고 저녁 늦게 데리러 가는데, 갑자기 아내랑 둘 다 일이 생기면 손을 쓸 수가 없다. 그럼 서로 전화를 해서 회사에 양해를 구해서 일을 빼든가, 서울 창동에 있는 여동생에게 잠깐 집에 와서 애 좀 봐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전부터 공동육아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다. '마을의 귀환' 취재팀이 서울에서 성미산 공동주택에 갔었다."
홍 : "배우 고창석씨가 살고 있는?"
유 : "맞다. 공동육아 공동체로 시작해서 공동주택을 지었는데, 그곳도 스프링힐처럼 각자 공간이 있고 지하 1층에 커먼하우스(Common house)처럼 공동 공간이 있다. 스프링힐은 4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다 같이 생활하는 마을이다. 각자 주택이 있고, 커먼하우스라는 공동 공간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어르신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고 멘토가 될 수도 있고, 어르신들은 급박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젊은 친구들에게 컴퓨터도 배울 수 있다. 서로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 같다." 

"'느릿느릿' 영국, '빨리빨리' 한국... 장단점 있다"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취재팀이 16일 오후 영국 스트라우드(Stroud) 지역에서 '스프링힐 코하우징(Springhill Cohousing)'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한국의 마을만들기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취재팀이 16일 오후 영국 스트라우드(Stroud) 지역에서 '스프링힐 코하우징(Springhill Cohousing)'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한국의 마을만들기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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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저는 처음 갔었던 웸블리(Wembley) 민와일 스페이스(Meanwhile Space). 에셋 매니지먼트를 하는 곳이었고, 민관 거버넌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청바지를 입은 구청직원 알렉스(Alex)가 CIC(커뮤니티 이익회사)인 민와일 스페이스와 함께 주민설명회를 하면서 직접 발로 뛰고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었다. 

서울에 있는 마을을 많이 다녀봤지만 구청직원이 마치 마을활동가나, 마을 구성원처럼 펀딩부터 시작해서 프로젝트 아이디어 만드는 데까지 참여를 한다는 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일 같다. '서울에서도 각 구청에 개방직 마을직원들을 뽑아서 마을활동가들이 구청에 들어가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홍 : "민관이 협력하는 마을만들기 사례는 브릭스톤(Brixton)에서도 볼 수 있었다. 재개발 과정에서 구청 공무원들이 영화관, 쇼핑몰 같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주민들 의견을 들으려고 '로드쇼'를 하다니! 절차적 정당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로는 안 나왔는데, 브리스톨(Bristol) 세인트 워버그스(St. Werburghs) 지역을 방문했을 때 1000평은 될 것 같은 넓은 녹지가 있었다. 거기에 어떤 기업이 컨테이너 적차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마을 주민들이 이곳은 '도마뱀 서식지라서 개발하면 안 된다'고 반대를 한 거다. 생태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강 : "천성산 도롱뇽처럼."
홍 : "한국 같았으면 자기네 땅인데, 기업 마음대로 했을 거다. 그런데 영국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돼있다 보니, 결국 10년 동안 그 넓은 땅을 사놓고도 쓰지도 못하다가 절반 정도는 생태공원으로 만들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 과정을 보면서 용산 재개발 생각도 나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라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이 사람, 저 사람 의견 수렴을 다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쨌든,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게 민주주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강 : "우리는 국가나 자치단체가 사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수동적인 태도가 있는 것 같다. 주민참여형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보여주기 식이 많으니까, 회의적으로 되는 것 같다." 
유 :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워크숍도 재밌었다. 우리 같은 경우 반상회 같은 데 가면 목소리 가장 큰 사람이 의견을 내면, 그 의견에 다 따라간다. 그런데 다 같이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하면서 그 아이디어에 대해 보완할 점이 있으면 조언도 해주고 그러는 게 신기했다."

홍 : "영국은 뭐든 오래 걸리는 게 문화 같기도 하다. 에너지 전환 운동을 하는 트랜지션 타운(Transition Town) 그룹인 '브릭스톤 리메이커리(Brixton Remakery)'에 갔을 때 작업장 공사를 하기는 하는데 이건 뭐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설렁 설렁(웃음). 그런데 그 안에서 그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았다." 

강 : "우리는 이걸 빨리 끝내서, 바꿔서, 어떻게 쓸 건지를 생각한다면 그들은 공간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 하나하나.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느낌이었다. 한국 같았으면 한 달도 안 걸렸을 거다. 산새마을도 그렇다. 쓰레기장 치우는 것, 구청에서 주민들이랑 '하자하자' 하면 한 달 안에 텃밭 만들고, 여름에 상추든 배추든 바로 심고. 로컬리티(Locality) 워크숍에서 제스 스틸(Jess Steel)이 '성급함이 미덕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영국은 과정을 즐기는 반면, 우리는 빨리빨리 해서 성과를 낼 수 있고."

임 : "영국은 정말 변화가 느릿느릿. 협상과 타협의 나라다. 이번 취재에서 민관, 마을 속 사람들 간의 합의 과정을 많이 봤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 빠뜨린 사람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잘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그러다 처음 계획을 물리고. 빠른 결과를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또 그 과정을 미래 후손이 잊지 않게 하도록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빌딩마다 역사의 기록과 연도가 담겨져 있고, 스토리가 있다. 맨유 경기장에 갔을 때 투어 가이드가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였는데, 자신이 8세였을 때 경기장에 대한 기억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줬다. 한국은 왜 자꾸 잊으려 할까? 식민지·전쟁·독재 등을 겪으면서 기억하기 싫은 것 투성이라 그럴까?

그런데 그 느릿느릿함 때문에 속이 터지기도 한다. 왜 아직도 따뜻한 물, 차가운 물이 다른 수도꼭지에서 나오는지, 오래된 빌딩, 오래된 난방 시스템. 겨울에 온도는 한국보다 높은데 뼛속이 시리다. 150년 된 지하철을 어떻게 좀 공간을 크게 할 수는 없는지. 전철 안에서 왜 전화가 안 터지는지."

"도시 속 '죽어 있는 공간', 어디 없을까"

홍 : "이번 취재에서 정부·지자체·민간 기업의 사용하지 않는 자산을 이전받아 지역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에셋 매니지먼트' 사례를 여러 곳 봤는데,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할까?"
유 : "시내만 나가보더라도 '빈 사무실 임대합니다'라는 문구가 많이 붙어 있다. 저런 공간을 그냥 놔두면 건물주도 세금을 내야하고 유지 비용도 든다. 이런 빈 공간을 필요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활용하면 그 지역이 활성화 되고 좋을 텐데."
강 : "빈 사무실 같은 경우, 지자체가 건물주랑 협상하는 게 쉽지 않다. 1차적으로 시청이나 구청이 갖고 있는 땅이 있으면 좋은데 영국에 비해 그런 공공자산이 부족한 것 같다. 시청은 이번에 신청사 생기면서 이전 시청 공간이 남아있는데 그걸 어떻게 쓸지. 남산 별관 같은 경우에는 인권 박물관으로 만들자는 운동이 있었는데, 시청도 풀뿌리 지역단체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꾸려지면 좋겠다."
홍 : "첫날 웸블리 민와일 스페이스 갔을 때, 372평 규모의 땅을 부동산 회사에서 5년 동안 지역에 무료로 임대해준다는 게 너무 이해가 안 가서 알렉스에게 몇 번이나 물어봤다. '도대체 왜?'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도 덜 내고, 당장은 쓸모가 없는 땅을 단기적으로 지역공동체에서 활용하면 그 지역이 활성화되니까 그들에게도 이익이다. 일리가 있다. 이상적인 이야기만은 아닌 거다. 사고의 전환이었다." 
임 : "한국도 찾아보면, 도시 속에 죽어 있는 공간이 많을 것 같은데... 아닌가? 한국은 부동산 가치가 높아 힘들까?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 가능하지 않을까?"

홍 : "영국은 지역성이 강하기 때문에 에셋 매니지먼트가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워낙 이사를 많이 다니니까 내가 '서울 시민이다'라는 정체성은 있어도 내가 '마포구민이다' '서교동 주민이다' 이런 소속감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마포구 서교동에서 평생을 살았고, 앞으로도 평생을 살 곳이라고 생각하면 커뮤니티를 위해 뭐라도 할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도 서교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 사람들 덕분에 먹고 산다면 지역공동체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이 이익이다." 
유 : "그래서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침마다 수영을 하는데 거기에 있는 회원 분들이 다 지역주민들이다. 수영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인사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저녁에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밥도 같이 먹고 선생님하고 친해지고. 그런 공간이 있으면 관계 맺기가 수월해지고 소속감이 생길 텐데."

홍 : "마을과 사회적 경제의 결합도 인상적이었다. 주민 조직이 커뮤니티 모임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한 수익사업을 한다. 그러면서 지속가능성이 생긴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강 : "영국은 기본적으로 펀딩이 잘 돼있으니까. 우리나라 기업 같은 경우에도 사회공헌팀이 있어서 지원은 하지만, 이렇게 개별 마을공동체가 펀딩을 받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한국 마을취재 다녀보면 마을 사람들이 다들 고민하는 게 돈이 없다는 거다. 사람들 모으려면 마중물이 필요한데, 주민들이 자비를 들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마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면서 한국에서는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이 생기고 있다." 
홍 : "아직까지는 성공한 마을기업을 찾는 게 쉽지가 않다."
강 : "보통 정부나 지자체에서 돈을 받아서 시작하니까, 지원금이 끊기면 어려워진다." 
홍 : "한국에서 협동조합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단순히 친목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됐으면 한다."
유 :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지역에서 생산도 하고, 소비도 하고, 거기서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 게 이상적인 모델이다."
홍 : "맞다. 그럼 해크니 협동조합 개발회사(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 도미니크 엘리슨(Dominic Ellison)이 말한 것처럼 믿고 소비할 수 있는 구조가 될 텐데."

한국이 생애주기형 마을공동체라면 영국은 혁신모델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취재팀이 16일 오후 영국 스트라우드(Stroud) 지역에서 '스프링힐 코하우징(Springhill Cohousing)'을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취재팀이 16일 오후 영국 스트라우드(Stroud) 지역에서 '스프링힐 코하우징(Springhill Cohousing)'을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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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 "'한국에 이런 걸 적용해보면 좋겠다' 하는 건 어떤 게 있었나?" 
유 : "스프링힐 코하우징 커먼하우스에 있던 공동 세탁실·공동 작업장. 우리는 똑같은 아파트에 집집마다 똑같은 세탁기가 있고, 1년에 한 번 쓸까말까한 장비들도 집집마다 있다. 그런 것들을 공동 공간에다가 두고 공유해서 쓰면 관계도 맺어질 수 있고, 서로에게 이익 아닐까. 요즘 남자들 로맨스가 자기 집 가구를 자기가 만드는 건데 그런 장비를 공유한다거나, 캠핑 장비도 창고에 넣어두면 다 짐인데 나눠 쓰면 좋을 것 같다. 아파트 건설사들도 그런 공간을 아파트에 만들면 메리트가 되지 않을까."
강 : "삼성이나 LG는 집집마다 모두 세탁기 한 대씩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삼성건설에서 그런 공간을 만들면 삼성전자가 좋아할까(웃음)."

홍 : "'이런 건 한국이 더 낫다'는 건 없었나. 민수씨는 영국 가기 전에 밑취재 하면서 '한국이 더 좋은데요?'라고 했는데."
유 : "한국 사례만 봐서 그랬던 거 아냐?(웃음)."
강 : "이건 이번 취재에서 아쉬웠던 점이기도 한데 마을주민들이 뭔가 활발하게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모습을 많이 못 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재미난 마을에서는 사진, 수유마을시장에서는 전통춤, 산새마을에서는 국악을 같이 배우는 등 관계 맺기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홍 : "그건 저도 아쉬운 점이다. 영국 마을만들기의 여러 형태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런 현장을 섭외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국 취재가기 전에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문치웅 팀장을 만났는데 한국은 공동육아로 시작해서 대안학교·청년모임·부모모임 이런 식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생애주기형 마을공동체라면 영국 마을공동체는 혁신적인 모델이라고 하더라.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한국 마을공동체에서 좀 더 소소한 정이 느껴지는 것 같기는 하다." 
임 : "언어의 차이인지 모르겠는데, '마을'이라는 단어는 정감이 느껴진다. '마을'을 영어로 번역하면 뭘까? Community? Neighbourhood? 영어로 이번에 접했던 단어들 에셋 매니지먼트(Asset management)·소셜 캐피탈(Social capital)·트랜지션 타운(Transition Town)·퍼머컬쳐(Permaculture) 등은 마을의 특성을 해부해서 쪼개놓은 느낌이 든다. 마을이란 단어는 전체론적 접근이다. 에셋 매니지먼트만 보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자본 측면만 보는 것도 아니고, 환경 측면만 보는 것도 아니라 모두 다 연결돼 있다. 마을이라는 단어는 유형무형적인 것을 모두 포착하는 단어 같다. 그래서 애매모호하기도 한데, 우리들의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홍 : "영국 취재 후 달라진 점을 이야기해보자."
임 : "남편에게 '코하우징에 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 보았다(웃음). 그리고 이번 취재 덕분인 것 같기도 한데, 소셜 라이프(Social Life)라는 사회적 기업과 단기로 일하게 됐다. 브릭스톤 재개발 지역에서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하게 될 예정이다."
홍 : "저는 얼마 전에 홍대 근처로 이사 왔다. 그런데 '지역적'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더라. 우리 집 바로 앞에는 중대형 마트가 있고, 편의점이 있는데, 동네 서점은 없다. 그걸 보면서 브리스톨에 갔을 때 테스코 근처에 있던 벽화가 기억났다. '지역을 생각하라, 테스코를 보이콧하라(Think Local, Boycott Tesco). 지역적인 것을 뭘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강 : "집 주변에는 뭐가 있나 궁금해졌다. 돌아다니다 보니까 영화에서 볼 법한 술집들이 많이 보이더라. 예쁜 카페·골목·로컬리티 워크숍에 왔던 마을공동체 사람들처럼 나도 마을지도 정도는 그리고 싶다. 영국까지 가서 많이 보고 듣고 느낀 나부터라도 우리 집 주변 100m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야겠다."
유 : "출장 갔다 와서 보니까 아이 어린이집이 3월 달 되면 반이 바뀐다. 딸도 꽃님반에서 별님반으로 진급을 했다. 어린이집에서 연중행사 프로그램을 보내줬는데 예전에는 일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잘 못 갔는데 행사가 많더라. 급식봉사·체육대회에 12월에는 김장도 하더라. 어린이집에서 부모들끼리 모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발 들여 놓기가 힘든데, 아무래도 애가 있으니까 쉽게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취재팀 유성호, 홍현진, 강민수 기자가 12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영국식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마을의 귀환' 취재팀 유성호, 홍현진, 강민수 기자가 12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영국식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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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마을의 귀환, #영국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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