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의 한 장면

지난 3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의 한 장면 ⓒ KBS


KBS 2TV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가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6개월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경을 헤매던 이삼재(천호진 분)는 건강을 회복해 딸과 화해했고, 이서영(이보영 분)과 강우재(이상윤 분)는 재결합해 딸을 낳았으며, 이상우(박해진 분)와 최호정(최윤영 분)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면 <내 딸 서영이>만큼 결과가 뻔한 드라마도 없을 것 같다. 부모를 싫어하던 딸이 부모의 사랑을 깨닫고 돌아간다는 스토리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그런 종류의 드라마나 영화는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어머니의 모성애에 초점을 둘뿐 아버지는 늘 주변인에 머물렀다. <내 딸 서영이>는 흔한 모성애가 아닌 부성애를 조명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서영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 아닐뿐더러 무능하기까지 했다. 그에게 비친 아버지는 가족을 버려둔 채 매일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이었다. 장녀인 서영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다. 때문에 삶이 힘들수록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커져갔고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는 아버지를 미워하게 됐으며, 급기야 결혼에 앞서 강우재의 부모님께 "아버지 안계신다"는 거짓말까지 하고 말았다.

얼떨결에 뛰어나온 말이긴 하지만 이서영은 무의식중에라도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서영은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수만 번 죽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삼재의 생각은 달랐다.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그의 인생을 꼬이기 시작했다. 그의 꿈인 가구를 제작하는 것도 포기한 채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리 쉽지 않았고 그래도 이것저것 해봤지만, 도리어 가족에 짐에 되었고 사이좋던 딸과의 관계도 깨져 버렸다.

그러던 중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에서 본 딸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유학 간 걸로 알았던 딸이 신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화가 나기보다는 딸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된 이삼재는 아무도 모르게 딸의 주변을 배회하며 멀리서나마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이 과정에서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삼재는 재벌회장도, 자상한 아버지도 아닌 우리 사회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법한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한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 현 시대를 가리켜 '아버지 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부성애는 하찮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 딸 서영이>는 부성애 또한 모성애에 못지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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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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