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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정상에 올라 펄럭이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기자도 인증샷을 남긴다.
 백운대 정상에 올라 펄럭이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기자도 인증샷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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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봄맞이 "원효봉~백운대" 산행 봄기운 따라 북한산국립공원내에 있는 원효봉~백운대 산행을 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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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음따라 봄맞이 원효봉-북한산 산행

예년 같으면 적어도 10여 번은 산행을 했을 텐데 올 겨울은 무슨 일인지 특별히 실속있는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산행을 게을리했다. 2월이 다 가도록 겨우 두 번밖에 산행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은 늘 산으로 가는데도 몸은 따로 논다. 그런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 내 주위 산 친구들은 하루가 멀다고 산행길 소식을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 온다.

그러다 보니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겠는데' 이제 더는 산행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친김에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지난 27일 오후 11시가 돼 갑자기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며 아내에게 '여보, 나 내일 산에 가요'라고 했다. 아내는 이 밤중에 무슨 바람이 불어 산에 가느냐며 궁시렁 거린다.

걱정하지 말아요 새벽에 도시락 싸라고 주문하는 것 아니니까. 밥은 어쩔 거냐는 아내의 말에 그냥 컵라면 갖고 간다고 하며 잠이 들었다. 27일 오전 5시 40분, 미리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전광석화처럼 벌떡 일어났다. 언제 일어났는지 아내가 벌써 도시락을 다 챙겨놓고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는 말만 남기고 새벽 운동을 나간다.

그런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왠지 조금은 마음이 편치않다. 남편이 남들처럼 새벽들이 돈벌이를 나가는 것도 아니고 '백수'가 된 남편 산행 떠나는데 도시락 챙겨 주려고 새벽같이 일어나 수고했을 아내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 성격이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 아내에게 언제 제대로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전하지 못했다.

원효봉 정상에 오른 일행들이 뒤에 염초봉과 백운대 만경대 방향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원효봉 정상에 오른 일행들이 뒤에 염초봉과 백운대 만경대 방향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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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애타게 찾습니다.
 가족을 애타게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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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반에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일행들을 만나기로 약속되어 늦어도 부평 집에서 오전 8시쯤은 출발하려다 밤새 충전한 스마트폰을 챙기다 보니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다름 아닌 인천에 사는 회나무(윤경식)님께서 '청파님, 9시 40분까지 계산역 1번 출구'로 오시면 승합차로 모시고 가겠다는 카톡 문자가 와있다.

그렇게 되니 한 박자 늦춰 느긋하게 오전 9시 넘어 집에서 나서 인천 지하철을 타고 계산역 1번 출구 내려 조금 기다려 회나무 님을 만나 차를 타고 달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 채 안 됐다. 일행은 모두 7명.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원효봉 산행을 시작했다.

기온이 내려갔어도 산에는 얼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산행 초입부터 등산로가 마치 땅이 풀린 것처럼 질퍽했다. 지난 겨울 그렇게 추웠던 추위도 아마 땅속부터 전해오는 봄 소식에 더는 견디지 못하고 두 손발 다 들고 꼼짝없이 퇴출당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 발걸음이 가볍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너덜길 백운대 오름길
 가파르게 이어지는 너덜길 백운대 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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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대 정상엔 오후 1시가 지났는데도 겨울 산행의 진수인 상고대가 활착 피어있다.
 만경대 정상엔 오후 1시가 지났는데도 겨울 산행의 진수인 상고대가 활착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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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입부터 질펀한 등로를 지나 이어지는 북한산 둘레 길에 들어서니 그 질펀한 등산로는 오간 데 없고 데크목 고무판이 깔린 편안한 오솔길로 들어서니 마치 내가 신선이 된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행들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산행이 이어졌다. '전주이씨 서흥군' 묘역 지나 '효자농원' 입구에서 편한 둘레 길을 버리고 '시구문' 방향으로 원효봉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이 코스는 겉보기와 달리 정상에 이르기까지 가파르게 이어지는 깔딱 고개 구간으로 호락호락하지 않아 얼마 안 돼 일행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사실은 이런 오솔길은 나 홀로 산행으로 쉬엄쉬엄 오르며 힘들면 잠시 쉬어 오르거나 사색을 즐기는 멋이 있어야 한다. 단체 산행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내 의도와 다르게 일행들과 보조를 맞춰 산행하게 된다. 때로는 힘들게 오르는 급경사 구간을 오를 때는 시골에 '황소가 논갈이할 때 거칠게 내뿜는 숨소리' 못지않게 일행들 숨소리도 거칠다.

그러다 보면 '산행이 건강'을 위한 목적인데 어떻게 생각하면 하루라도 더 빨리 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심장 박동 수가 격동하며 오르락내리락 거칠게 진동하지만 이런 현상은 대부분 산행 시작 후 1시간이 고비다. 한 시간 정도만 지나면 다시 안정을 찾아 이후부턴 힘은 들어도 나름대로 다소 편안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인수봉아 기다려라 오는 오월 나의 고희때 기념 산행으로 꼭 인수봉에 오르고 말리라
 인수봉아 기다려라 오는 오월 나의 고희때 기념 산행으로 꼭 인수봉에 오르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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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도 안된 이른 시간에 원효봉 정상에 오른 두 중학생들 모습이 의젓하다.
 12시도 안된 이른 시간에 원효봉 정상에 오른 두 중학생들 모습이 의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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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봉 정상에 오른 두 중학생

'시구문'을 지나 암릉 계단 길은 예전과 달리 바위를 깎아 돌계단을 설치해 어렵지 않게 원효봉 정상에 올라 일행들과 염 초봉 만경대 방향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그런데 옆에 우리보다 더 빨리 원효봉 정상에 오른 중학생 2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두 학생의 모습이 가상히 여겨져 다가가 몇 학년이냐고 물으니 중학교 3학년 됐단다. 두 학생의 모습이 의미심장하고 신선하다.

저 또래 학생들이면 대부분 봄 방학을 맞이해 늦잠을 자거나 딴 짓하고 있을 텐데... 저 두 학생은 원효봉 산행을 위해 새벽부터 준비하고 나섰을 것. 두 학생의 모습을 보며 '밝은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산행하다 내가 가장 기분 좋은 일을 이 학생들처럼 어린 학생들이 산에 오른 것을 볼 때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기쁘고 부러울 수가 없다.

두 학생의 모습이 장해 사진을 찍으며 할아버지가 너희 사진 산행 기사에 남기겠다고 하니 두 학생 해맑게 웃으며 좋아한다. 학생들에게 원효봉 능선 구간엔 눈이 쌓인 데다가 녹아내려 위험하니 하산할 땐 우리가 오른 코스로 내려가라고 길을 안내해줬다. 우리는 북문 지나 대성사 지나 왕 너덜길로 이어지는 백운대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는데 오랜만에 산행하다 보니 코에 단내가 날 정도다.

아마 이날 산행 중 가장 '된 비알' 산행이 된 듯하다. 그렇게 된 비알을 오르다 약수암 지나 공터에서 시간을 보니 낮 12시 반이라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전을 펼치고 점심을 먹는데 일곱 사람이 차려낸 메뉴가 그야말로 '산상 만찬'이다. 일행들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점심을 먹었다. 다시 이어지는 백운대 오름길은 먹는 즐거움 후에 얻는 고통의 시간 연속. 산행 중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름길에 '무서운 적은 포만감'이기 때문이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스타바위
 백운대에서 바라본 스타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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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올려다본 만경대 백운대 방향 암봉 모습
 하산길에 올려다본 만경대 백운대 방향 암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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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은 들어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말처럼 우리는 어느 사이 이날 산행 중 가장 마의 구간이랄 수 있는 위문을 올려다보며 고무판이 깔린 계단 길을 올랐다. 위문 근처에는 아직 눈이 쌓여 위험천만했다. 길을 조심조심 지나 백운대 오름 암릉구간은 힘은 들어도 뒤에서 몰아치지 않고 쉬엄쉬엄 오르게 되니 한결 힘이 덜 든다. 그런데 건너편 만경대 구간에는 낮 1시가 지났건만 겨울 산행의 진수인 상고대가 보인다.

고희 맞는 나를 위해 '인수봉' 태워준단 말... 감동이다

그런가 하면 건너편 인수봉에는 봄날씨처럼 포근한 날인데도 한 사람도 암벽 산행을 하는 마니아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풍경을 보니 아마 오늘은 인수봉도 휴업을 했나 보다. 범상치 않은 인수봉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갑자기 옆에 있던 아우가 '청파 형님 올해 칠순에 맞춰 형님 모시고 인수봉 정상에 올라 케이크를 자르게 해드린다'는 고마운 우정을 발휘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다면 그 안에 열심히 몸 만들기에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어 백운대 정상에 올라 일행들과 가을 날씨 방불케 청명한 파란 하늘에 맘껏 펄럭이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과 개인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진 하산길은 위문을 내려서 좌측 눈 쌓인 암릉 구간으로 이어지는 대동문, 북한산 대피소. 길을 조심조심 일행들과 "안전 제일"을 부르짖으며 내려서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청계천 먹자골목 방불케 이어져 북한산 오염원이 됐던 점포들이 깨끗이 정리돼 새로운 모습으로 다듬어졌다. 이런 또 다른 모습을 보며 이제야 비로소 북한산국립공원 정화가 제대로 이뤄졌구나 감탄이 이어진다. 일행들과 함께 북한산탐방지원센터에 내려서며 원효봉·인수봉 산행을 모두 마친다.

하산길에 건너다본 염초봉 릿지구간이 눈에 선하다.
 하산길에 건너다본 염초봉 릿지구간이 눈에 선하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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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북한산, #원효봉,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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