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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거리.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거리.
ⓒ 차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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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오전 8시 50분, A여행사의 '1일 서울투어버스'가 중국인 관광객 5명을 태우고 서울 장충동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했다. 함께 버스에 오른 여행가이드 김금영(26)씨는 유창한 중국어로 관광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날의 관광 일정을 안내했다.

1일 서울투어버스는 하루 동안 서울시내 주요 관광지를 버스로 도는 여행상품이다. 주로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는다. 관광객들은 경복궁을 시작으로 북촌한옥마을, 인사동, 서울N타워, 그리고 홍대거리까지를 둘러볼 수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인근 아파트 단지에 김현중, 한채영, 유재석 등이 살아요. 그래서 그 동네를 버스로 한 바퀴 돌아나오는 코스도 있었어요. '저기가 김현중이 사는 곳'이라고 말해주면 신기해하며 사진도 찍고 그러죠. 압구정동에 있는 연예기획사 SM, JYP 건물 앞을 도는 코스도 있었고요. 근데 사실 가도 별게 없어서 뺐어요. 누가 사는 아파트라고 말해주면 신기해하는 정도지, 내려서 볼만한 게 따로 조성된 것도 아니고..."

김씨는 최근 이 여행상품의 코스가 변경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K-POP 스타와 연계된 코스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포함됐었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의 사옥이 구조 변경 공사 중이라 관광객들이 건물을 찾아도 별게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연예인 자택이나 연예기획사를 도는) 이런 코스에 관광객들의 호불호가 크게 갈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씨는 'K-POP 관광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류 관련 관광지는 압구정동 기획사 거리, K-POP 영화관, 명동 전시관 등이 전부"라며 "최근 '강남스타일'이 뜨면서 강남에 가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지만, 막상 거기에 가더라도 관광지화가 되어있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여행사들 "제대로 된 관광지 부족, K-POP 여행상품이 없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경복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경복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차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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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A여행사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B여행사 관계자는 "'K-POP 댄스스쿨' 같은 테마 여행상품도 있었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이벤트였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도 "요즘은 (인기 K-POP 가수의) 콘서트나 팬 미팅 등이 있을 때, 그것을 위한 여행상품이 반짝하는 추세다"라며 "그 외에 상시적으로 판매되는 (K-POP 관련) 여행상품은 없다"고 덧붙였다.

20곳이 넘는 여행사와 통화를 했지만, 다른 여행사들도 "K-POP 관련 여행상품은 거의 없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그러한 까닭에 대한 설명도 엇비슷했다. 제대로 된 K-POP 관광지가 없고, 설사 있더라도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K-POP 관광지' 혹은 '한류 관광지'를 검색해보면, 서울시내에서는 '명동거리', '스타애비뉴', '압구정 한류스타거리', 'K-POP 시네마 영화관' 등이 언급된다. 많은 언론사들도 이곳들을 대표적인 K-POP 관광지로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1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약 80%는 서울에서만 머물다가 떠난다. 즉 K-POP에 이끌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살펴볼 수 있는 장소가 서울시내로 어느 정도 한정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 네 곳은 K-POP을 느끼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주고 있을까.

주요 K-POP 관광지로 꼽히는 네 곳, 엉망 혹은 폐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끔씩 찾아왔으나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끔씩 찾아왔으나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옮겼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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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명동 거리를 찾았지만, K-POP 관련 물품이라곤 노점상에서 파는 질 낮은 스타사진 배지나 컵 같은 것이 전부였다. 주변의 한 상인은 "일부 골수팬들 아니면 잘 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주변에 K-POP과 관련된 여타의 관광지가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거리에 즐비한 K-POP 스타들의 사진을 구경하는 것이 전부였다.

K-POP 스타 전시장이라고 알려진 '스타애비뉴'도 사실상 K-POP 관광지라고 보기 어려웠다. 이곳은 L백화점 면세점으로 향하는 통로 전체를 K-POP 스타들의 사진, 영상, 핸드프린팅 등으로 꾸며 놓은 공간이다.

하지만 통로자체가 그리 길지 않을뿐더러, 몇몇 스타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통로를 따라 늘어놓은 정도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에 쇼핑하러 들어가는 길에 한번 훑어보고 가거나, 사진이나 몇 장 찍어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인근, 연예기획사 밀집지역인 '한류스타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명칭은 '한류스타거리'지만 K-POP과 관련한 어떠한 시설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강남구청은 SM, JYP 등 'K-POP 스타' 연예기획사들이 몰린 이곳을 중심으로 '한류스타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작년 1월에 발표한 바 있다. 김광수 강남구청 관광진흥팀장은 "현재는 기획이 준비되는 과정이며, 한류 스타들과 관련한 전시시설들이 2016년까지는 들어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강남구 논현동의 'K-POP 시네마 영화관'은 이미 상영 자체를 접은 상태였다. 하지만 건물 외벽과 영화관 안에는 가수 '비'의 공연실황을 3D영화로 관람가능하다는 포스터가 걸려있다. 영화관 관계자는 "이미 작년 11월 상영이 시작됐지만, 2개월 만에 중단되었다"며 "'K-POP 시네마 영화관'은 임대형식으로 다른 회사가 운영하던 것이라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강남구 논현동의 ‘K-POP 시네마 영화관’은 이미 상영 자체를 접은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찾은 강남구 논현동의 ‘K-POP 시네마 영화관’은 이미 상영 자체를 접은 상태였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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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 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11년 '신한류를 활용한 인바운드 관광정책 방향' 연구에서 한류 관광정책을 "거시적이고 체계적인 전략과 계획은 부재한 실정"이라며 "외국인이 찾을만한 콘텐츠와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구는 그 해결책으로 ▲ K-POP 상설 공연장을 비롯한 한류테마 관광지 조성 ▲ 한류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 개발 ▲ 전문적인 여행업체 및 가이드 육성 ▲ SNS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홍보 등을 제안했다.

우선 문화체육관광부는 'K-POP 전용 공연장'(이하 공연장)을 경기도 고양시에 짓기로 8일 결정했다. 공연장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일산동구 '한류월드' 부지에 들어선다. 주공연장(1만 5천석), 부공연장(2천석), 대중문화박물관 등 2만4천여 평 규모이며, 상설 공연장으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

한국관광공사도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언론 및 여행사 관계자 초청과 공연·음식·쇼핑 등 한류관광 콘텐츠들의 연계를 추진 중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K-POP을 포함한 한류가 외국인들의 한국관광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며 "여행상품 개발협력은 물론 관련된 숙박시설 등 인프라 정비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류'는 분명 존재하지만,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한류'는 없었다.

덧붙이는 글 | 박현진, 차현아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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