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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고별회견을 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고별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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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닷새 앞둔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4대강 사업 반대 등 임기 동안의 비판 움직임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껄떡댄다'는 표현으로 비판했다. 언론에 대해선 "너무 국내적인 기사로 닫혀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점심식사를 함께하면서 지난 5년 임기 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신문과 방송 보도를 챙겨 봤느냐, 비판 기사에 기분이 나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이 대통령은 언론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신문을 매일 보고 밤 12시에 방송뉴스를 봐왔다는 걸 밝히면서 "내가 기분 나쁘다고 해서 상대에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나만 속상하지, 내 건강만 해치지"라며 "그냥 그런가 보다, 이 친구가 이렇게 썼구나, 저 친구는 저렇게 썼구나 이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렇게 쓴 사람들도 세월이 흘러서 뒤돌아보면 그땐 그랬는데 아니었단 걸 느낄 거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불쾌한 게 있어도 참는다. 어느 시기가 되면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나도 그렇게 살았으니까. 학생운동을 하고, 반정부시위도 하고, 감옥도 가고, 정부의 탄압도 받고, 중앙정보부가 일체 어떤 일자리를 못가게 만들고 했던 그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선 돌이켜보면서 많은 경험을 하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일을 모르는 사람은 우리를 많이 비판할 것"

이 대통령은 자신이 반대에 부딪힐 때마다 청와대 참모들을 격려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을 해 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일을 안 해본 사람, 일을 모르는 사람은 우리를 많이 비판할 것이다' 이렇게 격려한다. 수석들에게"라면서 "반대로 말하면 '모르는 것들이 껄떡댄다' 이렇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라고 덧붙였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를 덧붙였지만, 이 대통령 본심은 '모르는 것들이 껄떡댄다'는 생각이라는 걸 밝힌 셈이다. 이명박정부 내내 유지된 '불도저식 국정운영'의 원인이 이 대통령이 비판세력을 '일을 해보지 않은 이들',  '일을 모르는 사람들'로 규정한 데에 있는 셈이다.

이 대통령은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언론의 시각이 너무 국내에 한정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하는 언론도 글로벌한 경쟁의 시대로 가야 한다. 난 늘 불만이 그거다"라면서 "기사가 너무 국내적인 기사로 다 채워져 있어서 자세히 보면 발전에 도움이 좀 덜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한 걸 갖고 '이 과제에 대해서 세계는 어떻게 보는지, 이런 과제는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취급하는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쳐야 한다고 본다"고 주문했다.

"쇠고기 안 사겠다면서 차는 팔겠다? 초등학생도 룰은 지켜"

'시각을 세계로 돌려라'는 취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은 임기초 2번이나 대국민사과를 하게 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글로벌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결단을 몰라줬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나는 쇠고기 파동 때 왜 확고한 생각을 가졌냐 하면, 우리가 세계에 수천억불의 물건을 파는 사람인데, 미국 쇠고기 안 먹겠다고 하고, 우리는 우리 물건을 팔아먹겠다는 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안 맞는 것"이라면서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인데, '미국 쇠고기 수입 안 하겠다, 그런데 나는 미국에 자동차를 팔아야겠다' 이런 경우는 초등학교 애들도 그 정도 룰은 지킨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거기에 따른 보건, 건강, 위생 그런 것은 기초다. 그건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도 생각해보면 자질구레한 것 갖고 싸운다. 그러면 우리는 작은 나라 밖에 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단언한 이 대통령은 "그런 관점에서 나는 미국의 쇠고기를 봤고, (한·미) FTA를 그렇게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하면 그만이지, 아이고 집어치우자, FTA 반대하면 하지 말자, 이렇게 5년을 보냈으면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됐겠나"라면서 "나 하나 욕 먹고 별소리 다 했으니 그래도 나라가 커진 것 아니냐"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몸무게가 5년 전 임기 시작할 때와 같다고 밝혔다. 건강관리 비결을 묻는 질문에 "아주 바쁘면 건강을 해칠 시간이 별로 없다"고 답한 이 대통령은 "건강에 제일 나쁜 건 잡념이 많을 때인데, 내가 잡념을 가질 시간이 없이 자랐으니까"라고 말했다.

모르는 것들이 껄떡댄다?

'껄떡거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목구멍으로 물 따위를 힘겹게 삼키는 소리가 자꾸 나다' 혹은 '매우 먹고 싶거나 갖고 싶어 연방 입맛을 다시거나 안달하다'인데, 이 뜻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해당 발언 당시 이 대통령은 "모르는 것들이 깔딱, 껄떡댄다 이렇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했는데, '깔딱거리다'의 어감을 무겁게 해서 '껄떡거리다'로 쓴 걸로 보인다.

영남 사투리에서 '깔딱거리다'는 흔히 '분수를 모르고 까분다'는 뜻을 험악하게 표현할 때 쓰인다. 부산에서 '어디서 깔딱거리노?'라고 하면 '여기가 어디라고 까불고 있느냐?'는 뜻으로 통용된다. 이 대통령이 "모르는 것들이 껄떡댄다"고 한 것은 '일도 해보지 않은 이들이 분수도 모르고 까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태그:#이명박,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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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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