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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서울사회적경제아이디어대회(위키서울)와 함께 공동기획 '여럿이함께하는 펀딩42'를 시작합니다. 위키서울은 작년 가을부터 시민의 일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했습니다. 이중 시민과 전문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시민의제 42선'이 선정됐습니다. '시민의제 42선' 중 8개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신림동 골목길의 골목바람 공인중개사 외관은 겉으로 봐서는 공인중개사인지 구분이 안간다.
▲ 착한 부동산 골목바람 외관 신림동 골목길의 골목바람 공인중개사 외관은 겉으로 봐서는 공인중개사인지 구분이 안간다.
ⓒ 조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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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 온 청년의 서울살이 첫날밤은 찜찜했다. 서울 모대학 13학번 입학 예정자 A씨는 2월 중순 학교 근처로 집을 구하러 왔다. 그는 부동산 몇 군데를 돌아보고 서울 도착 3시간 만에 방을 구했다.

입학금, 등록금, 생활비 등 서울살이에는 큰 돈이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에 A씨는 서울살이의 첫날밤을 찜질방에서 보냈다. A씨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날 찜질방에는 비슷한 처지의 학생이 여럿 있었다.

A씨처럼 서울살이를 시작하는 지역 출신 대학생, 직장인 등이 며칠에서 몇 주 정도 머물 게스트하우스가 있으면 어떨까? 그곳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해 자신의 살 집을 쉽게 구한다면 찜질방에서의 첫날밤보다 낫지 않을까?

서울 신림동의 '착한 부동산 골목바람'의 조희재 대표(35)는 지역 청년의 서울살이를 도울 게스트하우스를 준비중이다.(골목바람 : 서울살이 베이스캠프 보기) 지난 2월 18일, 신림동 골목바람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나 그가 구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공인중개사가 운영할 청년 게스트하우스

골목바람은 지난 2011년 4월 서울 신림동에서 문을 열었다. 그해 초 부천 사회복지원에서 일하던 조 대표와 두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를 지향하는 부동산 개업에 힘을 모았다.

왼쪽부터 골목바람 공인중개사의 최선영 씨(27), 조희재 대표(35) 벽에 붙여진 '집은 인권입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 집은 인권입니다 왼쪽부터 골목바람 공인중개사의 최선영 씨(27), 조희재 대표(35) 벽에 붙여진 '집은 인권입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 이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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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하는 사람이 왜 게스트하우스를 생각했을까. 조 대표는 "신림동에서 공인중개사 일을 하면서 임시 주거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며 그동안 만난 지역 출신 청년들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20대 초반 청년, 서울에 취업한 2030청년 세대 이야기였다.

서울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할 청년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집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짧게 머물 경우엔 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 작년 1월, 조 대표를 찾아온 신아무개(22)씨는 그해 3월에 입대할 예정이었다. 신씨는 두 달 머물 집이 필요했다. 하지만 두 달 살 집을 빌려줄 집주인은 없었다. 결국 그는 친구집에 살다가 입대했다.

서울에서 잠시 머물 곳만 문제가 아니다. 조 대표는 "지역에서 올라와 2~3시간 만에 집 알아보고 돌아가는 사람이 허다하다"며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몇 주일 만에 집 문제점들이 발생하지만 대부분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이 바꾸는 세상
위키서울에서 선정된 '시민의제 42선'의 현실화를 위해선 일반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여럿이함께하는 펀딩'을 통해 모금된 금액은 시민의제 현실화에 마중물이 될 예정입니다. 위키서울(www.wikiseoul.com)에는 '삶터'를 주제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유관 아이디어
청년주거협동조합
청년연대은행
SunLab : 열린나눔 행복한 집주인
착한부동산
외국인여행자 게스트하우스마을
그는 "지역 출신 청년들에게는 제대로 된 주거 정보와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골목바람 게스트하우스'의 목적이다.

골목바람 게스트하우스는 지역 청년들에게 단기 거주 공간을 제공하고 주거에 관한 특화된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골격은 유럽 여행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하다. 조 대표는 2층 침대가 늘어선 도미토리 형식의 침실을 주축으로 거실, 부엌 등으로 기본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주거권 교육, 정보교환 등이 가능한 북카페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하드웨어' 측면에선 기존 게스트하우스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운영자가 될 조 대표가 사회복지사를 겸한 공인중개사이고, 주 고객이 임시 주거시설이 필요한 '상경 청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집 문제, 일자리... 팍팍한 청년은 흔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청년들이 주거, 서울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와 다른 사회복지사들이 주축이 되어 주거복지 교실 등을 열 생각이다. 지금 골목바람 부동산에서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하다. 부동산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게 될 거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다. 조 대표는 "가구, 인테리어 등 초기 비용이 억 단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소셜펀드 굿펀딩에서 한때 모금액 1위를 달리는 등 '골목바람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2월 19일 현재까지 모금된 금액은 200만 원에 조금 못 미친다. 조 대표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고맙고 홍보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사람들, 특히 청년들의 관심은 조 대표에게 무엇보다 값지다. 그는 "청년 세입자들의 협동조합을 만드는 게 진짜 목표"라고 할 정도로 청년 세입자들의 연대에 관심이 크다. 조 대표는 일상적인 부동산 중개업 말고도 세입자 모임과 주거복지 학습 세미나 등을 주도하고 있다. 그가 신림동에서 만난 지역 출신 청년들은 정말 어렵게 살아가며, 외롭기까지 하다.

세입자들이 건물 옥상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 골목바람이 주관한 세입자 모임 세입자들이 건물 옥상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 조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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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입자 모임에 잘 나오던 성격 좋은 이아무개씨(26)" 이야기를 했다. 이씨는 천안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갓 올라온, 방송국 취직을 꿈꾸던 청년이었다. 조 대표는 그의 사정에 맞춰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의 방을 소개했다. 통풍이 잘 안 되는 방이었다. 그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고만고만했다.

그 집에 살게 된 이씨는 두 차례 계약직으로 방송국 FD(Floor Director)를 했다. 하지만 두 번 다 6개월 이상 일하지 못했다. 일은 고됐고, 월급도 몇 달치나 밀렸다. 그러자 월세가 밀렸고, 주인은 재촉했다. 이씨는 우울해졌다.

"여기서 집이 가까워서 평소에 잘 놀러오던 친구였다. 특히 우리 직원과 친했다. 그런데 작년 5월 쯤인가, 새벽에 그 친구가 우리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 문제, 일 문제 다 안 풀리니 혼자 술 마시다 순간 칼로 손목을 그었다. 손목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고, 번뜩 겁이 나 평소 친하던 우리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로운 게스트하우스 탄생할까?

부동산 직원은 이씨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다행히 이씨는 지금 건강히 살고 있다고 한다. 조 대표는 "이씨의 사례가 신림동에서 특별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림동 골목바람 공인중개사 조희재 대표(35)는 주로 지방 출신 청년들에게 자취방을 중개해준다. 사진은 중개성사 뒤 조 대표와 세입자가 함께 찍은 기념사진들
▲ 공인중개사와 세입자들의 기념촬영 신림동 골목바람 공인중개사 조희재 대표(35)는 주로 지방 출신 청년들에게 자취방을 중개해준다. 사진은 중개성사 뒤 조 대표와 세입자가 함께 찍은 기념사진들
ⓒ 이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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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이곳에서 부동산을 하며 두 유형의 청년들을 만났다"며 "이씨처럼 불안정한 직업을 유지하는 경우와 한 분야에서 착실히 스펙을 쌓아 좋은 데 취직한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중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지방, 서울 가릴 것 없이 많은 청년이 전문성 없이 취업하기 때문에 그만두기도 쉽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청년들의 '집 문제'는 간단한 게 아니다. 그는 "주거비용이 수입의 30%를 넘어가면 제대로 생활 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며 "하지만 우리 사회 청년은 지금 그런 상태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주거문제는 일자리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의욕만 앞세운다고 단 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조 대표는 "청년 주거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골목바람 게스트하우스'를 계획하며 지역 청년들의 단기 거주 문제와 청년에게 특화된 부동산 컨설팅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 출신 청년들의 서울살이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는 조만간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정말 새로운 게스트하우스를 보게 될지 모른다.


태그:#사회적기업, #골목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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