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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자신감 있고 활달한 성격. 카멜레온 같은 변화무쌍함이 제 매력입니다"

중앙대에 다니는 한 남학생이 학내 소개팅에 참가하며 자신을 홍보한 내용을 각색한 것이다. 대학가에 새로운 소개팅 풍속이 자리 잡았다. 지원자가 기본 정보와 이상형 정보를 적어 소개팅에 신청하면, 소개팅 운영자가 이 정보를 토대로 남녀 지원자를 임의로 짝지어 주는 것. 대학 안에서 임의로 소개팅이 결정되니 '학내 랜덤 소개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개팅으로 만나 500일 가까이 사귀고 있는 커플도 있다. 중앙대를 졸업한 김상현씨는 2011년 2회 미지의 소개팅에 참가해 현재 여자친구를 만났다. 연애를 시작하고 싶던 차에 소개팅 공고를 발견했고, 쪽지 2통으로 자세히 본인과 이상형을 설명한 끝에 매칭됐다. 김상현씨는 소개팅 후기에서 "미지의 소개팅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만나고 또 설렘을 느껴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재 학내 랜덤 소개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대학은 중앙대와 부산대다. 두 곳 모두 학내 커뮤니티가 기반이다. 중앙대 '미지의 소개팅(아래 미소팅)'은 중앙대학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중앙인'에서 진행된다. 소개팅 상대의 얼굴을 알 수 없다는 뜻에서 '미지의 소개팅'이라 이름 붙였다. 미소팅 운영자 조성권씨(경영학부 4)는 "커뮤니티에 외로움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이들이 인연을 만들 접점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1년 8월 시작해 지난 12일 9번째 미소팅 지원자 모집이 마감됐다.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 마이피누에는 소개팅 프로그램 '마이러버'와 연애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게시판 '사랑학개론'이 있다.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 마이피누에는 소개팅 프로그램 '마이러버'와 연애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게시판 '사랑학개론'이 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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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피누소개팅 : 마이러버(아래 마이러버)'는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 '마이피누'의 한 프그램이다. 마이피누는 '나의 부산대(MY PNU)'라는 뜻으로 재학생인 손영화씨(공공정책학부 11학번)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학생 커뮤니티다.

손씨는 실명제인 대학교 공식 자유게시판과 다른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마이피누를 만들었다. 소개팅 마이러버도 손씨의 아이디어다. 손씨는 "대학가면 다 (애인이) 생긴다고 말하는데 결국 안 생긴다"며 "애인과 함께 캠퍼스를 거니는 상상을 해 온 사람들에게 이성을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게 목적"이라 말했다. 마이러버는 2012년 9월 시작해 발렌타인 데이인 14일 7번째 소개팅을 시작했다.

성비만 맞으면 100% 매칭 가능

소개팅 과정은 이렇다. 주선자는 일단 소개팅 일정과 방식을 설명한 공고를 게시판에 올린다. 이 글을 보고 소개팅을 하고 싶은 이들이 참가 신청을 한다. 이 때 참가자들은 본인의 나이, 성격, 이상형의 조건 등과 같은 정보를 적어야 한다. 이 정보를 토대로 소개팅 상대끼리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소위 '매칭(소개팅 상대를 연결해주는 것)'이 이뤄진다.

미소팅은 한 성별의 지원자들의 신청서를 모두 공개한 후, 다른 성별의 지원자들이 원하는 상대를 지목하는 방식을 쓴다(어느 성별을 공개할 지는 매 회마다 다르다). 남성지원자들의 정보를 보고 여성지원자들이 1지망은 2번 남성, 2지망은 10번 남성이라 적는 식이다.

선호가 겹치면 주선자가 상대의 이상형이나 지원자의 접수 순서 등을 고려해 임의로 배정한다. 성비만 맞는다면 100% 매칭도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평균 매칭률은 약 70% 수준이다.

마이러버는 참가자의 성비가 똑같아도 100% 매칭이 어려운 방식이다. 매칭 자체에 운영자가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러버는 웹프로그래밍 방식으로 지원자 정보와 이상형 정보를 대비해 1:1로 자동매칭된다. 기계가 하는 일인 만큼 정보가 겹치는 상대가 없다면 주선자의 인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평균 매칭률은 약 50% 정도다.

연애 포기한 세대? 뜨거운 반응, 재기발랄한 PR

결국 학내 랜덤 소개팅의 성패는 신청서에 적은 깨알 같은 '자기PR'에 있다. 적극적인 매력 홍보만이 살길이다. 참가자들을 이름 대신 1호 남성, 5호 여성으로 부르는 TV 소개팅 프로그램 '짝'과 같다. 자신의 성격을 "카멜레온 같이 변화무쌍"하다고 설명하는 것이 괜히 나온 건 아니다.

나의 외모는? "키 크고 피부 희며 개념 있지만 조금 4차원"
이상형은 ? "균형 잡힌 안정적 멘탈 담백한 외모 좋은 식성"
원하는 데이트는? "맛집 도서관 한강 치맥 등산 야구장"


11일 지원자를 마감한 미소팅 여성 참가자들의 소개글 일부다. 이번 미소팅에서는 나이, 학교, 학과와 별도로 '자신의 외모·성격/이상형의 외모·성격/이성친구와 원하는 데이트' 정보를 적었다. 웹상 공개를 위해 글자수는 20자로 제한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로도 진행과정을 알리는 중앙대 미지의 소개팅.
 페이스북 페이지로도 진행과정을 알리는 중앙대 미지의 소개팅.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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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연애, 결혼을 포기한 세대'라 해서 20대에 이름 붙은 '삼포세대'도 이 소개팅 앞에선 무색하다. 2012년 9월 마이러버가 시작한 이래 6회 동안 소개팅에 참여한 부산대 학생은 평균 847명, 총 5086명(중복포함)이다.

미소팅 운영자인 조성권씨(중앙대 경영학부)는 "(소개팅이 끝나면) 다음에 언제 다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2년간 약 600커플을 주선했다"고 말했다.

무책임하고 예의없는 지원자는 골칫덩이

소개팅 상대가 결정되면 이후는 참가자들 끼리 알아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개는 모바일 메신저로 만남 약속을 잡는다. 문제는 그렇지 않을 때다. 매칭 후 상대에게 연락 하지 않거나 만나지도 않고 끝내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만나서 예의없는 행동을 하는 일도 있다.

마이러버 후기를 올리는 게시판 '사랑학개론'에는 "매칭 후 못 만난 사람 있냐"는 질문 글에 8개의 답변이 달렸다. 본인이나 지인이 매칭 후에도 만남이 흐지부지 하다는 답변이었다. 미소팅은 주선자에게 항의를 하거나 실망한 후기를 남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때문에 미소팅은 매회 신청서에 적는 정보와 신청·매칭 방식을 고치고 보증금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보증금은 소개팅 신청자가 매칭 전 주선자에게 입금하고, 만남 후 되돌려 받는 것으로 무책임한 지원자를 막기 위한 제도다.

마이러버는 소개팅 지원시 매칭 상대에게 사진을 공개할 수 있기 때문에 외모 때문에 불쾌한 일을 겪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사랑학개론에 글을 올린 한 참가자는 첫 매칭된 상대에게 외모를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그는 당시 기분이 "쪽팔렸다"고 적으며, 상대의 얼굴도 예쁘진 않았다며 분노했다.

소개팅은 계속 진화중

 대학 끼리 미팅형식으로 소개팅을 하는 '복불복 소개팅'
 대학 끼리 미팅형식으로 소개팅을 하는 '복불복 소개팅'
ⓒ Univ P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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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내 랜덤 소개팅은 대학가 마케팅에도 활용되는 등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신촌의 한 바에서는 목적에 따라 대학/과/인맥/소개팅 형식의 대학생 만남을 운영 중이다. 같은 성별끼리 모여 팀을 구성해 신청하면 랜덤 미팅까지 가능하다.

이와 비슷하게 대학 대 대학으로 진행되는 소개팅도 있다. 타 대학 남녀가 같은 시간, 한 공간에서 만나는 것이다. 이 복불복 소개팅은 2011년 시작해 지난해 한 해만 7번 열렸다.

외부에서 학내 랜덤 소개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직장인 채평석씨는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공개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새로운 소개팅이라는 형식에 '도전'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직장인 박아무개씨는 "상대의 신상정보를 검증해주는 중간자가 없으니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학내 랜덤 소개팅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0년이다. 한양대 '자게배', 성균관대 '코코아북', 홍익대' 루키' 연세대 '세연넷배 소개팅' 등이 있었다. 현재 한양대 자게배는 소개팅사이트로 독립한 후 계정이 운영되지 않는 상태고, 성균관대 코코아북은 아이디어를 산 업체가 운영중이다. 홍익대 루키와 연세대 세연넷배 소개팅은 대학관계자나 대학언론 관계자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덧붙이는 글 | 박선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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