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방랑식객-식사하셨어요?>는 방랑식객 임지호가 김혜수, 이휘재와 함께 노란 버스를 타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만나 밥상을 통해 소통하고 치유하는 내용을 담았다.

SBS <방랑식객-식사하셨어요?>는 방랑식객 임지호가 김혜수, 이휘재와 함께 노란 버스를 타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만나 밥상을 통해 소통하고 치유하는 내용을 담았다. ⓒ SBS


8일 방송된 SBS <방랑식객-식사하셨어요?>(이하 '식사하셨어요?')에서 배우 김혜수, 방송인 이휘재, 자연요리연구가 임지호는 인스턴트식품에 찌든 식탁, 외로움에 물든 시골 할매, 고단한 바닷가 서민들을 만나 마음을 위로하고 영혼을 치유하는 삶의 현장요리를 펼치며 달렸다. 마지막 집은 몇 년 전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은 한 가정집 문을 두드렸다.

남편은 공군조종사로 전투기 비행 훈련 중 사고로 죽었다. 젊고, 잘생기고, 유능한 남편이자 아빠여서 더욱 행복할 가정이었다. 이제 어린 딸은 엄마처럼 예쁘게 자랐고, 아들도 아빠를 닮아 늠름한 중학생이 되었다. 아이들도 아빠의 부재를 잘 받아들이는 듯하다. 아내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삭히면서 아이들만 보고 잘 키웠다.

엄마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갑자기 뛰어 내리고 싶은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다"며 마음 속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찍었다. 김혜수도 인터뷰를 하다 말고 잠시 아이 엄마를 껴안고 흐느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남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남매도 아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딸은 영어로 귀엽고 유창하게 노래했고, 아들은 미국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한동안 엄마가 아이들에게 '아빠가 지금도 미국에서 비행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에둘러 말하는 엄마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날 방송 녹화 중 엄마는 이제 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감을 말할 수 있겠다고 여겼다. 딸에게 앨범을 펼쳐 보이며 자연스럽고 조심히 아빠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다. 그러나 딸은  차마 앨범 속 아빠 사진을 보지 못하고 엄마 이야기도 듣지 않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딸  아이는 이윽고 눈물을 떨어뜨리며 마음의 상처를 드러냈다. 말없이 아이를 품는 엄마는 본인 못지않게 아이들이 받은 상실감이 얼마나 깊은 지 새삼 헤아리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지난 8일 방송된 <식사하셨어요?>에서 임지호가 만들어낸 요리

지난 8일 방송된 <식사하셨어요?>에서 임지호가 만들어낸 요리 ⓒ SBS


자연 요리 연구가 임지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떠 올리며 "그 분들은 상실감이나 상처가 아니라 늘 곁에 함께 있으며 용기와 희망을 주는 존재"라고 일깨워 줬다. 그리고 이들을 다독일 식탁을 준비했다. 먼저 식탁위에 식초에 헹궈 낸 붉은 장미 잎을 뿌렸다.  낙엽 마냥 수북이 뿌려 놓으니 식탁분위기가 단박에 바뀌었다. 붉은 장밋빛과 향기는 진정과 안정감을 북돋아준다.

이 날 메인요리는 쌀가루를 살짝 뿌려 튀기듯 익힌 광어였다. 여기에 부드럽고 담백한 버섯 소스를 얹어 내 놓았다. 고소한 튀김류는 상실이나 우울증을 없애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대나무 껍질과 잎도 놀랍도록 신선한 맛과 모습으로 변신했다. 칠게와 빙어는 형상 그대로 바싹하게 튀겼다. 감자채들은 펄펄 끊는 기름 속에서 그물 모습으로 엉겨 붙었다. 장미 잎 위에 감자채 그물 튀김이 세워지고 주변으로 칠게, 빙어 튀김들이 어우러졌다. 그리고 하얀 포도당가루를 눈처럼 장미 잎 위로 우수수 뿌렸다.

바다 속 같기도 하고 눈 내린 장미 숲 같았다. 고소, 촉촉, 쫄깃, 바삭... 부드럽고 달콤한 맛의 정원을 걷다 보면 정감이 느껴지고 고마움이 절로 스며들 듯하다. 해물과 채소로 우려낸 맑은 된장국으로 마음을 개운하게 씻고, 갓 한 밥과 김치를 더하니 충만감이 들었다.

임지호의 요리 퍼포먼스에는 존재와 나눔의 행복감이 있다. 그 유기적 재료의 관계를 정감 있게 다루는 순발력에 감탄하고 만다.

삶 주변에서 재료를 구해 통념을 깨는 자연 요리로 조화로운 밥상을 끌어낸다. 늘려진 돌, 기왓장, 통나무, 주변 사물이 그릇이고, 밥상이 그대로 그릇이 된다. 틀을 허물면 주변의 일상 재료들이 거침없이 들어와 놀다 나가는 식이다. 방랑을 일삼으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자연, 자연과 자연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나누고 돌리는 일이 요리고 그의 예술이다.

임지호 식사하셨습니까 방랑식객 설특집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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