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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선 결과는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박근혜 시대 5년, 이 사회에서 진보의 앞날을 고민하는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오마이뉴스>는 정치, 사회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진보의 길을 모색하는 기획을 수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말]
 이철수 판화가가 메모가 적힌 작가 노트를 보고 있다.
 이철수 판화가가 메모가 적힌 작가 노트를 보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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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 이런 말이 나오네요. 마음이 숨차다."

이철수 판화가(59)는 글씨가 빼곡히 적힌 작가노트를 뒤적이다가 메모 한 구절을 소개했다. 지난해 대선 뒤에 적은 자문자답이다. 조각칼로 나무판에 새기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화제라고 한다. 그의 작가노트에는 "분노? 좌절? 멘탈 붕괴? 때로는 사치스러운 일"이라고도 쓰여 있었다. 그렇게 쓴 이유를 물었다. 

마음이 숨차다

"보통은, 몸을 두고 '숨차다!'고 한다. 전력질주하면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다. 숨도 가쁘고. 마음도 그렇다. 분노하면 마음의 숨이 가빠진다. 그래서 한없이 환호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면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걸 '멘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럴 때는 마음도 심호흡하고 빨리 숨을 골라야 한다. 당면한 이 현실을 피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이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현실이 그렇다면 감정 낭비하지 말자."

지난 1월 25일 아침 댓바람에 서울서 출발해 박달재(충북 제천)에 사는 이철수 판화가를 찾았다. 진보 진영에게 보낼 그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서였다. 일사분란하게 퇴각해도 모자랄 판에 야권 정치인들은 뿔뿔이 흩어진 패잔병처럼 서로 삿대질하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형국. 아직 '멘붕'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쳐다볼 겨를도 없다. 이철수씨의 말처럼 빨리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19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
 지난해 12월19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
ⓒ 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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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9일에 <한겨레>에 '오늘 이 뜨거운 대열에 서는 날'이라는 작품을 실었다. 투표율을 보고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48%의 유권자들은 오후 6시에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시각에 무얼 하고 있었나?
"여기 작업실에서 일하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출구조사 소식을 들었다. 바로 전날에는 정권교체가 이뤄질지도 모른다고 가볍게 기대했는데…. 난 YTN에서 나오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들었나 보다. 문재인 후보가 약간 앞서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우리 식구(부인)가 건너오더니 다른 방송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이긴다고 발표했다고 하더라."

- 언제 최종 결과를 받아들였나?
"개표방송 중간에 방송 3사가 출구조사 방법을 설명하면서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마지막 표가 온통 문재인 후보로 도배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그 무렵에 접었다. 개표가 확정될 때 쯤 난 오히려 조용해졌다."

- 48%의 유권자 중 '멘붕(멘탈 붕괴)'을 겪었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대선이 끝난 뒤 3일 동안 '나뭇잎 편지'(매일 쓰는 판화 엽서. www.mokpan.com)에 선거 이야기를 다루지 않다가 23일 '당신이 희망입니다'라는 판화를 올렸다. 3일 동안 멘붕을 겪은 것은 아닌가?
"있을 수 없는 일이 이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개표 방송이 끝나기 전에 마음을 정리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중년의 아버지가 침대에 엎드려서 통곡을 하시더라는 어떤 딸아이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런 사람들의 심경을 어리석다고 이야기할 수 없어서, 쓸데없이 상처 키우지는 말자는 생각에서 올린 편지다."

 '당신이 희망입니다'. 이철수 판화가가 12월23일 '나뭇잎 편지'에 올린 작품
 '당신이 희망입니다'. 이철수 판화가가 12월23일 '나뭇잎 편지'에 올린 작품
ⓒ 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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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모해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

그의 표정은 차분했다. 어찌 보면 지난 대선 결과를 누구보다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대선 전날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의 구호를 올릴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그 시작은 문재인일 것입니다."

사실상 지지선언이다. 이 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SNS를 통해 문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엽서를 올렸다. 

 이철수 판화가가 대선 전날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작품.
 이철수 판화가가 대선 전날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작품.
ⓒ 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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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막판에 페이스북 등으로 응원 엽서를 마구 쏟아낸 것도 난생 처음 해 본 일이다. 우리 사회가 함께 신뢰 할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문재인 후보를 메시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호명하는 내 현실 인식은 그만큼 절박했다. 우리 시대는 거의 벼랑 끝에 와있는 듯 보였다.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가정이 해체되고, 나남 없이 현실과 결탁해 살고 기회가 주어지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사람들이 사회에 범람한다. 내가 다소간 무모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현실 속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실패가 확인 된 순간 나는 서둘러 냉정해졌다. 그러지 않으면 이 벼랑을 기어서라도 내려갈 기회나 방법조차 잃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그의 멘붕 탈출기이기도 하다. 그 말을 들으면서 그가 순식간에 차분해진 것은 일종의 자기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절반 이상의 유권자들은, 벼랑 끝에 매달렸다는 그의 현실 인식과는 다른 결정을 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평소에 '시장과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우려의 말을 많이 했다. 대선 결과를 탐욕의 표출로 보는 걸까?

"크게 보면 그렇다. 돈이 등을 떠미는 시대와 개인의 욕망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그 욕망을 섬세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시사인>이 표지 타이틀로 잘 짚었던데, 현실적인 삶의 기대 욕구가 '50대의 반란'을 불러 일으켰다. 진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박근혜 후보 안에 담긴 유신의 그림자와 군사 쿠데타, 군부 독재의 역사 등을 이유로 분노했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안정적인 삶을 선택했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진보는 명분과 언어, 논리에 너무 집착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다보니 집안 싸움은 잦고 현실 인식은 정확하지 못하다."

욕심은 표피에서 흐르는 지표수와 같다

 이철수 판화가.
 이철수 판화가.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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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신 담배를 빼어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인간의 욕심이 마음 저 깊은 데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을 속에 흐르는 물로 이야기하면 지표수와 같다.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바로 여기, 표피에서 흐른다. 고상한 사람들, 말 깨나 하는 사람들, 글 깨나 쓰는 사람들이 참 훌륭하지만, 정작 그런 존재를 움직이는 힘은 표피를 흐르는 희노애락애오욕(칠정)일 가능성이 많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거다.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많이 보고 있지 않나?"

- 선거 결과를 진단하려면 보수, 진보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보는 건지.
"바늘에 조금만 찔려도 아프다. 모든 사람이 얻어맞으면 재빠르게 반응한다. 통각처럼, 오욕칠정도 그렇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한다고 할 때, 저 깊은 데 알 수 없는 마음을 다스리자는 게 아니다. 지표수처럼, 흐린지 맑은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청문회를 하면, 여러날 묵은 음식물쓰레기 한 봉지 싸다 놓은 것 같은 인사들 보게 되는데, 큰 자리에 앉아 있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 지식 갖춘 사람들이 시정잡배들보다 나을 것 없는 선택을 하면서 살았다는 것 아닌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 마음자리를 살필 줄 아는 사람을 찾는 일이다." 

진보? 난 생명의 편에 서고 싶다

- 진보는 명분과 언어, 논리에 집착한다고 말했는데, 이번 선거 결과는 그런 성향과 연관이 있다고 보나?
"깊이 관계가 있다. 현실적인 삶은 아주 낮은 표층에서 느끼는 기쁨, 즐거움, 보람, 따뜻함에 기대고 있다. 우리 세대는 총검술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병영체제에 가까운 사회였다. 그런데 그때 상황을 돌이켜 보면 지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학창생활 함께 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병영사회의 그늘보다 그 속에서 우리끼리 좋았던 것, 사소한 일탈을 함께 했던 악동들끼리의 추억을 떠올린다. 우리가 아무리 부정적으로 과거를 이야기해도, 그 속에 살면서 찾아낸 다양한 삶의 가치와 소소한 존재의 기쁨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그게 생명의 지혜이기도 하지. 시대의 결과 개인의 삶의 결은 그렇게 다르기도 하다. 진보는 그들의 주장을 개인적 삶의 결에 관한 이야기로 바꿔낼 줄 모른다. 정치, 사회 체제에 대한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 삶의 결 속에서 나와야 한다."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 '도둑놈'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 '도둑놈'
ⓒ 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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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회가 주어지면 나도 도둑놈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나한테도 항상 묻는 질문이다. 남에게 손가락질하는 건 쉽다. 그런데 권력과 돈과 지위로 가는 길이 보이거나 주어졌을 때 내 선택은 어떨지 한 번 쯤 생각했으면 좋겠다. 자기 이해가 걸리면 달라지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진보는 안 그런가? 뭐가 진보인지 모르겠다. 가령 문재인 찍은 사람들은 다 진보이고, 박근혜 찍은 사람들은 다 보수일까? 평범한 사람들은 그냥 통속하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거기서 정직하게 견디고 참고 산다. 사람으로 살고 싶어하는 거다. 그걸 배신하는 보수와 진보의 기득권 인사들이 있는 거고."

- 그럼 무엇이 진보인가?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우리 현실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내내 동의해 왔다. 여기에 우리 내면도 함께 변해야 한다는 말을 보태고 싶다. 진보, 보수 이런 논리가 이제 점점 낯설어 진다. 나는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몸으로 난다'고 말했다. 이념이 아니라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굳이 어느 편에 서야 한다면 생명의 편에 서고 싶다. 모든 것을 살아있게 하고, 자기 존재 의미를 스스로 긍정할 수 있는 삶을 살게 하는 조건을 만드는 일, 그게 인간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진보의 과제이기도 하고. 그래서 변화를 바랬던 건데, 일단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괜찮다. 길은 우여곡절이 있어서 오히려 길이다. 지금은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새는 온 몸으로 난다'. 이철수 판화가 작품
 '새는 온 몸으로 난다'. 이철수 판화가 작품
ⓒ 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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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대목에서 자신이 사유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연을 관찰한 뒤에 그 원리를 인간 세상에 대입해본다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 아주 유심히 작물들을 보게 된다. 있는 힘을 다해서 고갱이를 감싸 않는 떡잎들이며, 꽃대 하나를 온 힘을 다해서 밀어올린 뒤에 조용히 사라지는 생명들의 모습을 본다.  간단히 요약하면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갸륵한 현재가 있는 거다. 그게 모성이고, 그게 생명이다. 잎사귀 켜켜에 담긴 다정하고 애틋한 그걸 사랑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혼자 되묻기도 한다. 다정한 가정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우리가 가정 하나를 지키려 저만큼 애쓰고 사는가?'라고 묻고 싶지만, 그것조차 지킬 수 없게 만드는 사회 현실이 있다. 자연에서는 엄마가 애기를 품어 안듯이 생명을 소중하게 감싸고 보듬어서 마지막에 씨 하나 남길 수 있는데, 우리 자식들 세대인 88만원 세대에게는 온전한 밥벌이조차 주어지지 않으면…. 저 친구들에게 자기 아이 한 번 안아볼 기회조차 없게 되면…. 밭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잔인한 풍경을 우리 인간 세상에서 보는 거 아닌가?

이 상황에서 좌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생명의 문제를 그 틀로 담아내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생명의 미래를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 그걸 보장하자고 하면 좌고 아니면 우인가? 내가 생명을 만날 때 농작물 좌파와 만나는 것 아니다. 우리 사회는 다음 세대의 미래와 사회 전체의 미래를 유린하고 있다."  

좌파는 도덕적? 심각한 착시현상

- 진보와 보수를 가르지 않더라도 실체적인 존재들이 있다. MB 정권으로 대변되는 보수쪽 인사들은 그동안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경제정책을 폈다. 민주통합당쪽은 지난 대선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 내세웠다. 왜 많은 사람이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내 마음 속에 이명박보다 더한 것도 들었다. 내가 못 볼 꼴을 보게 될 때 '저거 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게 외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서 그런 것들을 발견하려고 애쓴다. 우리가 다 부처님 같고 자애로운 성인 같으면 저런 짓들, 그 더러운 추문들이 현실 속에 서 있지 못한다. 누군가 큰 욕심을 내면 그 밑에 작은 욕심들이 바위에 따개비 붙듯이 붙는다. 우리 마음속에 욕심이 없다면 어떤 욕심이 거기에 혼자 서 있을 수 있겠나? 그래서  털어도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부끄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고 문재인 후보도 그랬다."

 이철수 판화가가 '나뭇잎 편지'에 올린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 청문회를 본 소감.
 이철수 판화가가 '나뭇잎 편지'에 올린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 청문회를 본 소감.
ⓒ 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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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나뭇잎 편지'에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를 저울로 올려놓았던데, 그게 우리 사회 보수의 대표적인 얼굴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안에도 저런 게 다 있다. 편을 갈라서 '너희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우파라서 그런가? 좌파라고 하면 저절로 도덕적으로 되나? 제주도의 도깨비 도로처럼 착시현상이 심각하다. 시각적 왜곡이다. 우리 사회에서 좌우라는 표현도 너무 왜곡됐다. 나를 좌파라고 할 때도 잘 이해가 안 된다.(웃음)"

- 사실 일반 시민들도 좌파와 우파를 구분해서 보지는 않을 것이다. 
"도둑놈인지 아닌지는 구분을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구분조차 쉽지 않은 사회다. 청문회에 올라온 쓰레기 같은 사람을 '결정적 하자가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소름 끼쳤다. 영점이 흔들려버린 사회가 됐다."

좌파, 우파... '가위질'로 세상 바꿀 수 없다

 이철수 판화가가 '진보의 갈 길을 묻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철수 판화가가 '진보의 갈 길을 묻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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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새누리당이 이긴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유권자들이 사태 파악이 안 되었던 것이지 다른 이유가 있겠나? 자기 선택이 뭘 의미하는 줄 몰랐다고 해야겠지! 다만 어느 정당도 다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자기배신적인 선택이 조금은 쉬웠을 거다. 그런 의미로 있을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대단한 혜안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런 정부가 들어서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지 손바닥에 얹어놓은 것처럼 훤히 보이지 않나? 그래도 그런 선택을 했다. 거듭 이야기지만 이 대목을 잘 봐야 한다. 자기쇄신과 자체 정화를 이루는 정치 집단에게만 미래가 있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다를까?
"박근혜 당선인은 잘하려고 애쓸 것이다. '유신 공주' '수첩공주'라고 비아냥이 있었지만, 그 비판과 비난을 다 이기고 권력을 거머쥐었다. 그가 기대만큼 잘하면, 기대보다 더 잘하기라도 하면, 진보진영은 더 혼돈스러워질 거다. 그렇다고 박근혜 당선인이 잘못하기를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딜레마에 빠졌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이명박 밥상을 받았을 때도 그랬고, 앞으로 박근혜 밥상을 받을 상황인데, 이게 다 우리 사회가 장만한 밥상이다. 우리가 한 만큼 얻은 것이다. 그 밥상 놓고 투정할 일은 아니다. 그 밥상을 알뜰히 챙겨먹은 뒤에 다음 밥상을 누구하고 어떻게 차릴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 그럼에도 여전히 갈 곳 몰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해줄 말은?
"자꾸 금 긋고 손가락질 하지 말자. 내 속에도 분열과 욕심과 몽매가 들어있다. 분석하고 가위질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그냥 같이 아파하자. 쌍용차 문제도 그렇고 용산참사도 그렇다. 그걸 보면서 내가 얼마나 아파 하는지 스스로 묻자. 그런 일에 내 일 같이 분노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 눈앞에 저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잠든 감수성을 자주 일깨워야 한다. 끝없이 나를 건드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잠들고 싶어진다. 현실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그 현실도 바꿔야 하지만."

이철수 판화가는?

1954년 서울 출생
1981년 첫 개인전 '이철수 판화전' (관훈 미술관, 서울)
1989년 함부르크 대학 초청 독일 순회전 (베를린,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
2003년 'Visual Poetry' (데이비슨 갤러리 초대전, 시애틀)
2005년 '작은 것들' 가나아트 /데이비슨갤러리 초대전
2011년 이철수 목판화 30년 '새는 온몸으로 난다' (관훈 갤러리, 서울)

<출판>
2004년 [작은 선물] 호미
2005년 [생명의 노래] 호미
2011년 [나무에 새긴 마음] 컬처북스
2012년 [사는 동안 꽃처럼] 삼인
2012년 [웃는 마음] 이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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