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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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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면서 국회 국정감사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을 스스로 포기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국정감사권이 박정희 유신헌법 이후 폐지됐다가 1987년 '직선제개헌'으로 재시행 됐다는 점에서, 이 원내대표의 발상은 '유신의 부활'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한구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거수기 집권당'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잇따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사 실패를 비호하기 위해 '나홀로 이동흡 구하기'에 이어 인사청문회 제도 비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한구 "국감 폐지 적극 검토해야"... 야당 "유신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이한구 원내대표가 국회 국정감사 폐지를 언급한 것은 5일 열린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다. 이 원내대표는 정치개혁을 주문하면서 "대정부 질문제도 개선과 국감을 폐지하고 상시국회로 바꾸는 근본적 개혁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국정감사의 폐해로 인한 제도 보완 요구나 상시국감에 대한 논의는 있어왔지만, 국정감사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박근혜 새 정부의 안정적인 출발과 운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시종일관 '잘 살아보세'와 '국민행복시대'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기조를 설명하고, 야당·대기업 등의 협조를 당부했다. 언뜻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대변인을 보는 듯 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선 해방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언급한 뒤, "유능한 국가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잘 살아보세'라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일한 국민들이 합심해서 이뤄낸 위대한 금자탑"이라고 말했다. '잘 살아보세'는 새마을 가요의 제목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을 상징하는 노래 제목이자 구호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운동 마지막 날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이루겠다"고 말해, 아버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노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2월 임시국회는 새 시대 정신에 맞춰 국민의 부름을 받은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을 뒷받침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공직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이 국회 인사청문회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가 일을 잘 하기 위해 체제를 정비하고 진용을 갖출 수 있도록 국회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의 협조에 이어 대기업의 개혁 동참을 호소한 이 원내대표는 "해외진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청년인턴과 새마을 운동 경험이 있는 중년계층의 전략 채용 등 고용 확대와 비정규직 축소, 거래기업 복지 지원, R&D 투자 확대 등으로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때,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시대'를 체감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적용, 영리목적의 겸직 금지, 의원연금제도 폐지, 국회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 윤리위 권한 강화,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등 정치개혁 과제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청했다.

"상생의 정치, 일하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회의 법과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예·결산심사위원회 상임위화, 예산심사의 전 과정 공개 등을 언급한 뒤 "국가발전전략과 예산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보다 효율적인 재정통제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제도 개선과 함께 '국감 폐지' 검토 필요성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에 대해 "박근혜 새 정부의 메시지 대독 수준"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 원내대표가 정부조직 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한 것에 대해 "정부조직개편 과정에 충분한 여론수렴이나 협의가 없어서, 현 정부와 새 정부의 갈등마저 일어나고 있음을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대변인은 또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주장한 이 원내대표에 대해 "도덕성, 국가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탓해야지 그리고 그러한 사람을 추천하지 못하는 검증 시스템을 탓해야지, 제도를 탓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정치개혁으로 언급된 부분들은 여당의 원내대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며 "국회에서 재정 통제를 하겠다는 것은 3권 분립을 위반한 위헌성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제54조에 국회가 국가의 예산을 심의·확정하고, 정부는 예산을 편성하도록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예산편성은 헌법상 정부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대변인은 "국정감사 폐지라는 얼토당토않은 언급이 있었다"며 "국정감사를 폐지하고 상시국회를 하자는 것은 4선 국회의원이자 여당의 원내대표가 맞는지 귀를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시국회와 국정감사가 모순되는 제도냐"고 반문한 뒤, "상임위는 지금도 언제나 열 수 있다"며 "국정감사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을 무시하고 행정부에 예속시키자는 것으로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발언"이라고 성토했다. 이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비판하더니 이제는 급기야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정감사제도를 국회 스스로 폐지하자는 주장을 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헌법 공부를 더 하셔야겠다"고 꼬집었다.

민주통합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인 최재천 의원도 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감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명백한 헌법 위반으로 유신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상"이라며 "유신체제에서는 국회 예결위 상설화나 상시국회도 상상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통의동 당선인 접견실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방미정책특사단을 접견하고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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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폐지한 국정감사 부활 돼 '5공 비리' 척결 

이한구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국정감사를 폐지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감사를 행하는 것으로, 국회가 입법 기능 외에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가지도록 한 헌법61조(국정감사·조사권)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국정'의 개념은 '의회의 입법 작용뿐만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을 뜻한다.

대상기관은 국가기관, 특별시 광역시 도, 정부투자기관, 한국은행, 농수축협중앙회, 그리고 감사원의 감사 대상기관 등이다. 국회는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 시작일 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한다(개정 2012.3.21).

1948년 제헌헌법 때 도입된 국정감사는 제 4공화국 시절 관계기관의 사무진행을 저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삭제되기도 했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통해 국회 기능을 완전히 말살시켰는데, 대통령이 국회의원 3분의 1을 추천하고, 국회 해산권·긴급조치권을 가지는 대신에 국회의 가장 중요한 행정부 감시 기능인 국정감사권을 폐지한 것이다.

국정감사권을 잃은 국회는 더 이상 정부를 견제할 수 없게 됐고, 박 전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게 된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겨우 특정한 국정사안에 국한해서 실시하는 '국정조사권'으로 변경됐고, 1987년 제 6공화국 헌법에서 국정감사권으로 부활됐다.

16년 만에 대정부 견제기능을 회복한 국회는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어왔음에도 성역으로 치부되던 청와대·안기부·보안사 등의 일부 국가기관에 대한 감사를 통해 더 이상 치외법권이 존재할 수 없음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신헌법 이후 폐지된 국정감사권이 87년 <직선제개헌>으로 부활되어 88년 10월 정기국회에서 16년 만에 국정감사가 실시되었는데, 이 국정감사에서는 일해재단·새마을운동중앙본부·새세대육영회 및 심장재단·소값파동 등 전두환 일가의 비리를 비롯하여 삼청교육대사건의 인권유린, 언론통폐합의 강압과정, 박종철 고문치사 및 은폐조작사건·권인숙 성고문사건·김근태 고문사건 등 가혹행위 및 인권 유린문제, 부실기업 정리과정의 탈법성, 서울시 등 공공기관의 수의계약, 서울지하철의 난맥상 등 수많은 제5공화국 비리(5공 비리)가 집중적으로 파헤쳐졌다." (출처 - 한국근현대사사전, 한국사사전편찬회 엮음, 2005.9.10)

그러나 수년전부터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국정감사 개폐 논의가 진행돼 왔다. 국정감사 폐지론의 근거로는 ▲ 외국에 없는 한국만의 특수 제도 ▲ 행정부 자율권 침해 ▲ 국정감사 기간 행정의 마비 초래 ▲ 정쟁의 장으로 변질 등이 제시되고 있다.

반면 정만희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술지 <공법학연구>(2009. 2)에 실린 학술논문에서 "1987년 부활한 국정감사제도는 과거 대통령의 독재화에 대한 반성으로 국회의 지위와 국정통제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권력분립의 이념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그 헌정사적 의의가 크다"며 존치를 주장했다. "헌법상 국정감사 제도의 순기능과 긍정적 역할은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국정감사제의 폐지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그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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