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 지난 2월 2일 첫방송을 시작한 SBS의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에서 온 가족이 보기에 민망만 키스신과 애정표현 장면 등이 등장해 일부 시청자로부터 '막장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SBS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 지난 2월 2일 첫방송을 시작한 SBS의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에서 온 가족이 보기에 민망만 키스신과 애정표현 장면 등이 등장해 일부 시청자로부터 '막장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김대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있다. 이른바 '막장드라마'다. 막장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묘한 끌림이 있다. 욕하고 안 보면 그만인 것을 굳이 욕하면서 보게 하는 '마력'이다. 이 때문인지 요즘 <백년의 유산>이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방송사가 막장드라마라는 욕을 먹어가면서도 막장드라마를 재생산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방송사는 CF를 먹고 산다. 시청률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건 모두 광고 섭외와 관련이 있어서다. 아무리 양질의 드라마를 만들어도 시청자가 외면하면 CF가 들어오지 않기에 허사가 되고 만다. 그런데 시청률을 높이는 방송사의 만병통치약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막장드라마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가 시청률을 올리는 데 일등공신이다. 제아무리 매스컴이 막장이라고 비난해도 방송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이것은 시청률 지상주의라는, 이를 광의의 개념으로 살펴보면 CF 섭외라는 자본주의적 생리 탓이다.

 지난 해 여름 MBC와 SBS는 주말드라마 '메이퀸'(왼쪽)과 '다섯손가락'(오른쪽)으로 막장 설정 대결을 펼친 바 있다.

지난 해 여름 MBC와 SBS는 주말드라마 '메이퀸'(왼쪽)과 '다섯손가락'(오른쪽)으로 막장 설정 대결을 펼친 바 있다. ⓒ 김대오


지난여름, 주말의 열 시라는 시간대에 MBC와 SBS는 막장의 경합을 펼친 바 있다. <다섯 손가락>과 <메이퀸>을 통해서다. <메이퀸>은 첫 회부터 살인이 등장했다. 바다의 카네기를 꿈꾸는 해양판 캔디 천해주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표명하던 이 드라마는 아역 배우를 향한 구타와 욕설이 난무하고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출생의 비밀이라는 반전도 선보인다.

<다섯 손가락>이라고 나을 건 없었다. MBC에 질세라 웃는 얼굴의 계모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손톱에 할퀴어지는 어린이의 처참함을 보여주면서 아동 학대와 살인이 교차하는 막장 이중주를 선보였다. 어린이 주인공이 성인으로 바뀌고도 막장이라는 사정은 나아질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던 드라마다.

그런데 지금 MBC와 SBS는 지난여름의 막장 페스티벌을 한겨울에 또다시 재현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MBC의 <백년의 유산>이다. 엄팽달(신구 분)의 국수공장 가업 잇기 프로젝트, 혹은 민효동(전인화 분)과 양춘희(전인화 분), 강진(박영규 분)이나 엄기옥(선우선 분)의 커플 로맨스로도 부족하던지 방영자(박원숙 분)와 민채원(유진 분)이 벌이는 '사랑과 전쟁'을 선보인다.

방영자 버전의 사랑과 전쟁이 <백년의 유산>을 막장의 꼬리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며느리를 미워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신병원에 강제로 가두는 막장 시어머니의 끝판 왕에 도달한다. 방영자의 며느리 학대기는 여러 방영분에 걸쳐 쏟아낸 게 아니다. 빠른 전개로 첫 회 만에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감금한다.

이에 질세라 SBS는 <돈의 화신> 첫 회에서 MBC와는 다른 버전의 막장을 선보인다. '선정성'이다. 이중만 회장(주현 분)에게는 영화배우 은비령(오윤아 분)이라는 애첩이 있다. 한데 애첩은 늙은 남편에게는 관심이 없었나 보다. 은비령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었으니, 이중만이 아끼는 지세광(박상민 분)이다. 두 남녀가 한 침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설정도 부족했는지 두 남녀가 거품 목욕을 하며 스킨십을 나누고 있었다. 벗은 몸으로 서로 터치하고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민망한 설정이었다.

이 장면을 몰래 지켜본 이중만 회장이 불륜 관계인 두 남녀를 살해하기 위해 총기 살인을 계획하는 장면이나 이중만 회장이 복용하는 탕약에 독극물을 집어놓고 살인을 사주하는 장면 역시 <백년의 유산>에 뒤지지 않는 자극적인 설정임이 틀림없었다.

백년의 약속 제일 애매모호한 지점을 갖는 드라마는 <백년의 유산>이다. <백년의 유산> 속 민채원은 시댁을 나와서는 자신의 ‘신분’을 보증할 만한 직업이 드러나지 않는다. 부잣집에 시집갔다는 계급을 탈색하면 직업이라는 ‘신분’이 보여야 하는데 민채원은 신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못하는 캐릭터다.

▲ 백년의 약속 제일 애매모호한 지점을 갖는 드라마는 <백년의 유산>이다. <백년의 유산> 속 민채원은 시댁을 나와서는 자신의 ‘신분’을 보증할 만한 직업이 드러나지 않는다. 부잣집에 시집갔다는 계급을 탈색하면 직업이라는 ‘신분’이 보여야 하는데 민채원은 신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못하는 캐릭터다. ⓒ MBC


지난 <백년의 유산> 방영 첫 회만에 민채원이 시어머니 때문에 정신병원에 갇힌 것처럼 <돈의 화신> 역시 선정적인 장면과 살인 모의라는 지극적인 전개가 방영 첫 회 만에 모두 이루어졌다. <돈의 화신>이 로비와 리베이트의 어둠을 해학과 풍자로 그리겠다고는 표명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백년의 유산>이 걸었던 막장의 대로를 뒤따라 활기차게 주행 중이다.

지금 주말 열 시대의 두 주말드라마는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민망한 자극적인 설정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경도된 이들 두 드라마의 선정적인 막장 설정은, 드라마를 보는 부모 시청자가 어린 자녀의 눈을 가리기에 바쁘게 하는 중이다.

시청률이 자본의 극대화로 이어지는 시청률 지상주의 앞에 온 가족이 건전하게 시청할 수 있는 청정 드라마는 멸종하고 있다. 그 반면에 막장 드라마라는, 시청률의 변형된 홍위병은 선정성을 등에 업고 온 가족이 함께 볼 드라마를 멸종시키는 중이다. 지금 <돈의 화신>은 돈에 대한 해학과 풍자를 그리는 게 아니라 노골적으로 광고 수주라는 '돈의 노예'가 되어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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