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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인사·노무 관련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이마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중기획 '헌법 위의 이마트'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대형 마트 내 복잡한 고용관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 1위 이마트가 지난 2011년 도입한 가전 전문판매사원(SE, Sales Elder) 제도에 불법적인 고용관계와 불법파견 요소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마트 내부 문서에 따르면, 가전 전문판매사원은 겉으로는 독립적인 사업자 형태였지만 사실상 이마트와 직접고용관계에 있었다.

이마트는 직원을 고용해 할 일을 이들에게 맡기면서 직접고용에 따른 부담을 피했다. 이들에게 소요되는 비용 또한 납품업체의 판매장려금을 인상해 충당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까지로 예정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서 가전 전문판매사원의 전모도 밝혀질지 주목된다. 2011년 12월 현재 이마트의 가전 전문판매사원은 285명이고, 보조사원까지 합하면 1955명에 달한다.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이마트 매장 입구에 구입한 상품을 담는 카트가 세워져 있다.
 직원사찰과 노조탄압으로 촉발된 이마트 사태가 사내 하도급과 불법 고용 등으로 옮겨지고 있다. 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과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이마트는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넘을까 관심이 모아진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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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독립적 사업주, 속은 불법 고용관계

가전 전문판매사원(이하 전문판매사원)은 이마트와 상품판매위탁계약서를 체결하고 매장에서 TV, 냉장고, 컴퓨터, 휴대전화, 가습기 등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인력이다. 고정급여에 월별 총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전문판매사원은 또 '판매보조사원'을 고용할 수 있다. 일종의 별도 직원을 고용해 매출을 늘려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마트가 납품받은 가전제품을 매장에서 대신 판매하는 위탁판매자(사업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계약항목과 법적인 관계를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마트의 '상품판매위탁계약서'에는 전문판매사원을 독립적인 사업주로 볼 수 없는 요소가 상당수 존재했다.

우선 이마트가 지정한 점포로만 판매장소가 한정돼 있었고, 이마트가 정한 정찰가로만 판매가 허용되며, 이마트 측의 허락 없이 할인이나 인상이 금지돼 있었다. 단순히 '판매'라는 역할만 할 뿐, 그에 따른 어떠한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또 비품과 집기 등의 비용을 이마트가 제공하는 점, 매장임대료나 상품구입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도 전문판매사원을 독립적인 사업주로 보기 어려운 요소다. 여기에 전문판매사원이 고용한 판매보조사원의 임금지급이나 4대 보험료 납부를 이마트가 비용 보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법무법인 태평양 "파견근로자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될 수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내놓은 이마트 전문판매사원에 대한 법률 자문 결과.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내놓은 이마트 전문판매사원에 대한 법률 자문 결과.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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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마트가 법률자문을 의뢰한 법무법인의 답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2011년 10월 6일 이마트 측에 보낸 '가전전문판매사원 노동법 검토'라는 문서에서 "전문판매사원 제도가 정상적인 판매위탁으로 인정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판매사원의 종속성을 표시하는 요인들이 다수 파악되고, 그에 따라 전문판매사원 및 판매보조사원 모두 귀사와 직접 고용관계에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태평양 측은 또 전문판매사원이 독립적인 사업자로 인정받아도 이들이 고용한 판매보조사원의 '불법파견'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전문판매사원이 독립적인 사업자로 인정되면 자연히 판매보조사원도 전문판매사원에게 고용된 노동자로 인정되고, 이에 따라 판매보조사원이 이마트의 지휘와 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파견노동자가 된다는 것이다.

태평양은 "전문판매사원이 사업주로서 실체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판매보조사원의 사용이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할 실익은 크지 않다"며 "만약 전문판매사원이 독립 사업주로 인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판매보조사원이 파견근로자법 적용을 받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전제품 판매원의 업무는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해석돼 파견근로자법상 파견대상 업무 위반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4월 시범 운영... 9월 법무법인 자문... 10월 전 매장 확대

 가전 전문판매사원(SE) 제도를 2011년 전 매장으로 확대 실시했음을 보여주는 이마트 내부 문서. 이 자료에 따르면 SE 제도는 가전 분야뿐 아니라 패션, 스포츠 등 다른 많은 분야에서 실시됐다. 가전 분야의 불법성이 드러난만큼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가전 전문판매사원(SE) 제도를 2011년 전 매장으로 확대 실시했음을 보여주는 이마트 내부 문서. 이 자료에 따르면 SE 제도는 가전 분야뿐 아니라 패션, 스포츠 등 다른 많은 분야에서 실시됐다. 가전 분야의 불법성이 드러난만큼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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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법무법인 태평양에 자문을 요청한 것은 지난 2011년 9월 말이었다. 하지만 가전 전문판매사원 제도는 그보다 6개월가량 먼저 시작됐다. 그해 4월부터 시범 매장을 선정해 실시했고, 10월에는 전 매장으로 확대했다. 법률 자문은 전 매장 확대를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법률자문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이마트는 이 제도를 계속 시행했다. 2011년 12월 현재 가전 전문판매사원은 이마트 129개 매장에 285명이고, 그들이 고용한 판매보조사원은 1670명으로 나타났다.

이런 방식으로 인력을 사용하면서 이마트는 직접 고용관계를 맺었을 때 보다 해고가 용이해지고 재고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상품판매위탁계약서를 보면 1년 단위로 이뤄지는 계약에서 종료 1개월 전 서면통보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또 전문판매사원은 이마트 측이 인정하는 재고율 이상의 재고가 발생했을 시 이를 부담해야 한다. 직영사원으로 고용했을 경우 발생하는 비용문제와 사용자 책임 대부분을 회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납품업체 판매장려금 인상 계획 세우기도

이마트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납품업체에게 받는 판매장려금도 인상할 계획을 세웠다. 이 전까지는 각 납품업체에서 판촉 인력을 이마트에 보냈지만 가전 전문판매사원을 두면 더 이상 인력 파견이 필요 없게 되기 때문에, 납품업체의 부담이 줄어든 만큼 판매장려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이에 대해서도 같은 법무법인에 검토를 요청했다. 결과는 '위법'이었다. 자신의 판매 업무에 소요되는 인건비를 납품업체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태평양 측은 "전문판매사원과 판매보조사원은 귀사와 고용관계에 있는 종업원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어 '부당한 판촉비용 등 강요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며 "납품업체로부터 귀사의 정책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았다고 해도 공정거래법 위반 위험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이마트가 가전 전문판매사원을 전면 확대하면서 실제로 판매장려금을 인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마트 "문제 수정해서 시행... 태평양이 잘 모르고 자문한 것도 있다"

이마트는 가전 전문판매사원에 대한 해명 요청에 "(태평양이 지적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수정해서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말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한 두 개밖에 없었고, 그것은 수정을 했다"면서 "나머지는 우리에 대한 태평양의 이해가 부족하거나, 우리의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지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부분은 일일이 설명을 했고, 태평양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법률 재검토 결과 문제없다는 회신을 받아서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문제가 없다'는 최종 재검토를 보여달라는 요청에 이마트측은 "구두상으로 회신받았다"고 말했다. 수정된 사항이 반영된 계약서를 볼 수 있느냐는 요청에는 "운영 노하우가 계약서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전수찬 이마트노조위원장은 "전문판매사원은 현재도 매장에서 직원들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한다"며 "자영업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 이마트가 권한을 가지고 있고, 언제든 계약해지 위험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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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장. 차이가 차별을 만들지 않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