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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인사·노무 관련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이마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보장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중기획 '헌법 위의 이마트'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직원사찰과 노조탄압으로 촉발된 이마트 사태가 이번에는 불법파견을 이미 알고도 서류상 완전도급으로 꾸미는 등 은폐했다는 내부 문건이 나와 불법파견 분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고용 형태가 매우 복잡한 유통업계는 그동안 불법파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이마트 매장앞에서 직원들이 상품이 든 박스를 정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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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이마트 특별근로감독이 전국 24개 지점으로 확대된 가운데, 이마트가 2011년 점포에서 일하는 도급업체 직원들의 불법파견을 알고도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에서 이를 잡아내기는커녕 오히려 잘 관리되고 있다고 칭찬했던 것으로 밝혀져, 현재 진행되는 특별근로감독이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마트가 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근로감독을 앞두고 벌인 자체점검에서 불법적 요소를 확인한 내부문서를 확보했다. 이마트는 이를 감추기 위해 각 지점에 상세한 '대화 매뉴얼'까지 내려보내 근로감독에 대비했다. 신세계가 그룹 차원에서 총괄했음을 의심하게 하는 문건도 있다. 이런 내용이 확인되는 이마트 내부 자료는 한두 개가 아니다.

유통업계 1위 업체에서 내부적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한 문건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형태가 매우 복잡한 대형 유통업계는 그동안 불법파견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한국수력원자력에 이어 유통업계 최초로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직원사찰과 노조탄압으로 촉발된 이마트 사태가 불법파견 문제로까지 옮겨가는 형국이다.

[이마트는 불법 이미 알고 있었다] 여러 보고서에 "불법파견 위험" 적시

 이마트가 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감독에 대비해 작성한 문서. 하도급 업무 대부분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일정한 조치 후에도 불법의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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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자신들이 협력업체 직원들과 일하는 방식이 불법파견 소지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2011년 초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 대폭 강화'를 선언하자, 이마트는 자체조사와 법률검토를 거쳐 자신들의 불법성을 확인했다.

그해 5월 13일자 이마트 대외비 문서 '2011년 사내하도급 노무점검 대응(안)'에는 "(이마트의 사내하도급은) 형태상 완전도급, 운영상 불법파견 형태 혼재"라는 자가진단 결과가 담겨 있다. 직무교육과 업무지시 주체가 모호하고, 상품 진열량이나 업무 기획 등을 이마트가 결정해 협력업체에 지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급 계약 관계임에도 원청업체가 자사의 일을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떠넘기거나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린다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이마트가 자신들의 불법 소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다른 문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해 5월 30일 작성된 '사내하도급 운영상 문제 및 해소방안' 문서에는 하도급 문제에서 쟁점 항목 열개를 뽑아 각각 법적으로 어느 정도 문제가 있는지 고(高)-유(有)-무(無)로 구분했다. 열 개 중 다섯 개가 '고'로 분류됐고, 네 개가 '유', 한 개가 '무'였다. 이마트가 외부 컨설팅에 의뢰해 제출받은 '사내하청 실태분석' 보고서(2011년 3월 15일)에는 79개 항목에 대해 노동부 지침에 대한 위반여부 위험 수준이 L(낮음)-M(중간)-H(높음)로 나와 있었다.

이런 상황은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도 파악하고 있었다. 신세계 그룹 경영지원실 인사팀은 2011년 4월 26일 '2011년 각 사별 중점 점검사항'이란 제목으로 계열사에 발송한 공문에서 "각 회사별로 위장도급 판정 가능 직무가 다수 존재"한다며 "정밀 점검 및 대응방안 수립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어떻게 대응했나] 개선해도 여전히 불법... 서류상 완전도급 형태 구축

 이마트가 본사 차원으로 사내하도급 감독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문서. '운영상 - 불법파견 형태 혼재' 돼 있음을 파악하고, '완전도급 형태의 서류 완비'를 대응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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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이마트의 대응 계획은 두 가지 차원으로 진행됐다. 위에서 언급한 '2011년 사내하도급 노무점검 대응(안)'을 보면 "완전도급 형태의 서류를 완비하고, 최대한 불법파견 형태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정립해 노무점검에 철저히 대비한다", "실질적인 도급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준비", "6월 내 서류/대응논리 완료" 등의 계획을 세웠다. 서류상으로 완벽한 도급 형태를 만들고, 현장에서는 불법파견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장에서 불법파견 요소를 제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사내하도급 운영상 문제 및 해소방안' 문서에는 개선안을 명시하며 6월 안에 시행한다고 했지만, 비용정산, 캐셔, 검품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개선안을 시행하더라도 위법성을 피하는데 "실질운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축산/수산 분야는 개선안을 시행해도 여전히 위험성이 높다고 적시했다.

이같은 상황은 <오마이뉴스> 확인 취재 결과와도 일치한다. 지난 24일 기자와 인터뷰한 이마트 협력업체 직원 A씨는 사내하청 노동자인데도 이마트 직영 사원에게서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그램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를 받고 있었다.

[어떻게 감췄나] 점검대비 교육 실시... 대화 매뉴얼 지침까지

불법성을 해소할 수 없었던 이마트는 자연스레 '현장 대응'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같은 해 7월 20일, 송아무개 이마트 본사 아웃소싱파트장은 본사와 각 점포 관계자 등 246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상당수 점포에서 사내하도급 현황에 대한 노동지청별 파악이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일부 점포를 중심으로 문의가 들어온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으니 참조해 답변하라"고 말했다. 송 파트장은 고용노동부의 점검이 들어올 경우 대응할 '모범 일문일답'을 제시했는데,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었다.

질문 : 사내하도급 인원은?
- 이마트에서 사내하도급 관련한 인원관리를 하지 않은 관계로 필요하시다면 확인(사내하도급사에 문의) 후 알려 드리겠다
- (최초 전화 종료 후, 나중에 전화해서) 문의 결과 OO명이다

질문 : 판매용역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 주로 상품이동과 진열, 판매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세부 문의 시) 기(旣) 배포해드린 사내하도급관련 Q&A를 참조하여 대답하여 주시고, 특히 축산/수산관련 문의 시 주의하여 대답해 주십시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8월 16일, 송 팀장은 한 단계 더 향상시킨 '모범답안'을 이마트 본사와 신세계그룹 기업문화팀 인사담당자 등 2명에게 보고한다. 7월 말 노동부에서 발표한 '사내하도급 관련 가이드라인'에 나오는 ▲ 근로조건 보호 ▲ 근로조건 개선 ▲ 도급 운영 등 총 28가지 점검사항별로 대응방안을 정리한 체크리스트였다.

이마트는 사내하도급 점검에 대비해 대대적인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또 다른 내부 문서에 따르면, 사내하도급 관련 교육은 고용노동부의 집중 감독이 실시되기 직전인 2011년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이마트는 당시 138개 전 점포의 인사파트장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사내하도급 점검 항목 총 40개의 Q&A를 작성해 담당자들에게 숙지시켰다.

[근로감독 결과는?] 고용노동부 "최고 할인점답다"

 이마트 본사 아웃소싱파트장이 각 점포 담당자에게 보낸 사내하도급 대응 관련 이메일. 고용노동부의 감독이 들어올 경우 구체적인 대화 매뉴얼이 담겨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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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어땠을까?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여러 가지 점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점들은 본사의 지침에 충실했다. 산본점 지원팀장과 매장 관리자가 그해 9월 15~16일 고용노동부의 사내하도급 점검에서 답한 내용은, 송 팀장이 일러준 모범답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래는 그 내용중 일부다.

질의) 매장 내 근무하는 사원은 몇 명이고 인력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답변) 이마트에서 관리하는 사원은 직영사원만 관리하기 때문에 직영사원수만 정확히 알고 있으며 수시로 인원이 변동되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통상 근무하는 인력은 800~900명 정도 된다. 인력 구성은 직영 사원과 도급 사원 그리고 협력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의) 도급사원과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나 업무지시가 없는지?
답변) 매출관리, 재고관리, 이익관리, 경쟁사 시장조사 등으로 바빠서 매장에 갈 일이 거의 없다.

산본점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감독관이) 전체적인 점검 결과 '최고 할인점답게 점검 준비나 서류가 잘 구비되어 있으며 노무 관리가 잘 되고 있다'며 점검을 종료했다"고 보고했다.

같은 해 7월 20일 실시된 춘천점 점검에서는 고의적으로 공문을 보여주지 않기도 했다. 이틀 뒤 춘천점에서 작성한 '사내하도급 점검 결과 보고' 내용이다.

사전에 공문 보낸 서류를 먼저 보여 줄 것을 요구
→ 지원팀장이 응대하는 동안 인사파트장이 서류 준비
→ 공문의 서류를 모두 보여 주지 않고 우선 노사협의회, 휴무계획서, 휴가대장, 연차대장, 근로자명부만 보여줌

춘천점 역시 별다른 지적사항 없이 "노사협의회 회의록을 보며 잘되어 있고 특히 노사협의회 위원 분들이 신경을 많이 쓰는 거 같다고 말함"이라는 보고가 올라와 있다.

권영국 변호사 "위장·은폐... 불법파견 징후들 꽤 많다"

권영국 변호사는 "이마트 스스로 여러 가지 (법적) 문제점을 느꼈기 때문에 이걸 위장하거나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 판단을 기준으로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지만, 불법파견의 징후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관계자는 "당시 고용부 근로감독이 예정돼 있어 이마트 내부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자체 점검하고 개선하려 했다"라며 "개선 예정 사항은 대부분 실행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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