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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6월 21일 배재고교 교정에서 열린 한국 구국십자군 창군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오른쪽에 안경을 쓴 이가 최태민씨다.
 1975년 6월 21일 배재고교 교정에서 열린 한국 구국십자군 창군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오른쪽에 안경을 쓴 이가 최태민씨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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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에 총재로 활동했던 구국여성봉사단의 '안양 땅'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던 사단법인 구국여성봉사단의 자료들(514쪽)을 찾아 검토한 결과, 의문의 안양 땅이 구국여성봉사단의 기본재산에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775번지 소재 토지와 건물, 인천시 남구 주안동 1389-1번지 소재 토지와 건물 등은 전부 기본재산에 등록돼 있었지만, 경기도와 수의계약으로 넘겨받은 안양시 석수동·박달동 일대 토지 14만3028㎡(약 4만3000평)는 제외돼 있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약 4만3000평 땅 매각대금의 행방이 묘연하게 됐다. 안양 땅의 당시 가치는 약 40억 원이고, 광명 KTX 역세권에 포함된 현재 가치로는 1500억 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국여성봉사단과 신아무개씨는 어떤 사이였길래

<오마이뉴스>는 지난 23일 사단법인 구국여성봉사단(고문 고 최태민 목사)이 지난 1978년 경기도와 수의계약으로 옛 경기도 종축장 부지를 불하받았다가 매각했으며, 이 토지의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거래가 있었다고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박근혜 총재 구국봉사단, 땅 4만3000평 소유했었다>).

의혹의 핵심은 구국여성봉사단이 경기도로부터 불하받은 땅 42필지 중 26필지(2필지는 공동 소유)를 사들였다 8개월 만에 매각한 신아무개씨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지대장에 따르면 신씨는 1979년 9월 11일 구국여성봉사단으로부터 이 땅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가, 이듬해 5월 22일 이아무개씨 등 1628명에게 소유권을 넘긴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수원지방법원 안양등기소에서 폐쇄등기부 증명서를 발급받아 확인해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안양시 석수동 565-5번지의 소유권 변동 사항이 기록된 폐쇄등기부 증명서
▲ 폐쇄등기부 증명서 안양시 석수동 565-5번지의 소유권 변동 사항이 기록된 폐쇄등기부 증명서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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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관련 기록이 전산화되기 이전 등기공무원이 손으로 기록한 이 문서에는 신씨가 사단법인 새마음봉사단(1979년 5월 구국여성봉사단은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날이 1979년 8월 30일로 되어 있고, 이 거래의 등기접수 일자는 1979년 9월 11일로 되어있다.

그런데 이아무개씨 등 1628명이 신씨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날은 1979년 6월 22일로 나와 있다. 폐쇄등기부 증명서에 따르면 신씨는 구국여성봉사단으로부터 토지를 넘겨받기도 전에 이 땅을 이아무개씨 등에게 팔아버린 것이다.

토지의 소유권은 '구국여성봉사단' → '신아무개씨' → '이아무개씨 등 1628명'의 순서로 넘어갔는데, 신씨-이씨 등의 매매거래가 구국여성봉사단-신씨 간의 매매거래보다 2개월 앞서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신씨가 이씨 등에게 땅을 판 것으로 문서상에 나타난 1979년 6월 22일에 신씨는 이 땅의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폐쇄등기부 증명서에 따르면 신씨가 사단법인 새마음봉사단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날이 1979년 8월 30일로 되어 있지만 이아무개씨 등 1628명이 신씨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날은 이보다 두 달 앞선 1979년 6월 22일로 나와 있다.
▲ 확대한 폐쇄등기부 증명서 폐쇄등기부 증명서에 따르면 신씨가 사단법인 새마음봉사단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날이 1979년 8월 30일로 되어 있지만 이아무개씨 등 1628명이 신씨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날은 이보다 두 달 앞선 1979년 6월 22일로 나와 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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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법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등기제도는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때 등기원인을 증명하는 서면 계약서와 인감증명 등 형식적 요건만 충족하면 등기를 할 수 있다"며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폐쇄등기부 증명서만 가지고는 불법적 거래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형식적 심사만 하고 있는 등기제도상 이 거래가 어떤 거래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신씨와 구국여성봉사단 사이에 어떤 밀약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4만여 평 안양 땅, 구국여성봉사단 '기본재산'에 빠져 있어

경기도와의 수의계약으로 옛 종축장 부지를 사들였다가 신씨에게 매각한 구국여성봉사단과 그 후신인 새마음봉사단은 지난 1980년 11월 22일 이미 해산됐다. 그런데 중앙기록물 관리기관인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는 새마음봉사단에 관한 일부 자료가 남아 있었다. 기자는 1월 초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을 찾아 새마음봉사단 관련 자료들을 열람한 뒤 541쪽에 이르는 관련 자료 일체를 복사했다.

1977년~1980년 문화공보부 문화예술국 문화과에서 생산된 '법인 및 사회단체 사단법인(새마음봉사단설립 및 해산)' 자료에는 구국여성봉사단·새마음봉사단의 법인 등기부 등본과 정관, 이사회 명단, 이사회회의록, 법인 기본재산 처분에 관련된 문서들이 포함돼 있다.

이 문서들 중에는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775번지 소재 토지와 건물, 인천시 남구 주안동 1389-1번지 소재 토지와 건물 등 새마음봉사단이 보유하고 있던 기본재산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만, 경기도로부터 수의계약으로 넘겨받은 안양시 석수동·박달동 일대 토지 14만3028㎡(약 4만3000평)에 관해선 그 어떤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땅이 비영리 사단법인의 목적사업비와 그 운영경비로 사용할 수 있는 운영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땅의 취득과 처분에 관한 아무런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오마이뉴스>는 새마음봉사단이 경기도로부터 사들였던 땅에 관한 의문을 풀기 위해 기록에 남아 있는 새마음봉사단 관계자들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과거 언론 보도를 검색한 결과 새마음봉사단으로부터 땅을 사들인 신아무개씨와 관련된 흥미 있는 기사를 찾아낼 수 있었다. 1979년 8월 31일자 <매일경제>는 대한광업진흥공사가 당시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수해광산의 피해복구를 위해 상환기일이 도래한 5개 피해 광산의 광업자금 상환기간을 5개월 연장해줬다고 보도했다.

또 이 기사는 이와 별도로 광업진흥공사가 8개 광산에 1억5000만 원의 특별운영자금을 융자해줬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신씨가 충남 보령에서 운영하던 광산은 광업자금 상환기간 연기 대상과 특별자금 융자 대상에 모두 포함돼 있다. 이를 유추해보면 신씨의 광산이 그만큼 침수 피해가 컸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979년 8월 31일자 <매일경제> 기사에 의하면 신아무개씨가 구국여성봉사단과 토지 매매계약을 맺을 당시 그가 운영하던 광산은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어 광업자금 상환기간 연장, 특별운영자금 융자 지원을 받은 것으로 되어있다.
 1979년 8월 31일자 <매일경제> 기사에 의하면 신아무개씨가 구국여성봉사단과 토지 매매계약을 맺을 당시 그가 운영하던 광산은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어 광업자금 상환기간 연장, 특별운영자금 융자 지원을 받은 것으로 되어있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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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폐쇄등기부 증명서에 따르면 신씨가 새마음봉사단과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한 날이 1979년 8월 30일로 나온다. 자신이 운영하던 탄광이 침수피해를 입어 광업자금 상환을 연기하고 특별운영자금까지 받은 시점에 신씨는 새마음봉사단으로부터 땅을 사들인 것이다. 이 역시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하긴 힘든 일이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두 달에 걸쳐 과거 박근혜 당선인이 총재로 있었던 새마음봉사단의 토지 매매 거래를 추적한 결과 여러 가지 의혹들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실마리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의혹들은 과거 박 당선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고 최태민 목사와의 유착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반드시 밝혀야 할 숙제로 보인다. 특히 이것이 최 목사의 딸과 사위의 재산형성을 둘러싼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태그:#구국여성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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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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