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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인사·노무 관련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이마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보장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중기획 '헌법 위의 이마트'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이마트 사태에 대해 "신세계 그룹과 이마트는 이번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이마트 사태에 대해 "신세계 그룹과 이마트는 이번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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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집중 보도로 촉발된 '이마트 사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지 약 2주가 지났다. 그동안 이마트 내부 깊숙한 곳에서 일어났던 각종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 수많은 보도가 터져나왔다. <오마이뉴스>는 이 시점에서 권영국 변호사와 함께 중간 점검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권 변호사는 <오마이뉴스>가 이마트 내부 자료를 처음 입수하고 취재할 때 하나하나 법률 자문을 구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마트 사태를 잘 알고 있는 법률가다.

권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대기업에 의한 헌법 개무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이마트의 노사관리를 조선시대 사병에 비유했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완전한 주-종 관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달력은 2013년 21세기를 가리키고 있지만 대기업 내부로 들어가면 봉건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그는 다른 대형 유통업체나 대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마트가 억울해 할 만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억울해 할 것 없다"면서 오히려 "신세계 그룹과 이마트는 이번 기회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슨 의미일까.

지금부터 2주간 정신없이 터져나온 이마트 사태를 권 변호사와 함께 중간 정리해보자. 인터뷰는 지난 25일 오후 서초동 권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이자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권 변호사는 현재 이마트에 대한 고발장을 쓰고 있다.

"이마트, 조선시대 세도가가 사병을 기른 것과 뭐가 다른가"

- 이마트 사태에 대해 한마디로 성격 규정을 한다면?
"<오마이뉴스>가 처음 제시했던 기획 제목인 '헌법 위의 이마트'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헌법이나 법률이 사업장 내로 들어가는 순간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 보도된 사안이 많은데, 하나하나 법률적인 문제를 간략히 짚어보자. 우선 노조가 만들어지기 수년 전부터 노조를 만들 만한 소위 '위험 인물'을 찍어서 그 주변인물, 심지어 여자친구까지 감시한 일은 법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관련기사 보기).
"우선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므로 노조법 위반이다. 또 감시하는 과정에서 각종 사생활 침해가 발생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적용된다. 접근 권한 없이 다른 홈페이지를 통하는 행위까지 했으므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

-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직원들의 이메일을 가지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가입 여부를 확인했으므로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관련기사 보기). 이마트 구미점에서 민주노총에서 만든 작은 홍보 수첩이 발견됐다고 정말 난리가 난 일을 법률적으로 본다면?(관련기사 보기)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상당한 지배개입과 불이익 취급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다."

- <전태일 평전>이 나왔다고 조치를 취한 일은 사상의 자유 문제와도 연결될 것 같다(관련기사 보기).
"출판의 자유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행복 추구권의 핵심인 일반적 행동의 자유 침해다. 또 사상의 자유 침해다.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일개 사기업이 재단해서 문제 삼는 것은 지극히 오만이다. 정말 민주노총 수첩 사건이나 <전태일 평전> 사건을 보면, 헌법을 개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안중에도 없다. 사기업이 과연 국적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들이 어느 사회에 존재하는가 알고는 있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오직 돈벌이만 하면 끝인가."

- 사원들을 KJ(가족)-MJ(문제)-KS(관심)-OL(여론주도) 사원으로 나누고, 또 MJ와 KS 사원들은 면담을 통해 A-B-C-D-S로 나누는 등 직원들을 분류해서 특별 관리한 것은?(관련기사 보기)
"노동조합을 결성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므로 노조법 위반은 명확하다. 그런데 이렇게만 보면 너무 평면적이다. '계급'이라는 표현만 안 썼을 뿐이지 사실상 특수 계급을 만들어 차별했다. 사람을 나누고 차별하는 것, 헌법의 핵심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권에 정면으로 거스른 행위다."

- 그 외에도 직원들이 취업 사이트에 회사를 나쁘게 말하는 글을 올리는가 감시한다든지, 직원의 여자 친구가 외부 다른 노조에 가입되어 있음을 보고한다든지, 민주노총에서 시행하는 서명운동에 사원 이름이 있는지 조사한다든지, 일종의 직급 정년인 SOS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많은 사안들이 있다(관련기사 보기). 너무 많으니 넘어가고, 이건 짚어야 할 것 같다. 노조 설립에 대비해 일개 지점 차원을 넘어 전국적으로 노조 대응 조직을 구축했다. 실태파악조, 현장대응조, 면담조 뿐 아니라 미행조까지 구축했는데(관련기사 보기).
"완전 사병 아닌가. 직원들을 미행조니 무슨 조니 팀을 만들고, 본부를 두어 전국적으로 관리하고… 조선 시대 세도가들이 사병을 길러서 사권력을 유지했던 것과 같다. 그때도 머슴들을 관리하는 중간 마름이 있었다. 적어도 신분제 타파가 근대 사회의 출발점인데, 이마트와 같은 재벌 대기업으로 들어가면 신분 사회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렇게 할 정도까지 노조가 싫었을까? 왜?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노조탄압 사례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이마트 매장앞에서 '반윤리·인권침해·노조탄압 선도기업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이  민주통합당 노웅래, 장하나 의원, 민변 권영국 노동위원장, 전수찬 이마트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반윤리·인권침해·노조탄압 이마트 공대위' 출범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노조탄압 사례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이마트 매장앞에서 '반윤리·인권침해·노조탄압 선도기업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이 민주통합당 노웅래, 장하나 의원, 민변 권영국 노동위원장, 전수찬 이마트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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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이마트 최고 경영진은 노조가 싫었을까?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에서 비판하고 주장한다. 이게 용납이 안되는 거다. 노동자와 노조를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고 지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앞에도 말했듯이 근대화 되지 않은 것이다. 주인-머슴 관계처럼 봉건적이다."

- 이렇게 하려면 오히려 노무관리 비용이 더 커지지 않을까? 그 똑똑한 사원들이 '어떻게 하면 사전에 노조를 막을까…', '어떻게 미행해야 할까…' 이런 비생산적인 고민과 실행에 매달려야 할텐데.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 대내적으로 들어가는 비용 뿐 아니라, 노조를 막기 위해 대외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껌값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경영권 세습 리스크 방지 차원도 있지 않겠는가."

- 이야기 주제를 소위 '대관', 즉 '대 관청 관리' 문제로 넘어가보자. 이번에 공무원 선물 리스트도 나왔고, 전국적으로 305명의 공무원 명단이 수록된 '인적 네트워크' 명단까지 나왔다(관련기사 보기). 고용노동부 공무원이 자신들과 다툴지도 모르는 사건에서 노무사를 소개하는 등 각종 유착을 의심할만한 내부 자료가 많이 나왔는데(관련기사 보기), 한 기업의 공무원 관리 실태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나온 것은 처음 아닌가.
"기업에서 공무원 리스트가 가끔씩 발견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전국적 단위로 전모가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 과거에는 공무원 관리 하면 고위층에 큰 뇌물을 주는 것이 연상됐는데, 이제는 양상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마트 사태를 보면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씩 그리 크지 않은 액수로 말단까지 전방위적으로 소위 '기름칠'을 한다는 느낌이다.
"삼성이 하는 방법과 유사하다고 추정된다. 삼성도 모든 방면에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순히 고위직에게만 작업해서는 장악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말단부터 최고위까지 전방위적으로 인맥 관계를 맺고 물질적 이익을 제공하여 자기 사람으로 포섭한다. 결국 재벌이나 대기업이 자신들의 편리와 반노조 경영 유지를 위해 돈으로 온 공무원 사회를 매수해 부패시키는 사회적 범죄 행위다."

-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볼 수 있지만, 개별 사안만 놓고 볼 때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아 작업 대상인 공무원들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할 것 같다.
"모든 선물에는 다 대가를 기대한다. 공무원들도 상식이 있으면 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이런 관계가 계속되면 어느 순간 법치 사회가 아니라 법을 통해 사회적 약자 탄압을 공모하는 사회가 된다. 이런 작업은 정말 질 나쁜 행위다. 명절 선물이나 식사비 등을 가장해도 분명히 뇌물이다. 분명히 해야 한다."

- 이마트 쪽에서는 직원들 사찰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대관 작업은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다른 기업들도 다 하고, 이마트는 오히려 윤리경영을 한다면서 정말 필요최소한만 했다는 거다. 이마저 안 하면 오히려 관청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한다는, 거꾸로 이마트가 약자고 공무원이 강자라는 항변을 하며 억울해 하는데(관련기사 보기).
"구린데가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쓰는 거다. 정당하게 경영한다면 오히려 공무원들이 요구했을 때 진정을 하든지 사정당국에 고발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부화뇌동해서, 요구하니까 줄 뿐이다? 스스로 왜 주는지 이유를 다 아는데? 나쁜 행위에 대해 약자일 이유가 없다."

"이마트의 공무원 관리는 정말 질 나쁜 행위"

권영국 변호사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 직원들에 대한 불법사찰과 신세계그룹차원의 무노조경영 방침에 의한 노조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소속 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 직원들에 대한 불법사찰과 신세계그룹차원의 무노조경영 방침에 의한 노조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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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사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합리적인 의심이 '과연 이마트만 이럴까?'이다.
"맞다. 같은 유통업계 빅3인 롯데마트나 홈플러스에도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없다. 실제 비슷한 노동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런 면에서 신세계 그룹과 이마트가 억울해 할 만도 하다. 한마디로 '왜 나만 가지고 그러냐?'겠지. 하지만 강도가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살인자와 성폭행자가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다고 해서 '왜 나만 갖고 그래?' 할 수 있는가. 억울해 할 필요 없다.

오히려 신세계 그룹과 이마트가 대오각성하면 된다. 변신하면 된다. 진정성 있는 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다.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고, 준법경영을 하도록 내부 체계를 바꾸면 된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회사도 돈을 벌고 노동자도 인간적으로 일하고 돈을 버는, 협력하고 공존하는 회사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금 이마트에 필요한 자세는 억울해 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 경영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살리는 것이다."

- 현재 이마트의 공식 입장은 일부 실무자 개인의 과잉행동이었고, 시나리오일 뿐 실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변하는구나 인정할 수 있는 시금석은?
"가장 대표적으로 신세계 그룹 회장이 나와서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 일부 실무자의 과잉행동이었다는, 누구도 믿지 않는 변명을 할 게 아니라, 그동안 잘못된 경영철학, 이걸 철학이라고 해야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 경영방침 때문에 저질러왔던 각종 불법적인 행위와 기본권 유린 행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이 정도 범죄 행각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미 검찰이 움직여야 했다. 고소 고발이 들어오기 전까지 기다린다? 우리는 고소 고발만이 수사 단서라고 배우지 않았다. 오히려 인지가 가장 훌륭한 수사 단서라고 배웠다."


태그:#이마트, #헌법 위의 이마트, #권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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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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