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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쌍용차 대규모 정리해고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김정우 지부장의 41일 단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해 11월 20일에 시작된 한상균·문기주·복기성 조합원의 고공농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쌍용차 사태'에 대한 글을 앞으로 3회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2012년 9월 10일 낮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경제분야 대정부질의를 방청하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심상정 의원이 김황식 총리에게 질의하던 도중 상영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와 살인적인 진압 그리고 22명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10일 낮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경제분야 대정부질의를 방청하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심상정 의원이 김황식 총리에게 질의하던 도중 상영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와 살인적인 진압 그리고 22명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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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보니 스웨덴의 사브(SAAB)와 볼보(VOLVO)의 해고노동자 이야기가 나온다. 파산한 사브의 해고노동자는 실업수당으로 생활하면서 모처럼 세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을 갖게 돼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가의 지원으로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볼보의 정리해고 노동자도 마찬가지로 실업수당으로 생활하면서 재교육 과정을 마치고, 최근에 경영이 안정된 회사의 요청으로 다시 복직했다. 재교육 과정으로 과거보다 직급이 높아졌다는 이 노동자는 볼보에서 일했던 시간들이 행복했기 때문에 그 회사에 다시 일하게 된 것을 기뻐했다.

이렇게 복직된 노동자의 수는 다른 기업으로 재취업된 노동자들을 제외하고도 15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의 모습을 보니 쌍용차 노동자들이 생각난다. 스웨덴 해고노동자들의 삶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삶과 너무도 달라서 부럽기보다는 슬프다. 스웨덴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가 돼도 '삶의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도 삶-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지난 11월 20일 오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 등 3명이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송전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오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 등 3명이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송전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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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8일, 공장에서 자살을 시도한 뒤 뇌사 상태에 빠져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결국 죽음을 맞았다. 지난 2009년 5월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에서 파업이 시작된 이후, 스물네 번째 죽음이다. 8년째 자살률 세계 1위를 놓치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일까. 이렇게 높은 자살률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지만 정작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국가는 그 '명성'에 걸맞게 한 공장에서 정리해고 이후 4년째 끊임없는 자살이 발생하는 데도 아무런 대책도, 책임을 지지도 않고 외면하고 있다.

스스로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현재의 삶이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고통을 벗어날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희망이 없는 삶,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삶을 맞닥뜨린 사람들의 선택은 죽음이었다. 그들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며 "이제는 죽음의 행렬을 끝내야 한다"고 사회적 해결을 요구했다. 지금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걷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77일의 투쟁'은 경찰의 폭력으로 진압됐다. "함께 살자"는 목소리는 경찰의 최루액과 다목적발사기 그리고 군홧발에 짓밟혔다. 그리고 지금까지 구속과 손해배상청구·불법파업의 딱지로 "함께 살자"는 목소리를 틀어막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절망을 돌보기는커녕 끊임없이 낭떠러지로 몰아붙이는 국가는 경찰의 물리적 폭력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한 폭력을 일삼고 있다.

함께 희망버스에 시동을 걸자

'쌍용차로 향하는 희망버스' 행사 포스터
 '쌍용차로 향하는 희망버스' 행사 포스터
ⓒ 다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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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잔인한 국가에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이미 지난해 청문회를 통해 쌍용자동차의 부도와 정리해고에 대한 의혹들이 확인됐다. 국정조사는 쌍용자동차 부도와 정리해고의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에 의해 노동자들이 얼마나 쉽게 삶의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 사회는 해고노동자들이 떠안은 삶의 고통을 돌보지 않았던 것을 반성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쌍용자동차에 대한 국정조사는 쌍용차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해고노동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문제'이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노동자들의 삶을 위해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약속했던 국정조사는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져서는 안 된다. 박근혜 당선인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됐다. 부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꿈이 무엇인지, 노동자들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길 바란다.

1월 26일, '쌍용차로 향하는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추운 날씨에 거리에서, 철탑에서 농성을 하는 게 안쓰럽고 걱정돼 희망버스가 시동을 거는 게 아니다.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희망버스의 탑승객들이 함께 사는 사회를 향한 희망의 시동을 함께 걸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김랑희 기자는 다산인권센터 활동가입니다.



태그:#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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