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KBL 2011-2012시즌에는 KBL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저득점 경기들이 속출했다. 안양 KGC가 역대 한 경기 최저인 41득점을 경신하는 등 과거에는 한 시즌을 통틀어 10차례도 보기 힘들었던 60득점 미만 경기가 무려 32차례나 나왔다.

또한 거듭된 저득점 경기로 인해 KBL 출범 이래 최초로 팀 평균 80득점을 넘는 팀이 단 한 팀(전주 KCC)밖에 나오지 않는 기이한 신기록이 달성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2011-2012시즌은 KBL 역사에 길이 남을 '저득점 시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 시즌에 수립된 저득점 역사들이 불과 한 시즌 만에 새로운 역사들로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순간은 지난 2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전주 KCC의 4라운드 승부에서 달성됐다.

지난 20일 열린 경기에서 삼성은 KCC에 58-72로 완패했다. 삼성은 2점슛 성공률 31.3%와 자유투 성공률 60.7%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슛 성공률을 보이며 60득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삼성이 60득점 미만의 최종 득점을 기록함으로써 이번 시즌 KBL에는 불과 169경기 만에 33번째 60득점 미만 경기가 나오고 말았다.

지난 시즌에는 총 270경기 동안 32차례 나왔던 60득점 미만 경기가 이번 시즌에는 169경기가 치러진 시점에서 이미 33차례나 발생한 것이다. 지난 2011-2012시즌에도 충분히 역사에 남을만한 저득점 경기들이 속출했지만 2012-2013시즌이 아직 100경기 이상이 남은 상태에서 일찌감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 것.

저득점 신기록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역대 최초로 팀 평균 80득점을 넘기는 팀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가장 높은 평균 득점을 기록 중인 팀은 평균 77.1득점의 인천 전자랜드다. 전자랜드가 남은 21경기에서 매 경기 평균 84.6득점을 올려야만 평균 80득점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 부문에서도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확률이 높다.

그밖에도 현재까지 무려 5개 팀이 평균 73.9득점 이하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2010-2011시즌 원주 동부가 세운 역대 한 시즌 팀 최저인 73.9득점을 무더기로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주 KCC(64.4득점)와 서울 삼성(66.5득점)은 최저 득점 경신을 넘어서서 저득점의 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번 시즌 WKBL에서 팀 평균 득점 1위에 올라 있는 신한은행이 평균 66.1득점을, 그리고 2위인 우리은행이 65.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의 저득점 현상은 맛보기에 불과했음을 증명해 나가고 있는 이번 시즌의 KBL. 저득점이 심화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로 단정지을 수 없다. 승리를 위한 수비 지향적인 농구와 전술, 선수들의 저하된 슈팅 능력과 개인 기술, 6라운드 54경기 일정에 컵대회까지 추가한 무리한 일정, 연봉 제한으로 인해 크게 낮아진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 등 너무나도 많은 요소들이 있다.

물론 저득점 경기라고 다 재미없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60득점 미만이 나오는 대부분의 저득점 경기들은 재미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저득점 경기를 살펴보면 선수들이 오픈 찬스에서도 쉽사리 슛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KBL은 계속되는 저득점 경기로 인해 농구팬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40분의 경기 시간 동안 40~50점대 득점을 올리는 경기를 굳이 돈을 주고 보러 가고 싶어 하는 농구팬은 별로 없다. 저득점과 관련된 신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이번 시즌까지만으로 족하다.

다가오는 2013-2014시즌에도 새로운 저득점 신기록들을 경신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입장 수익을 위해 기존의 무리한 6라운드 54경기 일정을 수정하지 않고 거기에 컵대회까지 추가한 KBL은 물론이고 수비지향적인 농구로 '팬'이 아닌 '승'을 챙기려는 구단과 코칭스태프도, 과거의 선배들보다 더 적은 연습량과 저조한 실력으로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선수들도 모두 노력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KBL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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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저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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