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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테이 스레이 사원의 중심 구역의 전체적인 모습.
 반테이 스레이 사원의 중심 구역의 전체적인 모습.
ⓒ 박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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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앙코르 유적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전인 반테이 스레이에 가보자. 나는 이 사원을 보기 위해 돌아오는 날, 그 아까운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시엠립에서 앙코르 와트의 돌을 가져온 쿤룬산 방향으로 약 25km 떨어진 곳인데, 조금 멀다고 렌터카 요금도 10불을 추가해 받았다.

이곳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들은 1914년 프랑스의 고고학자들인데 이들은 한결같이 반테이 스레이를 '크메르 예술의 보석'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옥 선생은 그의 책에 "이 지구 상에 가장 아름다운 신전"이라고까지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니 이곳을 가지 않을 수가 있을까.

만일 앙코르에 와서 이곳을 가지 않으면 마치 서울에 가서 남대문을 보고 오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돌아와서도 찜찜할 것만 같았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앙드레 말로가 젊은 시절 이곳에서 여신상을 도둑질해 프놈펜의 감옥에 갇히기까지 했을까.

왕이 아닌 신하가 만들어 더욱 정교하고 아름답다?

그럼 이곳의 특징은 무엇일까. 주로 김용옥 선생과 루니의 안내를 받아가면서 이야기하되, 나의 사견을 보태보겠다.

이 사원은 통상의 앙코르 지역의 사원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한 마디로 앙코르 유적지의 사원 중에서는 미니어처라고 보면 된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사원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이것이 왕이 만든 사원이 아니라 왕의 신하(야즈나바라하)가 만든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신왕사상이 지배한 앙코르에서 어떻게 신하가 어떻게 왕을 능가하는 사원을 만들 수 있었겠는가. 아마도 그것이 이유일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이 신하는 작게 만드는 대신에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왕의 신전을 능가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신전이 천년 전에 이런 밀림에 만들어졌다니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신전이 천년 전에 이런 밀림에 만들어졌다니 믿기지 않는다.
ⓒ 박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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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원을 장식한 온갖 부조의 솜씨는 앙코르 시대를 불문하고 어느 신전에서도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특히 프레아 코와 바콩에서 봤던 린텔을 기가 막히게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라마야나를 중심으로 하는 인도의 설화를 정교한 솜씨로 신전의 문 위에 린텔과 프론톤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이중삼중의 프론톤 구조는 다른 어느 앙코르 사원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이곳만의 특징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당시의 이 신전을 만든 사람들이 돌을 사용하여 신전을 만든 것이 아니라 무른 나무를 사용하여 목조 공예를 하듯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원의 정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사원이 처음 발견됐을 때는 밀림 속에 다 허물어진 돌들의 무덤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사원은 앙코르 시대의 초기 유적 중에서 가장 원형을 잘 보존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그 복원의 기술이 정확했기 때문이다.

이 사원은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복원을 담당했는데, 그들은 인도네시아의 보르부두르 사원을 복원했던 아나스틸로시스 방법(완전 해체 후 복원하는 방식)으로 이곳을 완벽하게 복원해 냈다.

이 사원의 벽면 부조에 나오는 신화는 대부분 인도 신화, 그중에서 라마야나가 중심적인 소재이다. 신들의 이야기를 완벽한 조각의 힘을 빌려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신들의 이야기는 앙코르의 많은 사원에서 부조의 방식으로 표현되지만 이곳만큼 좁은 공간에서 집약적으로 표현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테이 스레이에 가서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

자, 이런 정도 반테이 스레이의 특징을 알아보고 몇 가지 꼭 봐야 할 포인트를 말해 보자. 무엇보다 이곳의 화려한 린텔과 프론톤 구조를 보자. 그리고 린텔 속에서 표현해 보고자 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이 반테이 스레이 관람의 요체다. 우선 이 사원의 린텔이 초기의 프레아 코나 바콩의 것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로 발전하였는지 눈으로 비교해 보자.

아래의 사진을 보면 사실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 화려한 린텔을 보라.  이것이 바로 반테이 스레이의 린텔.
 이 화려한 린텔을 보라. 이것이 바로 반테이 스레이의 린텔.
ⓒ 박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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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가로 누었던 린텔의 기법은 삼각형의 화려한 린텔로 변모했고, 그속에 표현된 신들과 부속물들은 더욱 실감 나게 처리됐다. 코끼리 두 마리에 호위를 받는 여신 락슈미를 자세히 보면 큰 귀고리까지 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화려한 3중 린텔 구조를 보자.

3중의 프론톤 구조, 그 조각의 섬세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3중의 프론톤 구조, 그 조각의 섬세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 박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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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보면 중앙의 가로형 린텔이 3각형의 촛불형 프론톤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삼중으로 연속됐음을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장관이다. 마치 이글이글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린텔 내의 부조도 어디에서 볼 수 없는 입체성을 보여 주고 있다. 마치 무른 나무를 다룬 듯한 조각 솜씨이다.

앙드레 말로가 도둑질한 동양의 모나리자

앙드레 말로는 누구?
앙드레 말로(1901-1976)
 앙드레 말로(1901-1976)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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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좌파 지식인이다. 파리에서 출생해 동양어학을 전공했다. 그는 일찌감치 아시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인도차이나의 민족주의자들의 독립운동을 도왔고, 중국 공산당과도 협력했다.

활발한 문학활동을 하면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설 <인간의 조건> <모멸의 시대> <희망>등을 집필했다. 유럽에 전체주의가 나타나자 지드 등과 반파시즘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드골 정권에서는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사후 그는 프랑스의 위인들이 묻혀 있는 파리 판테온에 묻혔다.
이제 앙드레 말로가 그토록 매혹돼 철창행을 마다하지 않고 도굴을 시도했던 그 동양의 모나리자를 찾아보자.

앙드레 말로는 1923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이곳에 와서 신전의 문 옆에 있는 여신상을 뽑아 갔다. 그러나 곧 그는 잡히고 프놈펜에서 재판을 받았다. 프랑스의 구명 운동으로 훔친 여신상을 돌려주는 선에서 감옥행은 면했다고 한다.

반테이 스레이 사원은 세 개의 탑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에서 중앙탑은 남자 신인 드바라팔라가 지키고 있고, 중앙탑 양쪽의 탑 두 개는 여신인 데바타가 지키고 있다.

바로 동양의 모나리자는 이 데바타를 말하는 것인데, 이들 모습은 대체로 동일한 것으로 그 아름다움에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그럼 앙드레 말로가 훔쳐가 후일 복원된 모나리자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김용옥 선생의 책에 나온 주인공을 한참을 걸려 찾아낸 다음 감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주변에서 일본인들을 안내하는 캄보디아인 가이드를 만났는데, 혹시나 하고 저것이 바로 앙드레 말로가 훔쳐간 그 모나리자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답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모나리자는 중앙탑의 왼쪽(신전의 뒤편에서 봤을 때)의 안쪽 측면에 있어 뒤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사원의 중심부는 붕괴의 위험 때문에 내가 갔을 때는 출입을 할 수 없고 단지 주변에서만 볼 수 있었다).

현지 가이드는 웃으면서 앙드레 말로의 모나리자가 특별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니 다른 모나리자를 보는 것으로 대신하라고 한다.

동양의 모나리자, 말로가 도둑질해 간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거의 유사한 것이라 생각된다.
 동양의 모나리자, 말로가 도둑질해 간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거의 유사한 것이라 생각된다.
ⓒ 박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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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앙드레 말로만 심미안을 가진 것이 아니잖은가. 나는 말로의 모나리자 찾기를 포기하고 내 눈에 들어온 모나리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관능미가 넘친다. 풍만한 유방, 하늘거리는 치마 사이로 늘씬한 각선미가 한눈에 들어온다.


태그:#세계문명기행, #앙코르 와트, #반테이 스레이, #앙드레 말로,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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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법률가로 살아오면서(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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