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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인사·노무 관련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이마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중기획 '헌법 위의 이마트'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유통업계 1위 신세계 그룹 이마트는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사원들을 따로 뽑아 명단을 작성해 공식 조직과 별도로 관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문제사원 사찰, 매장 분위기 감시 및 여론 조성, 위기상황 관리, 관공서 관리 등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일을 수행했다. 이마트는 이들에게 높은 인사고과로 화답했다. 이들의 명칭은 'KJ'였다.

이는 이마트의 내부자료와 <오마이뉴스> 확인취재 결과 드러났다. <오마이뉴스>는 KJ의 실체에 관한 이마트 내부자료를 다수 입수했다.

이런 이마트의 행태는 전형적인 '노동자를 활용한 노동자 통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도덕적으로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불법적인 요소마저 있다.

'KJ'는 누구인가

2011년 3월 이마트 인사기업문화팀의 인사담당이 작성한 '복수노조 대응전략' 자료 12페이지. 이 자료에는 KJ 사원이 '가족 사원'을 지칭한다는 것과, 이들을 집중 육성하고 교육해 문제(MJ) 사원을 1 대 1로 관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2011년 3월 이마트 인사기업문화팀의 인사담당이 작성한 '복수노조 대응전략' 자료 12페이지. 이 자료에는 KJ 사원이 '가족 사원'을 지칭한다는 것과, 이들을 집중 육성하고 교육해 문제(MJ) 사원을 1 대 1로 관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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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이마트가 노조를 세우거나 가담할 가능성이 높은 사원을 MJ 사원, 즉 문제 사원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사찰에 가까운 감시를 해왔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관련기사 모두 보기 : 헌법 위의 이마트)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런 감시를 이마트는 어떻게 수행한 것일까?

이마트 내부 자료들에는 MJ 외에도 KJ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 특히 MJ를 언급할 때 KJ도 같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2011년 4월 21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임원회의 자료를 보면 '복수노조 관련 대응력 강화 방안'으로 "KJ 인력 대응력 및 외부 동향관리 강화"와 "MJ 인력 및 다수 누락자 밀착 관리"라고 나란히 나와있다. KJ? KJ는 누구일까?

이런 의문은 2011년 3월 이마트 기업문화팀의 인사담당이 작성한 '복수노조 대응전략' 자료에서 실마리가 잡혔다. 총 12페이지짜리 PPT 문서의 10페이지에는 '선제적 대응 : 기타 방안'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점포의 관리능력 강화
- 가족(KJ) 관리자/사원 집중 육성 및 관리방법 교육 (MJ 사원 1:1 관리)
- MJ 사원의 특이동향에 대한 즉시 보고체계 확립

즉, KJ는 '가족'의 약자였다. 이마트는 은밀한 지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충성도가 높은 사원들을 뽑아 '가족(KJ) 사원'으로 이름을 붙여 따로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위 문구는 충성도가 높은 사원들을 집중 육성하고 교육해,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높은 문제 사원들을 1 대 1로 밀착 관리하게 해서 그들의 동향을 수시로 보고하게 하라는 내용이다.

KJ 명단을 입수하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마트의 KJ 사원 명단 자료들. 이 자료를 근거로 볼 때 이마트의 KJ 사원 규모는 약 1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마트의 KJ 사원 명단 자료들. 이 자료를 근거로 볼 때 이마트의 KJ 사원 규모는 약 1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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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이마트가 작성한 KJ사원의 명단을 입수했다. 2011년 6월 8일 작성된 '본부 KJ 인력 리스트'에는 실명과 소속, 담당 업무, 직급별 KJ 사원 235명이 적혀 있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과장 105명, 대리 84명, 주임 43명, 기타 3명이었다. 이는 전체 본부 인원(846명)의 27.8%에 달하는 숫자다.

이 문서에서는 이들을 창동점, 사업장대표, 인사출신, 지원팀장·인사파트장 등 출신별로 따로 구분해뒀다. 이마트의 수많은 지점 중 유독 창동점의 이름만 등장하는 이유는, 취재 결과 이 지점이 이마트의 1호 지점으로서 이곳 출신들이 남달리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명단도 있다. 같은 해 6월 7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KJ인력(호남제주권)'이라는 문서에는 이 지역 내 15개 지점에 각각 3명씩 모두 45명의 KJ 사원 명단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렇게 이마트가 관리하는 KJ 사원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위 명단들을 근거로 추산할 때, 호남제주권에서 한 지점당 3명씩이었으므로 전국 147개 점포(2012년 말 현재)로 확대하면 441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본부에 소속된 235명을 더하면 총 676명이 된다. 그런데 취재 결과 각 지점의 지원팀장과 인사총무파트장은 사실상 KJ를 관리하는 KJ의 대장격이다. 또한 간부급 KJ도 있다. 종합하면 이마트의 비밀 KJ 규모는 약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마트 전체 직영 인원(1만6000명)의 약 6%다.

KJ가 하는 일, 은밀한 일

유통업계 1위 신세계 그룹 이마트는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사원들을 따로 뽑아 명단을 작성해 공식 조직과 별도로 관리하고 있었다. 이들의 명칭은 'KJ'였으며, 이들의 역할은 한마디로 '은밀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노조 등 문제 사원들을 밀착 감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1위 신세계 그룹 이마트는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사원들을 따로 뽑아 명단을 작성해 공식 조직과 별도로 관리하고 있었다. 이들의 명칭은 'KJ'였으며, 이들의 역할은 한마디로 '은밀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노조 등 문제 사원들을 밀착 감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마트 KJ 사원들의 역할은 한마디로 '은밀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노조 등 문제 사원들을 밀착 감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마트 내부 문건 곳곳에 '비선'이나 '내부 양성인력', '믿을 수 있는 인력'을 활용해 추진하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때 바로 KJ가 나선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이마트의 사내 여론조작 지침 메일에도 구체적인 입소문 내용을 "팀장 및 리더급/KJ 사원들에게 전달"하라고 명시되어 있다.(관련기사 : 이마트, 비열한 여론조작 지침)

전수찬 이마트 노동조합 위원장은 KJ 명단을 본 후 "이들은 누가 봐도 회사에 엄청난 충성파인 사람들"이라며 "그들을 이렇게 KJ로 규정해 관리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동광주점에서 있었다는 집단폭행 현장에 있던 사람을 KJ 명단에서 확인했다. 또 자신과 동인천점에서 함께 근무했던 9명의 이름이 KJ 명단에 있었다.

"동인천점에 있을 때 2011년 쯤 저와 친했던 사원들이 6개월 사이에 다른 곳으로 발령 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왔어요. 약 6명 정도가 제 주변에 새로 배치됐는데,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죠. 새로 온 사람들은 10년 전 동인천점 초기에 일했던 사람들이었는데, 원래 그렇게 다른 점포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그때, 아, 나를 에워싸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후 그들은 모두 인사총무파트장으로 승진해서 다른 점포로 갔습니다. 한 점포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인사총무파트장으로 발령 나는 사례 역시 이례적입니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이마트 전 직원은 "KJ는 인사팀에 충실한, 회사에게는 최고의 직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점에서는 인사총무파트장의 권한이 막강하다고 말했다. 수시로 본사 인사관리팀에 직원과 매장의 동향을 보고하기 때문이다. 성과급이 나왔을 때 직원들이 만족하는지, 점장이 바뀐 후 분위기는 어떤지 등 사소한 사항들도 모두 보고 사항이다. 그래서 점장도 어쩌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술자리 등에서 이야기를 다 들어주다가 위에 보고한다"면서 "직원들도 말조심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의 화답 : 인사평가

내부 감시 뿐 아니라 노동부와 경찰 등 대외 관공서 관리에도 KJ 사원이 관여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이마트의 '노사관리 대내외 인적 네트워크' 조직도에는 전국 10개 권역의 노동부와 경찰의 명단과 함께 이들을 담당하는 간부 외 KJ 사원 297명의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마트는 이렇게 은밀한 일을 수행하는 KJ 사원들에게 좋은 인사 평가로 화답했다. 이마트에서 작성된 2011년 상반기 고과추천(충청권역) 문서를 보면 11명의 상위고과 추천자 중 8명은 사유란에 "업무능력 우수" 등이 적혀있었지만, 평택점의 J씨와 천안점의 B씨, 충주점의 K씨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 책임감, 적극적인 자세
2. 권역담당자 KJ 인력

MJ와 KJ뿐 아니라 KS, OL도 있다

2011년 6월 23일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작성한 '복수노조 관련 참고 Solution(해결방안)'의 30페이지에는 MJ나 KS 사원들 면담 결과를 정리하는 방법이 나와있다. 이에 따르면 사원들을 "감염 정도"에 따라 A-B-C-D-S 등급으로 나눴다. 각 등급별 의미는 위 이미지와 같다.
 2011년 6월 23일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작성한 '복수노조 관련 참고 Solution(해결방안)'의 30페이지에는 MJ나 KS 사원들 면담 결과를 정리하는 방법이 나와있다. 이에 따르면 사원들을 "감염 정도"에 따라 A-B-C-D-S 등급으로 나눴다. 각 등급별 의미는 위 이미지와 같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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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마트가 별도로 관리하는 사원에는 MJ와 KJ 사원 뿐 아니라 KS와 OL 사원도 있었다.

KS는 문제(MJ) 사원만큼 위험하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관심(KS) 사원이다. 이마트는 문제(MJ) 사원과 관심(KS) 사원을 면담을 통해 노조에 대한 "감염 정도"에 따라 A-B-C-D-S급으로 등급을 부여해 관리했다(위 이미지 참고). <오마이뉴스>는 이마트가 작성한 MJ와 KS 사원 명단도 입수했다.

OL은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의 약자로, 회사에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사원을 지칭한다. 이마트는 OL에게 양면적인 측면이 있는 것으로 봤다. 충성도 있는 OL은 환영하지만, 불만이 쌓인 OL은 아주 위험하다. '조직 관리 위험요소'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는 "OL 사원 중 회사에 대한 불만이 내재돼 있는 인력"과 "회사 충성도가 뛰어난 인력"을 파악해 주변 친밀도를 알아보라고 적시했다.

결국 이마트는 내부 사원을 KJ(가족)-OL(여론주도)-KS(관심)-MJ(문제) 사원으로 분류하고, KS와 MJ 사원은 더 나아가 A-B-C-D-S급으로 분류해 관리했다.

이마트측은 이 내용에 대한 반론 요청에 "내부적으로 확인 중에 있다"고만 답했다.

[법률 검토] 권영국 변호사 "헌법 위의 기업이라는 우려 현실화"

사내 직원들을 KJ(가족)-OL(여론주도)-KS(관심)-MJ(문제) 사원으로 분류하고 다시 KS와 MJ 사원들을 A-B-C-D-S로 분류해 관리한 이마트의 인사·노무관리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업무상의 범위를 벗어난 사적인 영역에까지 사찰과 정보수집행위를 일상화하고 그에 따라 처우를 달리하게 되는 것"이라며 불법적인 요소가 많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사기업이 문제 사원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감시체계를 관행화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존중 등 기본권 보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헌법 질서를 유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헌법 위의 기업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정법상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 ▲정보통신법 위반죄 ▲형법상 비밀침해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노조법 위반죄 등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태그:#이마트, #헌법 위의 이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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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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