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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싶다>는 '멜로의 하이브리드'를 시도한 드라마였다.

<보고싶다>는 '멜로의 하이브리드'를 시도한 드라마였다. ⓒ MBC


사적 복수의 통쾌함은 아직도 유효하다

지난해 우리네 드라마에서 그토록 사적 복수가 횡행할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몸담는 사회 현실이 공정한 세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한국에서 강세를 보이는 현상도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방증이었다.

MBC<보고싶다>(극본 문희정·연출 이재동)는 좀 특이했다. 통상의 멜로라면 달콤한 사랑의 판타지를 극대화한다. 설사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가로막는 역경을 묘사한다 하더라도 심각한 사회의 치부를 건드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고싶다>는 우리 사회 속 어두운 현실 가운데 하나인 '아동성폭행'이라는 트라우마를 직시했다.

<보고싶다>가 이수연(윤은혜 분)의 성폭행범이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을 뛰어넘어 사적 복수까지 당하게 한 영상적 '쾌감'은, 현실에서는 미비한 처벌 수위를 드라마라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서나마 보충한다. 이렇게 이 드라마는 멜로에 스릴러를, '달콤함'에 '쌉싸름'을 곁들인다. 전형적인 멜로의 공식을 벗어나서 사회 문제도 직시하게 만든, '멜로의 하이브리드'를 시도한 드라마였던 셈이다.

 MBC <보고싶다> 한진희

MBC <보고싶다> 한진희 ⓒ 이김프로덕션


현실 속 배금주의에 대한 비판

두 남녀 주인공이 비바람과 같은 무수한 상처를 겪는 건 한태준(한진희 분)의 배금주의로부터 비롯됐다. 드라마 속 '악의 축'이 한태준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한태준이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원인'에도 주목해야만 한다.

한태준이 다른 사람을 괴롭게 하는 원인은 그가 선천적 악인이어서라기보다는 배금주의의 숭배자이기 때문이었다. '돈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가질 수 있다'는, 이익 때문이라면 타인의 안녕을 해치는 일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드라마 속 한태준의 태도는 우리 현실과 접점을 갖는 또 하나의 지점이다.

무한경쟁에 치이는 현실 속 '삼포세대'를 만드는 건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며 인간 소외를 부추기는 사회의 시스템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가치관, 혹은 세계화에 경도될 때 그 부작용이 가속화된다. 한태준은 현실의 신자유주의의 상징으로 바라볼 수 있다.

 MBC <보고싶다> 유승호

MBC <보고싶다> 유승호 ⓒ MBC


그럼에도 용두사미가 되고 만 드라마

<보고싶다>의 전작 <아랑사또전>을 기억하는가. 이준기와 신민아라는 톱스타를 데려다 놓고 극이 전개될 때마다 하나씩 늘어만 가는 미스터리에 결국에는 예측 가능한 결말로 끝을 맺어버리던 드라마 말이다. 무언가 있어 보일 것만 같았는데, 미스터리에만 집중한 나머지 알맹이가 부족한 드라마였다.

<보고싶다>의 모양새도 이와 유사하다. 처음에는 멜로에 사회악에 대한 사적 응징의 쾌감을 선사한 드라마, 혹은 사회 문제를 직시하게 만든 드라마였다. 하지만 <보고싶다>는 복수의 서사에서 벗어나 피해자를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보고싶다>에서 응징해야 할 대상은 이수연을 성폭행한 범인이나 한태준이었지, 한태준의 피해자 중 하나인 강형준(유승호 분)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강형준을 연쇄살인범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피해자도 응징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결국 강형준은 '사랑이 과하면 집착이 되고, 사랑으로 가장한 집착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보여주는 역할에 그치고 말았다. 탐욕의 실체인 한태준의 권선징악도 예측 가능한 결말로 끝을 맺은 건 전형성의 한계를 보여줬다. 그렇게 <보고싶다>가 시도했던 '멜로의 하이브리드'는 실패했다. 드라마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가 싶더니, 결국 첫사랑의 결실로 끝을 맺은 <보고싶다>는 '용두사미' <아랑사또전>의 전철을 밟은 셈이 되었다.

보고싶다 박유천 윤은혜 유승호 아랑사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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