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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과 미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양국 사이의 무역액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 수출은 한미FTA 발효 이전인 2011년보다 줄었고, 수입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신 자동차와 부품 등 일부 품목의 경우만 대미 수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14일 내놓은 수출입동향 보고서에는 이같은 사실은 빼 놓은 채, 오히려 한미FTA 효과로 대미수출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한미FTA는 작년 3월 15일 정식 발효됐다. 정부는 그 이전 수출 통계치까지 다 합해서 계산한 것이다.

통상전문가들은 "정부가 FTA 효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면서 "정부 자료를 보더라도 사실상 미국이나 유럽과의 FTA 효과가 거의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 발효 이후에는 2011년 대비 수출, 수입 오히려 줄어

관세청이 14일 내놓은 '2012년 수출입동향(확정치)' 내용 일부
 관세청이 14일 내놓은 '2012년 수출입동향(확정치)' 내용 일부
ⓒ 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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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은 이날 '2012년 수출입동향(확정치)'을 발표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수출입 교역규모를 공식적으로 내놓는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이어 "동남아와 중동 등 신흥시장 개척과 함께 한미 FTA로 미국 수출 증가, 석유제품과 승용차 등 수출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역별 평가에 한미FTA 효과로 대미 수출이 2011년에 비해 4.1% 증가한 585억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는 한미FTA 발효 이전인 1~3월까지의 수치를 모두 더한 것이다. 한미FTA는 작년 3월 15일 정식 발효됐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관세청을 통해 한미FTA 발효 이후인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의 대미 수출액을 살펴보니 2012년 428억4600만불이었다. 이는 2011년 같은 기간 436억만불보다 적은 금액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미FTA 발효이후 4월부터 연말까지의 수출액으로만 따지면 2011년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발효일이 3월 15일이므로 굳이 보름 정도의 FTA 효과까지 계산해서 3월부터 12월까지 (수출액을) 계산해보면 약간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3월 한 달을 FTA효과로 포함시킬 경우, 10개월 동안 대미 수출액은 488억불 정도였다. 2011년 같은 기간 대미 수출 483억불보다는 5억불 정도 많다.

또 정부가 내놓은 대미 수출 증가율만 보더라도 FTA 발효 이후인 4월부터 9개월 동안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발효 이후인 4월(4.1%), 6월(0.2%), 7월(0.9%), 9월(0.4%) 등 4개월만 증가했고, 나머지 5개월은 수출 증가율이 감소했다.

미국에서 들여온 수입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433억3700만불로 2011년 445억6900만불 보다 2.8% 줄어들었다. 결국 한미FTA로 인해 한미 양국의 수출입 규모 자체가 줄어든 셈이다. 

대미 자동차와 부품 등 특정 제품만 수출 늘고, 대부분 줄어

관세청이 14일 발표한 '2012년 수출입동향(확정치)' 일부
 관세청이 14일 발표한 '2012년 수출입동향(확정치)' 일부
ⓒ 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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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미FTA 발효 후 양국간 수출입 규모가 줄었지만 특정 산업과 제품 등에선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한 해 동안 대미 수출에서 승용차가 19.5% 증가했고, 자동차 부품도 12.5% 늘었다. 철강제품과 석유제품도 10% 이상 증가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미FTA로 상대적으로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자동차와 관련된 부문에서 수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미FTA 발효 이후 양국 간 전체적인 교역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이들 자동차 관련 품목이 증가했다면 다른 분야의 수출 감소는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시장으로 꼽혀왔던 유럽연합과의 교역 역시 FTA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한 해 동안 대 EU 수출은 494억불로 2011년에 비해 무려 11.4%나 줄었다. 반대로 대 EU 수입액은 504억불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10억불에 달하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FTA 이전까지만 해도 EU를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왔다.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출 감소가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정부는 한미 FTA로 인한 양국 간 무역증대로 일자리 창출 등 온갖 장밋빛 환상을 심어놨다"면서 "하지만 9개월 만에 그같은 환상은 깨졌고, 이를 감추기 위해 통계까지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부 자료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이미 한미 간 FTA 효과는 거의 없으며 일부 특정 자동차 대기업만을 위한 그들만의 FTA로 전락했다"면서 "유럽과도 FTA 체결이전에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다가 결국 독일 등 일부 EU 국가들의 고가품 수출만 늘려준 꼴이 됐다"고 강조했다.

FTA 경제적 효과를 연구해 온 신범철 경기대 교수(경제학과)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과의 FTA를 통해 경제성장 등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연구 결과 밝혀진 사실"이라며 "새 정부에선 현재 진행 중인 무리한 동시다발적 FTA 체결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관세청, #한미FTA, #한EU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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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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