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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를 접속한 여성 이용자 소감. ‘일베’를 방문한 여성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소감을 편집한 일베 게시물.
▲ ‘일베’를 접속한 여성 이용자 소감. ‘일베’를 방문한 여성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소감을 편집한 일베 게시물.
ⓒ 일간 베스트 저장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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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라는 곳을 오늘 드디어 가봤음. 글 몇 개 클릭해보니. 남동생이 군대 갔다 온 후 쓰던 방에서 나곤 하던 그 냄새. 담배+술+20대 초중반의 수컷+먹고 남은 컵라면+기타 등등을 섞어 놓은 듯한 그 냄새. 그런 냄새가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날 수 있구나."

약칭 '일베'라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방문한 여성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소감이다. 이 게시물 바로 밑에는 해당 여성을 성적으로 희롱하고 비꼬는 욕설이 달렸다.

'일간 베스트 저장소'의 줄인 말인 '일베'는 유머와 관련된 글과 사진, 만화 등이 게시되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20대와 30대가 주로 이용하며, 사용자들에게 많은 '일베'(추천에 해당)를 받은 게시물이 게시판 상위에 노출된다.

일베는 최근 웹사이트 분석평가 사이트 '랭키닷컴' 기준으로 유머·재미 사이트에서 방문자수 1위를 자랑한다. 평일 동시 접속자수는 약 2만 명을 상회하며, 하루 평균 약 250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2012년 초까지 일베의 월 평균방문자 수는 70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대선시기를 전후로 급성장했다.

일베에서는 '홍어드립(전라도 말투를 흉내내어 비꼬는 말)'과 '고인드립(DJ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로 사용된다)'이 소재로 사용된 게시물이 종종 눈에 띈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등 독재로 비판받는 인물은 '산업화'의 공신으로 찬양된다. 이때문에 일베는 보수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로 대표된다. 대선 전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알바 논란'으로 잘 알려진 진보성향의 '오유'(오늘의 유머)와 반대성향을 보이며 온라인커뮤니티의 양대 축으로 성장했다.

일베인들은 '나꼼수'에 열광하며 야권을 지지하는 2030세대의 여성들을 진보정치권의 '감성팔이'에 쉽게 동원되는 '좌좀'(좌익좀비)으로 취급한다. 일베 게시판에는 진보적 목소리를 내는 여성연예인들을 공격하는 글이 주를 이룬다. 일부 이용자들은 '6세 여아 강간 모의사건' 등 일반여성에 대한 성폭력적 게시글과 댓글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때문에 18대 대선을 전후로 여성 네티즌들의 '공적'이 됐다.

여성을 음식에 비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게시물

일베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 지난 1월 8일 오후 4시 51분 57초에 올라온 게시물(제목 : 방금전 일베상황 / 게시물 원본 URL http://www.ilbe.com/617078806). 이 게시물에 첨부된 이미지를 내려받아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 일베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 지난 1월 8일 오후 4시 51분 57초에 올라온 게시물(제목 : 방금전 일베상황 / 게시물 원본 URL http://www.ilbe.com/617078806). 이 게시물에 첨부된 이미지를 내려받아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 일간 베스트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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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게시글의 다수가 여성 비하와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베' 게시판에서는 '김치녀' 혹은 '스시녀'라는 단어를 쉽게 볼 수 있다. '김치녀'는 한국여성을, '스시녀'는 일본 여성을 뜻한다. 여성을 비하하는 사진 게시물에는 언제나 "먹고 싶다" 등의 성폭력적인 댓글이 달린다.

지난 8일부터 11일 사이에 '일베' 게시판에 올라온 여성 비하 게시물은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민망할 정도다. 음담패설이 담긴 게시물이 많은 추천을 받아, 일간 베스트 상위에 노출돼 있었다. 일부 이용자는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를 자기 아이디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등장하는 여성 혐오감은 기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와 맥을 같이 한다. '일베' 게시판에서 자주 쓰이는 '보슬아치'(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에 '벼슬아치'가 덧붙여진 인터넷 비속어)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이 말은 여성이라는 성별을 무기로 남성들에 비해 과도한 권리를 요구한다는 걸 뜻한다.

'일베' 게시판에는 진보정치와 전라도 혐오 정서도 넘친다. 이런 분위기는 사회정치 현안에 대해 진보적 견해를 나타내는 여성 연예인, 유명인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난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등 최근 진보적 목소리를 낸 소설가 공지영에 대한 공격이 대표적이다. '일베'의 여러 게시물은 공지영씨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게 아니라 "집회 장소에 명품 핸드백을 들고 나가는 허영심 많은 무개념녀"라는 식으로 공격한다. 

일베에 올라온 배우 김여진 비난 게시물.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 올라온 김여진 비난 게시물.
▲ 일베에 올라온 배우 김여진 비난 게시물.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 올라온 김여진 비난 게시물.
ⓒ 일간 베스트 저장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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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근에는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는 이유로 방송출연을 취소당한 배우 김여진씨를 "종북 연예인"이라 비난하는 글도 올라왔다. '일베' 이용자가 트위터에 올린 전라도 출신 여성 연예인에 대한 성폭력적 게시물도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다.

'일베'의 뿌리를 2000년대 초반에 활성화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일베 사용자인 아이디 '우리고향끼리'에 따르면 '일베'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중 코갤(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에서 시작됐다. '코갤'에서 심한 욕설과 지나친 선정성으로 삭제 대상이 된 게시물을 볼 수 있도록 제작한 사이트가 바로 '일베'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2004년 노무현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한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2004년 노무현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한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
ⓒ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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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 온종일 인터넷에 몰입하던 '디시폐인'들이 활발한 정치담론을 펼친 계기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이었다. 정치사회 갤러리를 중심으로 디시폐인들은 자발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탄핵반대'를 외치면서 반한나라당 여론을 만들었다. '익명의 골방에서 광장여론의 주체로' 디시폐인들이 우뚝 서는 계기였다.

그러나 '일베' 이용자들은 당시 디시폐인들의 진보적 정치참여를 디시인사이드의 '흑역사'(어두운 역사를 지칭하는 인터넷 은어)라고 부른다.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디시인사이드는 서서히 보수우파의 담론 집결지로 변신해 갔다. 

"'산업화'된 우리... 5·18은 북괴의 조종"

"기존 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세를 확보하고 일종의 헤게모니를 쥐니까, (보수우파들이) 그 반감으로 (좌파) 몰아내는 작업을 했다. 애초에 권력이 오래 지속되는 걸 못 보는 것이 (디시인사이드와 '일베') 게시판의 특성인 것 같다."

<우리는 디씨>의 저자 이길호씨는 디시인사이드와 '일베'의 급격한 보수우경화의 시작을 2008년 촛불시위 이후로 본다. 보수우파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명박 정권 이후 강화된 군의 안보교육도 젊은층의 반공·보수 이념을 상승시켰다고 분석한다.

'일베' 이용자들은, 정치성향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는 현상을 '산업화'라고 부른다. 아이디 '막장 아이콘'이 밝힌 자신의 '산업화' 계기는 천안함 침몰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다. 군복무 시절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임을 당연시 하는 안보 교육을 받고,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청년들이 사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산업화'됐다는 것이다. 

전땅크.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 올라온 전두환 이미지
▲ 전땅크.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 올라온 전두환 이미지
ⓒ 일간 베스트 저장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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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과정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일베' 게시판에서는 보수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 찬양과 왜곡된 역사적 견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책임이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전땅크'라고 칭송 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북한군 특수부대가 일으킨 소요"라고 받아들이는 등 보편적 역사인식과 상당히 괴리되어 있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친일파와 독재자, 그리고 재벌들을 산업화 세력이라고 미화하는 이명박 정권의 역사왜곡 때문"이라며 "여기에 청년실업 위기가 결합하면서 '산업화만이 경제 위기 해결방법'이라는 논리가 전개됐다"고 분석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일베'에서는 보수우익의 정치성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일베' 게시판에는 진보정치권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시물(일명 '고인드립')이 많다. 또 희망버스를 통해 한진중공업 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연대 움직임을 "감성팔이"라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선거에서 야권을 높게 지지하는 호남지역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한층 강화됐다. 전라도 출신을 '홍어'로 비유하며 공격하는 게 대표적이다.

"우리는 보수우파 최후의 보루"

보수우파 최후의 보루. 민주당을 비롯한 종북 좌익세력으로부터 보수의 가치를 지킨다고 인식하는 게시물
▲ 보수우파 최후의 보루. 민주당을 비롯한 종북 좌익세력으로부터 보수의 가치를 지킨다고 인식하는 게시물
ⓒ 일간 베스트 저장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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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우리고향끼리'는 '일베'를 "보수우파 최후의 보루"라고 표현한다. '일베' 이용자들이 보기에 2008년 촛불시위로 인한 이명박 정권의 위기,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여당의 지리멸렬한 참패 원인은 인터넷 여론을 진보에게 내준 탓이다.

'일베'는 18대 대통령 선거 때 현실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행사했다. 이들은 선거 과정에서 '팩트체크'라는 이름으로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고가 의자 논란을 일으키는 등 야권을 비판 하는 다양한 패러디물을 쏟아냈다.

이들의 활동에 대해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는 대변인이 나서 "새누리당의 불법 댓글 부대"라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대선 기간 중 '일베'가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해 안형환 대변인 명의로 경찰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최근 '대선 이후 반 종북 통일전선의 과제'라는 자신의 칼럼에서 '일베'를 "2030세대 안에서도 활동적인 우파"라고 규정하며 "SNS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해 18대 대선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일베'를 "한국 우파에 생동력과 확장성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요인들"이라며 극찬했다.

문화평론가이자 진보신당 기획위원인 김민하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일베'에 대해 "현실정치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본다"면서도 "('일베'의 움직임이) 사회 보수적 토양과 잘 만나면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과 같은 정치개입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일베'가 조갑제 대표의 바람처럼 "한국 우파에 생동력과 확장성을 불어 넣을" 가능성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일베'에 대한 최근 누리꾼들의 혐오감에 가까운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너 일베충(蟲)이니?"... 커지는 누리꾼들의 반감

너 일베충이니? 일베 사이트에 반대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 너 일베충이니? 일베 사이트에 반대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 페이스북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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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는 '일베'를 청소년유해 사이트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1만8000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이에 동조했고, 청원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서명서를 전달하고 '일베를 유해 사이트로 지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청원자는 성기 사진을 인증하거나, 경쟁 사이트 이용자를 폭행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일베'의 엽기적 게시물을 청원 이유로 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 불법정보심의팀 관계자는 11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베 전체 사이트에 대한 심의 외에도 건별 심의도 꽤 많이 들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심의중"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도 '너 일베충(蟲)이니?'라는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12월 12일 만들진 이 페이지의 개설 목적은 "일베의 반사회적인 문화를 고발하고, 그 이용자(이하 일베충)들의 위험성에 대해 공감하기 위해"서다.

이 페이지의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일베' 게시판에서 자주 쓰이는 인터넷 언어인 '운지', '~하盧', '전땅크 부릉부릉', '홍어', '절라디언', '슨상님' 등을 사용하는 누리꾼을 "@너 일베충이니?"라는 말로 소환하며 압박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베'의 선정적 게시글 문화에 피해를 입은 일반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14일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여성 운영자 윤아무개(28)씨는 자신이 비키니 입은 사진을 무단으로 '일베' 게시판에 올리고, 성폭력적 댓글을 단 '일베' 이용자들을 대전 둔산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

문화평론가 김민하씨는 "공권력이나 심의기구를 통해 '일베' 이용자들의 주장을 입막음하는 것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장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이들의 주장이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담론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베' 운영진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일베' 게시판에 견해를 밝히고 적극 해명했다. '일베'의 운영자인 아이디 '새부'는 "(일베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면서도 "적절하지 못한 컨텐츠에 대해서는 운영진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삭제 및 제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는 성폭력적 게시물과 그에 동조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편집에 의해 과장되어 여론몰이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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