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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로 지정돼 보훈급여금을 받는다면 종전에 받은 5·18민주화운동 보상금은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라남도 경찰국장으로 재직하던 안병하씨는 당시 경찰관들에게 무장하지 말고 유혈 과잉진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지시하는 등 유혈사태의 확산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안병하씨는 1980년 5월26일 시위진압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됐고, 그 후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강제 연행돼 8일간 불법구금 된 채 혹독한 심문을 받고 강압에 의해 사표를 제출한 뒤 석방됐다.

하지만 불법구금 등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로 생긴 후유 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다가 결국 1988년 10월 급성심호흡마비로 숨졌다.

이후 안씨의 처 J(80)씨와 3명의 자녀들은 당시 '광주보상법'에 의해 국가를 상대로 보상금 등의 지급을 구했으나 생활지원금 및 위로금으로 830만 원만 지급되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대법원은 1997년 5월 "안병하씨는 광주보상법에 따라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생계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유가족에게 생활지원금과 위로금으로 9100만 원의 보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확정했다.

안병하씨의 유가족은 판결에 따라 생활지원금과 위로금 등을 수령했고, 종전에 이미 수령한 강제연행·불법구금 일수 보상금을 합하면 광주보상법에 의해 수령한 보상금은 총 1억1033만 원이었다.

한편 J씨는 2005년 9월 "남편(안병하)이 국가유공자법에서 정한 '순직군경'에 해당된다"며 국가유공자 유족등록을 신청했고, 서울지방보훈청은 2006년 8월 국가유공자로 의결했다.

이에 J씨는 2009년 3월 보훈급여금 지급을 청구했는데, 서울지방보훈청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06년 3월 개정된 옛 광주보상법)을 들어 종전 보상금을 반환해야만 보훈급여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통지했다.

그러자 J씨는 2009년 4월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위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0년 8월 "보훈급여금을 지급하면서 종전 보상금을 반환할 것을 해제 조건으로 부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에 따라 J씨는 서울지방보훈청으로부터 남편의 최초 유족등록 신청 시기인 2005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의 소급 보훈급여금(순직 고령배우자) 5948만 원을 수령했고, 2010년 9월부터 현재까지는 매월 191만 원씩을 수령해 오고 있다.

그런데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가 감사원으로부터 "5·18보상법에 따라 안병하씨의 유가족들로부터 종전 보상금을 환수하라"는 통보를 받자, 2010년 12월 종전에 지급한 보상금 환수 통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J씨와 자녀들은 "보상심의위원회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5·18보상금반환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인 광주지법 행정부(재판장 정경현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국가가 이중으로 보상한 결과 종전 보상금이 잘못 지급된 것"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인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장병우 부장판사)는 2012년 5월 안병하씨의 3자녀에 대한 1심 패소 판결을 뒤집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정사실 및 관련 규정에 의하면 보훈급여금은 장래에도 계속 원고 J씨에게만 매달 지급될 것이고, 나머지 선정자(자녀 3명)에게는 전혀 지급되지 않는 점, J씨가 사망하더라도, 나머지 선정자들이 모두 성년에 달했고, 그들이 생활능력이 없을 정도의 장애도 없어 보훈급여금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5·18보상법이 국가유공자법에 의한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자에 대해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취지는 이중의 보상을 제한하기 위한 것인 점에 비춰 보면, 원고 J씨를 제외한 나머지 선정자들은 국가유공자법에 의한 보훈급여금을 전혀 받을 수 없어 결국 이중의 보상을 받았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래에도 이중의 보상을 받을 수도 없어 5·18보상법에 의한 '보상금이 과오지급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자녀들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0일 안병하씨의 처 J(80)씨와 자녀 3명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5·18민주화운동 보상금 반환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자녀들에게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안병하씨는 5·18민주화운동 국가유공자에 해당해 5·18민주화운동 보상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안병하의 유족인 원고들은 5·18민주화운동 보상법에 의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원고들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인 안병하씨의 유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종전 보상금을 받은 것은 5·18민주화운동 보상법이 정한 환수사유인 보상금 등이 '과오지급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원고들이 받은 보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선정자들이 국가유공자법에 의한 보훈급여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 '과오지급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5·18민주화운동 보상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며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국가유공자, #5ㆍ18광주민주화운동, #안병하, #보상금, #보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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