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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모습
 선자령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모습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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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몽유병 환자처럼 그동안 수차례 가본 산인데도 마음은 늘 '칼바람 맞으며 오르는 폭풍의 언덕 선자령'에 가 있다. 그런데 마침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 동네 '새마음 산악회'에서 나에게 겨울 산행지로 어디가 좋으냐고 자문을 구한다.

내 마음 같아선 '덕유산, 소백산, 태백산, 지리산, 설악산' 중에 추천을 하고 싶지만, 회원들 산행 수준을 고려해 빡센 산행지보다는 다소 쉬운 산행지를 선택한 곳이 선자령이다. 선자령은 고도는 1158m지만 산행을 시작하는 들머리가 840m라 실질적인 산행은 겨우 317m만 오르면 되는데 그것도 펑퍼짐하게 이어지는 설원을 걷는 산행이라 선자령을 추천한 것이다.

그랬더니 산악회에서 아예 나더러 선자령 산행을 리드해 달라 부탁해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 2012년 1월 9일 22명의 회원님을 태우고 부평에서 7시 반 선자령을 향해 달려 3시간여에 도착하니 10시 20분인데 차에서 내리니 역시 선자령 칼바람은 그 매서운 칼날을 기세등등 휘두르며 매몰차게 몰아친다.

그러다 보니 일행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옷깃을 여미고 방한모 아이젠 스패치를 착용하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그동안 몇 차례 선자령 산행을 할 때마다 대관령국사성황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해 칼바람을 가슴에 앉고 산행을 해 힘이 들었는데 특히 일요일은 전국각처에서 몰려온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뤄 산행이 녹록지 않다.

대관령 산림습원 복원구간
 대관령 산림습원 복원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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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자령 산행에 참가한 일행들과 함게
 이날 선자령 산행에 참가한 일행들과 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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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번 산행은 평일이라 등산객이 별로없는'양떼목장 - 풍해조림지' 코스로 산행을 시작하는데 애당초 심설산행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눈 가뭄으로 눈 많기로 소문난 선자령에도 눈이 별로다. 그 덕에 등산로는 러셀이 잘되어 편한데 그래도 등산로 아닌 곳엔 보통 30cm 이상 눈이 쌓인 것을 보며 위안을 삼으며 간다.

참고로 선자령 산행엔 특별히 방한에 유의해야 한다. 이곳은 북서 계절풍이 유난히 강한 지역이어서 정상에서 초막골로 내려가기 전까지 바람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 복장이 부실하면 자칫 저체온증으로 큰 어려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자령의 강추위가 얼마나 맹위를 떨쳤으면 그동안 선자령을 다녀간 사람들 표현이 한 마디로 '시베리아 강추위'에 비교할 정도다.

선자령은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와 평창면, 도암면 횡계리 삼정평 사이에 있는 대관령 북쪽에 있었으며 이곳 지형이 완만한 경사지를 이룬데다 토질이 좋아 1972년 600만 평의 초지를 개간 1985년에 이르러 동양 최대의 대관령 삼양목장을 조성하고 풍력단지가 조성되어 새로운 산업 및 관광자원으로서 주목받는 자연 청정 지역이다.

우리가 가는 삼양목장길 가는 길엔 대관령 산림 습원 복원 구간이라 좌우로 울창한 수목이 우거져 아마 여름철 산행 땐 환상의 녹음 터널을 지나는 또 다른 산행의 진수를 맛보며 산행을 할 것 같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선자령' 산행하면 대부분 나무도 별로 없는 구릉선 산행을 하기 고집한다.

삼양목장 철조망 울타리 능선에서 건너다본 KT 송신소
 삼양목장 철조망 울타리 능선에서 건너다본 KT 송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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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목장 철조망 울타리에서 본 설경
 삼양목장 철조망 울타리에서 본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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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산림 습원 복원 구간 산행길은 고즈넉하게 이어지는 골짜기 산행으로 예상외로 그 소문난 선자령 칼바람 맛을 모르고 지나게 되니 일행들 산행 시작 얼마 안 돼 벌써 덥다고 다운자킷을 벗어 배낭에 넣는다. 하지만 잠시 가파르게 오르는 설원을 지나 대관령삼양목장 철조망 울타리 이정표 대관령 0.7km 선자령 5.1km에 오르니 그러면 그렇지 선자령 칼바람은 역시 우리를 비켜가지 않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한꺼번에 선자령 세찬 칼바람 세례를 퍼 분다.

그러다 보니 벗었던 옷을 다시 입고 삼양목장 철조망 울타리 길을 따라 가는데 그동안 '유수의 사진작가들이 겨울 풍경으로 소개한 명소의 그림들'이 바로 내 눈앞에 실물로 여기저기 눈에 뜨이는데 그 풍경이 얼마나 환상인지 그 절경에 취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나도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 들이대며 그 아름다운 절경을 담아보지만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를 이미 잘 알고 있기에 사진에 대한 기대는 포기 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대포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왔어야 하는 건데...

바람의 언덕 삼양목장 철조망 길을 내려서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다시 완만한 계곡 산행으로 울창한 숲 속에 많은 사람이 오간 길을 따라 가노라니 애당초 선자령 정상까지 산행을 않고 중간쯤에서 설경만 감상하고 되돌아 내려오려 했던 몇몇 회원님들이 자꾸 원망을 한다. 왜 가도 가도 능선이 보이질 않느냐고?

거대 풍력발전기와 함께하는 풍경
 거대 풍력발전기와 함께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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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풍력발전단지 풍경
 선자령 풍력발전단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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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 진행하는 코스엔 능선이라곤 선자령 정상 밑 풍력단지 능선에나 올라서야 하는데 그곳에 오르면 선자령 정상에 도달한것이니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중도 산행을 포기하려 했던 일행들도 어쩔 수 없이 '죽이 되나 밥이 되나?' 그곳까지 오르는 수밖에 없다. 샘터 지나 6부 능선쯤 오르자 서서히 좌측으로 새파란 하늘에 거대 풍력 발전기 돌아가는 풍경이 보이자 환호를 외친다.

그렇게 계곡을 벗어나 풍력발전기 안부에 오르자 마치 우리를 날려 버릴 기세로 세찬 선자령 칼바람이 우리를 향해 쌩쌩 몰아치니 일행 중 일부 여자분들은 겁을 먹고 이곳까지 온 것만도 기록을 깼다며 정상을 바로 코앞에 두고 우회해 구릉지 전망대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그 모습 보며 마음은 어떻게 해서라도 함께 오르고 싶은 맘이 굴뚝 같지만 무리한 산행을 강행하는 것보다는 능력에 맞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 생각하고 남은 사람끼리 정상을 오르기로 하고 초막 교 하산 코스 근처까지 가는데 그동안 내가 선자령엘 몇 번 왔어도 이렇게 많은 풍력발전기 단지 중심부를 걸어 보긴 처음이다.

거대 선자령 풍력발전단지 풍경
 거대 선자령 풍력발전단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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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정상 백두대간비
 선자령 정상 백두대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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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따가울 정도로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 소리,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 그런가 하면 이따금 지나가는 제트기 엔진 소리가 합창이 되어 정신이 몽롱해질 정돈데 더 웃기는 일은 그 와중에 내가 무슨 종군기자가 된 것처럼 설경을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선자령 정상 능선에 오르니 저만큼 멀리 백두대간선자령 입석 비가 우리를 반긴다.

일행들과 서둘러 세찬 바람을 피해 백두대간 비 앞에서 인증 샷 몇 컷을 남기고 함께 정상에 오른 일행들에게 천천히 하산하라 당부해놓고 나는 서둘러 정상에 오르지 않고 우회한 일행들을 만나려 산악 마라톤 수준으로 뛰어 하산하는데 어떤 분이 나를 보고 '조심하라 당부'를 하지만 아직은 그동안 수년간 꾸준히 이어온 아침운동 (헬스) 덕에 먼저 하산한 일행들보다 앞서 하산하는 것으로 이날의 선자령 산행을 모두 마친다.

하산길에 본 풍경 마치 비행접시가 불시착한 모습과 흡사하다.
 하산길에 본 풍경 마치 비행접시가 불시착한 모습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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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람 폭풍의 언덕 선자령 선자령 산행을 하며 고생한 산행 이야기를 기사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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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선자령, #대관령, #삼양목장, #풍력발전단지, #백두대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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