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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표지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표지
ⓒ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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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사전을 보니 "어떤 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힘쓰는 사람"이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것밖에 모르겠다. 그래서 사전은 "흔히 정치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을 이른다"고 덧붙여 놓았다.

활동가란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보통은 그 앞에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비정부기구(NGO)' 등의 말이 붙어야 좀 이해가 된다. 한마디로 '남 좋은 일'을 직업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직업이라면 '밥벌이'가 돼야 하는데, '남 좋은 일'을 하면서 자기 밥도 챙겨먹는 게 가능할까? 말이 공익적이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늘 '삐딱한' 소리만 하던데, 그럼 '운동권' 같은 건가? 아직도 궁금한 게 많다.

그들이 하는 '활동'은 많이 알려지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활동가라는 직업.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최문정 씀, 산지니 펴냄)는 그런 활동가의 삶 이모저모를 배꼽 잡는 재치와 가슴 저린 감동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도전하는 청춘 최문정의 활똥가 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 저자 최문정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에서 민생상담과 주민교육 활동가로 일했다. 2009년부터 '활똥가 일기'라는 제목으로 써온 생활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책에는 좌충우돌 초보 활동가 시절의 이야기부터, 7년간 그곳에서 만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 센터 바깥에서 만난 훈훈한 이웃들의 이야기, 그리고 알콩달콩 사랑이 터지는(?) 유쾌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각각 실려 있다.

가장 깊이 빠져들어서 읽게 되는 것은 역시 2부, 실업이나 파산 등의 무거운 짐을 지고 그를 찾아온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모은 부분이다. 최저임금법을 어긴 사업주 때문에 찾아온 '예술인' 할아버지, 우산대의 무서움을 알게 해준 김씨 아저씨, 진단서 끊을 돈조차 없어서 정부 지원을 못 받은 영양실조 자매 등. '세상에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나' 할 정도로 기막힌 사연들을 듣고 있자니 가슴이 아려온다.

민생상담 활동가로 7년... 가슴 저린 사연들이 가득

양현자씨네 수입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15만 원, 장애수당 10여만 원, 남편 국민연금 25만 원, 화장품 방문판매로 버는 10여만 원. 이렇게 총 60여만 원이 전부입니다. 여기서 집세 15만 원, 아들 복지관 프로그램비 20만 원, 각종 공과금을 뺀 나머지 돈으로 밥도 먹고 옷도 사고 교통비도 충당해야 합니다. (줄임) 치아가 하나둘 빠지기 시작하고 잇몸질환으로 어금니까지 죄다 뽑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남은 치아는 아랫니 네 개, 위쪽 앞니부터 왼쪽 어금니까지, 전부 해봐야 열 개 남짓입니다.(132~133쪽)

남편도 죽고, 서른이 넘은 장애인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사는 60대 여성의 이야기다. 저자는 그를 위해 수급 신청을 하고 구청 무료틀니 사업 신청도 해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서도 말 못한 그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이렇게 털어놓고 나니 너무 속 시원하고 살 거 같네예" 할 때까지 들어주는 것. 그리고 그가 가진 유쾌한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저자는 참 겸손하다. 이것저것을 가르쳐줘야 하는 상담이란 일을 하지만 그는 이래라저래라 하고 '내담자 위에서' 가르치는 법은 없다.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아픔을 함께하는 것, 그것이 소통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인다.

인생의 낭떠러지까지 내몰린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선물하는 민생상담 활동. 하지만 그는 '활동가'와 '봉사자' 사이에서 생기는 안팎의 갈등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 단순히 '남을 위해 일하는 착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당연한 배려와 희생을 기대하는 시선 때문이다.

'거기 계시는 분들 다 좋은 분들이잖아요'라는 말에 전 그만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만만한 거야?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니까, 그 사람들의 마음은 아무렇게나 들쑤셔도 된다고 생각해? (줄임) 우리는 성인군자가 아니야. (줄임)'라는 말을 내뱉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149쪽)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에는 내담자에게 직접 돈을 주지는 않는다는 원칙이 있단다. 집을 나온 청소년에게 돌아갈 차비를 줬는데, 그가 집에 가겠다는 약속도 어기고 또 다시 돈까지 요구하자 저자는 배신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가시 돋친 말들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참고, 애써 냉정한 말로 거절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더 큰 후회 때문에 힘들었다고 한다.    

제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금석이는 정말 그 돈이 절실했고 그 얼마의 돈만 있으면 일도 구하고 제대로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제가 한 친구의 새 출발을 막은 것만 같아 참 괴로웠습니다.(151쪽)

이래서 그 일을 7년이나 해온 것 같다. 사람들과 나눈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돌이켜보는 마음. '남 좋은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그런 마음 없이는 안 되나 보다. 이웃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됐다. 이 사회에서 가난은 숨겨야만 하는 죄가 돼버린 걸까. 그런 이들에게 살아갈 권리와 일할 권리를 되찾아주고 용기와 웃음을 심어준 저자의 '활동'은 이름을 잃어버린 그들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일이었다.

'빵빵' 터지는 이야기... 팔딱팔딱 살아 있는 언어가 일품

사연 하나하나는 꽤 무겁지만 책을 읽는 내내 키득키득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상황과 인물을 꼼꼼하게 묘사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조율한다. 구석구석 훑어 진솔하고 시원하게 보여주는 것. 자신의 눈과 마음을 가장하지 않는다는 생활글의 미덕을 유감없이 뽐낸다. 신나게 웃다보면 문득 뒤통수가 찌릿해지는 '메시지'까지 있으니, 몸에도 좋고 맛도 달콤한 최고의 약이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내가 대기업 다니다가 휴일 출근한다고 했어도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내가 놀러나 다니는 사람 같아 보여요?"

자격지심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말을 해놓고도 '너무 과했나?' 하며 갸웃거리고 있었는데 그런 미안함도 잠시였습니다. 김 여사는 더더욱 순수하고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어, 맨날 놀러 다니데."

항복. 더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애꿎은 밥만 퍼 먹고 있었습니다.(259쪽)

4부에 주로 등장하는 저자의 어머니 '김 여사'는 책의 마지막 장까지 독자들이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 서른이 넘도록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저자가 옥신각신 지지고 볶으며 만들어내는 사소한(?) 이야기들 속에서, 활동가라는 흔치 않은 이름으로 살아온 저자의 삶을 또 짐작해볼 수 있다.

저자는 재미난 사투리 입말을 살린 생생한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독자를 상황 속에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자기가 하는 말을 거침없이 글로 옮긴다는 단순한 비법. 입에는 없고 글에만 있는 죽은 언어가 아니라, 팔딱팔딱 살아 입에 착착 달라붙는 언어들이 선사하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그 맛을 따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원고지와 대화하듯 신나게 '말을 옮기는' 저자의 표정이 떠오르는 듯하다.

책을 읽기 전 '도전하는 청춘 최문정의 활똥가 일기'라는 부제를 보고, '도전'이라는 말이 좀 안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저 하나 좋자고 죽자 사자 뛰어도 먹고살기 힘들다는 요즘 세상에, 남 좋은 일로 먹고살겠다는 것이야말로 도전이 아니고 뭘까 싶다.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저자의 도전이 또 어떤 삶으로 이어질지, 그의 첫 마음이 변치 않기를 응원하면서 마지막으로 그의 다짐을 몇 줄 옮겨본다.

하긴 먹고사는 일이 어디 전부겠습니까. 내 마음이 고프지 않게, 내 정신이 고프지 않게 사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직도 전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있나 봅니다. 배고프고 술 고픈 건 어떻게 견뎌보겠지만, 마음이 고픈 건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을 지난 시간을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119쪽)

덧붙이는 글 |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최문정 씀, 산지니 펴냄, 2012년 11월, 287쪽, 1만3000원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 도전하는 청춘 최문정의 활똥가 일기

최문정 글.그림, 산지니(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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