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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보수주의자의 커밍아웃'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진보야, 박정희를 건드려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보라. 51.6%가 똘똘 뭉쳤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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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강연 주제를 '범죄학'에서 '정의'로 바꾸었나?"

- '한국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내걸고 전국 강연을 준비하는 걸로 안다.
"제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나왔을 때 책을 읽었다. 그 책이 쉽지 않고 재미있지도 않은데도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이 상당히 놀라웠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은 정말 이 책을 사간 사람들이 다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을까?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슬쩍슬쩍 물어보고 알아봤다. 그런데 읽었다는 사람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엄청난 부수가 팔려나갔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관심을 갖게 됐고, 경찰대에서 마이클 샌델의 책을 부교재로 쓰면서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했다. 그리고 책에 나오는 철학사조 간의 논쟁, 이런 부분들을 학생들에게 제시하면서 토론도 해봤다.

그때는 제가 이렇게 대중과 만나리라는 생각은 못하고 우리 경찰관들이 가져야 할 자베르적인, 즉 현장적이고 단순화된 처벌적 정의가 아니라 조금 더 숙고하고 심사하는 시각에서의 정의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부교재로 사용한 것이다. 양자가 서로를 적으로 보는 전쟁적, 냉전적인 상태에서 또 다음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지금 내게 주어진 5년의 시간, 이 시간이 우리 국민들에게 있는 그러한 냉전 심리를 와해시켜 조금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할 기회다.

그동안 외면하고 회피했던 복잡한 사안들을 좀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고민과 논쟁을 계속 해나가다 보면 다음 선거 때는 지금 같은 비극적인 양강구도, 이기고 지면서 극명하게 희비극이 갈리는 게 아니라 승자에게 박수를 충분히 쳐줄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좋은 테마가 정의였다. 보편적이고 제가 제일 좋아하고 제일 자신있는 주제여서 그걸로 우리 국민들과 만나보자고 한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렇게 불합리하고, 단단한 방어심리의 껍집을 깰 수 있지 않을까?"

- 28개월 동안 무료로 범죄학 강의를 해왔는데, 갑자기 정의로 주제를 바꾼 것은 대선 결과도 영향을 미친 건가?
"당연하다. 제 역할이 확대되었다고 본다. 바뀐 게 아니라 (제 역할의) 확대라고 봐 달라. 제가 진행한 범죄학 강의 콘서트도 정의에 관한 것이다. 범죄를 테마로 했지만 과연 우리 사회에서 범죄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좌우 범죄학의 주장들을 같이 살펴봤다. 그러면서 처벌이 능사일까 하는 민감한 주제도 던졌다. 그래서 다른 대안적인 방안들도 얘기했다. 연쇄살인범, 묻지마 살인범 등 우리가 가장 미워할 수 있고, 아무 불편함 없이 그냥 돌 던질 수 있는 사건들도 꺼내서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시민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왔다. 범죄라는 좁은 영역에서 정의를 보던 것을 좀 크게 확대해서 보자는 것이다.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범죄자다. 하지만 일반적인 범죄학 테두리에서 이런 얘기를 잘 안 한다. 이명박 정권이 5년 동안 했던 것에 잘못이 있다면 그것도 일탈과 범죄 영역에서 다룰 수 있다. 그러니까 정의와 범죄의 영역이 그렇게 먼 것이 아니다."

"진보야 박정희 대통령을 건드려서 어떤 결과나 나왔니?"

- 한국사회가 여전히 정의가 필요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다. 먹고 살기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에는 정의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다. 일단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한다. 그 앞에는 어떤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정의를 얘기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 내가 존경하고 고마워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악으로 보고 싶어하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안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그 부분이 역사에 대한 진보와 보수 간에 화합이 필요한 지점이다. 진보야, 박정희를 건드려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보라. 51.6%가 똘똘 뭉쳤다.

지금 제가 잡혀가지 않고 죽지 않고 하고 싶은 얘기를 막 떠드는 그 이면에는 민주화를 이뤄내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민주 열사들이 있지만, 다른 한쪽에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했던 산업화의 역군들도 있다. 이 둘을 모두 끌어안고 가고 싶다. 그리고 이 둘을 좀 화해시키고 싶다. 서로에게 빚진 게 있고, 서로가 인정해줄 게 있다고 보고 시작하자. 그리고 나서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잘못된 정의의 관점에서 단죄해야 할 부분들은 단죄하자. 그렇게 했을 때 우리가 정말 통합과 화합을 이루고 공정한 경쟁으로 갈 수 있다."

-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그 자베르가 많을수록 정의가 빨리 충만될까, 아니면 표 교수처럼 인간화된 자베르가 많아야, 자베르가 좀 인간적으로 진화해야  정의가 좀 더 빨리 충만해질까?
"대단히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법집행의 영역, 형사사법의 영역에서는 다수의 자베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위의 영역, 정치의 영역 내지는 의사결정 단계에서 법 집행을 하는 고위 관료들은 진화된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관들은 좌고우면하고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법과 원칙, 규칙, 지시에 따라서 자베르처럼 어떤 압력이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의 역할을 하면 된다. 그런데 그에게 내려지는 지시, 그들이 일하기 위해 따라야 할 규칙, 법, 이건 잘 만들어야 한다.

법과 규칙, 제도는 단순무식하게 만들어지면 안 되고, 대단히 복잡하면서 철학적이고 역사적인 것도 담아야 하고, 시대정신도 담아서 만들어야 하고, 정책도 입안되어야 한다. 지시와 명령이 많은 숙고와 고민 속에서 나와야 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는 수많은 자베르들은 고민과 걱정할 필요 없이 자기의 단순한 정의감만을 가지고 수행을 해도 그것이 궁극적인 '메타 저스티스'(정의의 범위나 경계를 아우르는)에 부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대선을 빼고는 표 교수가 선택한 후보들이 다 승리했다. 대선 족집게라고 해야 하나?
"기회주의자(웃음). 요즘 저를 부르는 새로운 명칭이죠. 기가 막힌 기회주의자."

- 대체로 기회주의자는 승리하는 쪽으로 붙죠.
"그러니까 저를 기회주의자라고 부른다. 이번에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리라고 판단했다는 거다. 근데 제 트위터에 들어와 보면 과거에 막 욕설, 비방, 악플 달던 친구들은 다 나갔다. 재미없으니까. 저는 다른 분들과 다르다. 저는 심리게임을 할 줄 알기 때문에 그분들을 살짝살짝 약 올려 그러한 비방이 저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서 나가게 한다. 대신 조금 수준이 높아진 형태로 약 올리는 경우가 있다. '야, 기회주의자 표창원, 너 어떡하니? 이제 새됐다' 이런 식의 글들이 많아졌다. '문재인 될 줄 알고 거기 붙었는데, 쯧쯧' 뭐 이런 식이다. 저는 그런 것들에 '오케이, 위트가 있어 받아줄 만해' 하고 허용한다."

"5년 전 이명박 후보를 찍은 걸 후회한 적은 없다"

 '진짜 보수주의자의 커밍아웃'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제가 후회하고 말고 할 정도로 그동안 제 한 표의 의미를 그렇게 크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웃음). 그만큼 저는 솔직히 정치에 무식했다. 무식했고, 무지했고 비겁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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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것에는 특별한 느낌이 있겠다.
"있다. 제가 문 후보를 개인적으로 아는 것도 아니고, 민주통합당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만 제가 추구하는 정의가 구현되고 진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지금의 국정원, 경찰, 새누리당의 권력이 그대로 또다시 집권을 하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권교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경찰대 교수 사직 등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문 후보를 지원한 것이 되고, 민주통합당에 도움을 준 것이 됐다. 서로 공식적인 연합을 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필요에 의한 연합이 무의식적, 비공식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당연히 문 후보의 승리를 기대했고, 원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누가 보더라도 그렇게 보인다. 한 번도 공식적으로 (문 후보 지지를) 얘기한 적은 없지만. 그래서 대선결과가 저에게 주는 의미는 그 전 대선과는 전혀 달랐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치에 무관심했고, 정치를 혐오했다. 누구를 찍을까라는 판단도 정의냐 불의냐가 아니라 누가 될 수 있을까였다(웃음)."

- 5년 전에 이명박 후보를 찍은 것과 5년 후에 문재인 후보를 찍은 것의 간극이 사람들에게는 좀 이해가 안되겠다.
"그럴 거다. 그러니 저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비난하고 악플 달았던 사람들 중에는 최근 일련의 부드러운 방송을 보고는 사과글을 올린 사람도 있다. 제가 이러이러한 익명의 아이디로 표 교수한테 비방, 욕설, 악플을 달았던 사람입니다, 사과드립니다라고. 그분들이 처음에 저를 기회주의자로 봤고, 야당과 밀약을 맺어 국회의원 등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양심을 판 사람으로 봤던 거다. 그들의 욕과 비방이 불의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의감의 표현이라고 봤고, 저는 불의한 사람이었던 거다. 그런데 돌아가는 추이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분들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분들도 보인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이다'에서 '이상한 사람이다'로 바뀌었다. 정체를 도저히 모르겠다는 거다. 그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과 선입견으로 저를 보려고 하지 말라. 그렇게 하면 저를 이해하지 못한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하며 선입견 없이 한번 들여다보라. 저는 무수히 많은 힌트를 드렸다. 언론 인터뷰, 블로그에 올린 글을 어떤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면 결코 저를 파악할 수 없다는 거다. 제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저렇게 되었을까, 그 이전에 보였던 행태와 행동들이 지금의 모습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혹시 차이가 아닌 연속성이 있는 것은 아니까, 이렇게 한번 들여다보면 저를 이해할 수 있다."

- 혹시 5년 전에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나?
"후회한 적은 없다. 왜냐하면 제가 후회하고 말고 할 정도로 그동안 제 한 표의 의미를 그렇게 크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웃음). 그만큼 저는 솔직히 정치에 무식했다. 무식했고, 무지했고 비겁했다."

- 4년 간은 괜찮았다가 올해부터는 좀 후회하지 않았나?
"제가 이명박 대통령을 선호하지 않았다. 제 투표 행위 자체에도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았다."

"나꼼수, 닥치고 정치식은 다른 쪽의 다수에게 먹히지 않아"

- 그동안 대선 투표 때에는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의미를 많이 부여한 거고.
"그러면서 제가 깨달은 게 아, 저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겠구나 하는 거였다. 이번에도 1번이냐, 2번이냐 선택하는 데에서 흔히 깨어 있다는 진보 쪽 사람들처럼 고민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리 마음 속에 1번인지 2번인지를 결정하고 간 분들도 꽤 있었겠지만, 어떤 분들은 투표하라고 하니까 누구 찍을까 하다가 찍은 분들도 있을 거다. 이젠 내가 정치가 뭔지 좀 알겠다. 내가 정치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결국 정치적 정의가 확보되었을 때 사법적 정의, 수사적 정의도 확보되는구나 하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그래서 투표율 제고를 얘기했던 거다. 

그런데 제가 아주 늦게 깨달은 거다. 이제 앞으로 5년간은 중간지대를 만들어서 저와 같이 대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투표했던, 혹은 안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나꼼수(인터넷 팟캐스트 '나는꼼수다'), 닥치고 정치식의 접근은 젊은 세대나 소수 진보적인 분들에게 통하고 열광과 환호를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쪽의 다수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그것을 제가 깨닫게 된 거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앞으로 해갈 역할은 대단히 부드럽고, 재미있고, 그러면서 의미를 발견하고, 한 사람의 시민, 한 표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하고, 그래서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발견하는 시간을 드리고 싶다. 그래서 5년 뒤의 선거는 좀 더 생각을 많이 한 상태에서, 좀 더 이성적으로 좀 더 진짜 나은 정책과 나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이것이 제 뒤늦은 자각이다."

- 이번 대선에서 그걸 아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그렇다."

- 대선 결과에 "이성이 본능적 공포감에 졌다"는 평가를 내놓았던데 어떤 의미에서인가?
"변화, 정권교체 등 우리가 대선에 담은 의미는 이성적인 거다. 우리 역사를 살펴보고, 4대강, 언론자유, 권력형 비리 등 지난 5년간 들여다보고 우리가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본 거다. 이것은 이성적인 흐름에서 나온 결과다. 그러니 우리가 깨어 있자, 투표하자고 나온 거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를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결집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감정은 이성보다 강하다. 제가 범죄심리학자라 잘 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그걸 교묘하게 잘 이용했다.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끌고 나갔다.

'지면 죽어', '쟤들 빨갱이야', '북한과 가까워', 'NLL까지 포기하려고 했대', 그것에는 다른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TV토론에서 좋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어도, 마련한 정책의 현실성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된다고 해도, 그들의 정체성 자체가 실패한 정권이라고 규정한 이 권력과 연장선상에 있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던 거다.오로지 '지면 죽어', '빨갱이 세상 돼', 그 본능적인 공포와 감정, 이것으로 결집된 그 수많은 표 앞에서 이성은 무력화됐다고 평가한 거다."

"박정희를 부정하는 한 진보가 다수가 될 수는 없어"

- 그렇다면 도대체 그 감정은 어떻게 생긴 걸까? 선거전에는 이명박 대통령 심판론이 아주 높았던 것으로 느껴졌는데 왜 그런 감정이 생겨났나?
"선동이다. 그 당시에 저는 중간지대에 있는 약 14%의 표를 끌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라고 봤다. TV토론이 그런 부동층을 끌어올 수 있다고 봐서 TV토론 보기 운동을 벌였다. 내용, 태도, 매너 등 세 가지 항목으로 TV토론 평가표도 만들었다. 그 평가표를 받아서 실제 채점한 분들도 많다. 그분들이 트위터를 통해서 저에게 보내온 답은 '채점할 필요조차 없다'라는 거였다. 그러한 이성적 접근이 통할 수 있으리라고 본 거다. 그래서 제 몸을 다 던져가지고 JTBC 토론에 나가 흔들릴 수 있는 박근혜표 2%와 중간의 부동층을 끌어오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제가 잘못 봤다. 저쪽에서 시도했던, 아주 오래됐고, 경험적으로 통용되지 않으리라고 알고 있었던 색깔론이 결국 통했다. 그것을 이제 깨닫게 됐다. 그게 그만큼 무섭구나. 그게 51%라는 결집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걸 막기 위해서 제가 '진정한 보수라면 종북좌빨론 집어치워라'라는 글을 올린 거다. 그러한 시도를 좀 완화시키고 조절하고 통제시키려고. 그런데 별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의원 중심으로 경험 많고 노회하면서 한국 대중들의 기본적인 정서를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반칙이지만 십알단(십자군알바단)들을 동원해 인터넷에서 여론조작을 위해 노력하고, NLL로 문재인 후보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묶었다. 그것을 인구가 많은 영남지역에 반복적으로 진행했다. 그것이 결국 이성이 아닌 감정을 자극했다. 옳은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 그것이 효과적이고 이길 수 있다는 것들을 봤을 때 그런 것을 쓴 거다.

문재인 후보가 사형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것은 이성적인 판단이고 결정이다.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고 법률가로서도 알고 있는 법 원칙과 범죄 효과 부분들에 따른 양심적이고 이성적인 행위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사형을 집행하겠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사형을 집행할 수 있을까? 저는 그럴 수 없다고 봤다. 그런데 국민들 다수가 사형제 폐지를 반대했다. 새누리당은 다수에게 공유될 수 있고 다수가 동조할 수 있는 감정적인 부분을 계속해서 건드려왔다. 이쪽에선 이성을 계속 가져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나타났다."

- 결국 국민은 표로서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 좀 전에 얘기한 감정적 선동 등 기술적인 요소를 빼고 박 후보가 승리한 다른 요인이 있다고 보나?
"있다. 제가 얘기한 박정희 대통령 정체성에 관한 부분이다. 이걸 진보가 깨달아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을 아무리 헐뜯고 찢어발기려 해도 국민의 주류를 형성하는 다수는 박 대통령을 찢어지게 가난했던 빈국에서 선진국 대열로 올라서게 만든 주역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걸 부정하고 들어가니까 성공할 리가 없다. 앞으로 5년간 그런 급진진보주의자들의 주장과 전략에 휩쓸려 들어가면 계속해서 그렇게 될 것이다.

건전한 보수, 대안으로서의 야당이 수권 능력을 갖추려면 그렇게 무조건 반박근혜, 반새누리으로 가서는 안 된다. 아직까지 한국전쟁과 가난과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아련한 향수와 추억을 가진 국민이 다수인 상황에서는 그런 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박정희의 정치적 복권으로 볼 수 있어"

- 그러면 이번 선거 결과는 박정희의 정치적 복권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그렇다. 정의를 주장하는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돼 아주 안타깝다. 정의를 먼저 구현하고 싶어도 '박정희는 악인이야'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정의를 절대로 구현할 수 없다. 그건 자베르적 접근이다. 진보적 자베르인 거다. 흑백논리로 '나쁜 것은 용서와 타협이 없다, 죽여야 돼, 없애야 돼'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복합적인 정의, 인정할 건 인정하고 용인할 건 용인하면서 그것을 처벌할지, 사과할지, 조금 더 대안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역사의 정의구현작업을 벌여야 문제가 해결된다."

- 박정희 문제는 찬반양론이 크다. 박근혜 당선인이 아버지의 공과 중에 '과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박 당선인이 과의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허용해 주고, 드러낸 것 중에서 사실이 아닌 것은 배제하고, 사실인 것은 인정하고 해당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과의 문제를 풀어나가면 박 당선인이 승리자가 된다. 그리고 한국의 역사에서 진보는 패배하게 된다. 대승적으로 역사에 대한 올바른 정리와 과의 문제를 매끈하게 처리한다면 더 이상 (박정희 문제를) 물고 늘어질 수 없게 된다.  앞으로도 공의 부분은 온전하게 남아 있게 된다. 공에 찬사를 보내고 존경하지 거기에 욕할 사람은 없게 된다.

만약에 이 부분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건드리는 것조차 불경이라 생각한다면 박 당선인은 패배할 것이다. 51.6%의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이탈할 수 있다. 그래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을 위해, '독재자의 딸'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
"첫 번째로 과거 부분이다. 자기와 상관없다고 하면 안 된다. 부친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 그 뒤를 이어 집권했던 군사정권(그들로부터 돈도 받은 것도 확인됐으니까),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이어졌던 모든 불법과 탄압의 피해들을 적극적으로 매듭지어야 한다. 자베르에서 보듯이 순수한 악은 없다. 거기에는 공안이라는 명분도 있다. 그런 것들을 다 드러낸 다음에 용서와 화해라는 측면에서 다 정리해야 하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거나 사과하거나 명예를 회복해줘야 한다. 그렇게 과거부분을 완전하게 매듭지으면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가는 초석을 다진 역사적인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저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기회라고 본다.

두 번째는 현재다. 본인이 여당 대표로 있던 기간에 벌어졌던 쌍용차, 한진중, 현대중 사태, 언론인 해고, 부산일보, 정수장학회, 영남대 등의 문제를 5년 동안 끝까지 가져가면 다른 문제까지 꼬이고 문제가 생긴다.  지금 힘이 있는 초기에 지난 5년 동안 일어났던 언론과 노동계의 문제를 정리한 뒤에 새출발해야 한다. 결국 먼 과거와 최근 5년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거다."

- 그것이 48%와 52%를 화해하고 통합시키는 방법이다. 그런데 진보진영 안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신유신체제가 부활할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그런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주장이 있다면 그것은 역으로 새누리당쪽에서 했던 색깔론과 똑같은 것 아니겠나. 신유신이라는 프레임 속에 가두고 저들은 악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영원히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자만"

 '진짜 보수주의자의 커밍아웃'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정의는 때로는 대단히 천천히 오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온다. 그리고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진 것이 아니라 이겨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좌절할 때가 아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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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보기에 대중들은 어떤 상황에 어떤 사람을 상징적으로 선택하는 것 같더라. 재작년과 작년초까지만 해도 대중들은 '나꼼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에는 표 교수를 선택했다. 왜 대중들이 표 교수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나?
"저를 선택하고 지지해준 분들은 아마도 그분들이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말을 제가 대신해주고 있다고 느꼈을 것 같다. 저 사람처럼 정말 돌직구를 날리고 싶다, 저 사람처럼 모든 것을 다 던지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난 못한다,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저 사람이 무너지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 저 사람이 무너지고 실패하게 된다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서 지켜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멘토로서 따르고 싶다기보다 보호해주고 싶다는 거다."

- 대중들이 표 교수의 용기를 높이 산 것 같다.
"(제가 한 것이) 사람들에게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 속에 있는데 차마 못하고 망설이는 거다. 기성세대의 경우 가족도 있고 부양 책임도 있어서 무책임하다는 생각에 참는 게 많았다. 그런데 갑자기 저란 사람이 튀어 나와서 하고 싶었던 말을 마음대로 하고 다녔다. 한편 부럽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의 일부가 튀어나와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느끼는 것 같다."

- 사람들은 표 교수가 정치에 참여할지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더라.
"이해는 한다. 하지만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이 나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모든 사람의 권리다. 참정권이나 피선거권의 한 형태일 수도 있고. 정치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제가 정치를 한다는 말 속에는 당연히 국회의원 등의 직업적인 정치활동을 할 것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제가 절대로 정치를 안 한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제 자만인 것 같다. 또 나중에 식언을 한다면 얼마나 우습겠나?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제가 약속했던 것처럼 정권교체가 되면 5년간 공직이나 선출직을 맡지 않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다. 그래야 제 진정성이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영원히 정치를 안 하겠다, 그것은 자기 속박이고 자기 노예화 아닌가? 그건 아니다."

- 대선 결과로 인해 냉소주의나 비관주의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정의는 때로는 대단히 천천히 오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온다. 그리고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진 것이 아니라 이겨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좌절할 때가 아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번 대선을 통해서 우리는 상당히 많은 분들이 열과 성을 다해서 대한민국을 좀 더 좋은 나라,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희망을 가져왔다. 그 자체를 우리는 축하하고 축복할 수 있다. 그럴 자격도 있다. 결과에만 매달리다 보면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대상과 똑같아진다. 우리가 대선 결과 때문에 좌절한다면 그들과 똑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밖에 안된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살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5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졌다. 그 주어진 시간에 우리가 2%만 더 끌어들이면 된다. 과거에 부족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조금씩 변화, 발전하면서 노력하면 5년간 2% 할 수 없겠나? 그래서 희망을 갖자. 당신들이 좌절하고 쓰러지고 냉소적이면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거다.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주라. 그러면 버텨 주어야 한다.

부모님이나 주변에 있는 분들이 조금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5년이라면 앞으로 누가 되든 간에 이렇게 좌절하고 눈물 흘리고 열패감 느낄 필요가 없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 속에서 선택하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후보가 탈락하고 상대후보가 되더라도 자신있게 박수쳐 주면서 축하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우리는 이긴다. 이긴다는 의미가 꼭 내가 선택한 후보가 이기는 것만을 뜻한다고 한다면 이미 당신은 패배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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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