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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이혼하고 싶지 않은 남자 김민호(가명, 40대)입니다. 이혼 소송을 앞두고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고 싶어서 사연을 보냅니다. 저는 20대부터 대기업에서 근무해왔습니다. 그런데 제 부서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해체되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되었습니다. 다시 직장을 알아보았으나 여의치가 않아서 근 10년간 집사람이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 살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저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한동안 계속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저도 힘들게 일하는 아내를 위해 아이들 교육과 집안일을 신경 써왔습니다. 저는 그 뒤 장사를 했으나 손해만 보고 접었고, 다른 사업에도 손을 댔으나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내가 변했습니다. 몇 달 전 저에게 "그동안 나도 고생할만큼 했다. 이제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다"고 하더군요. "이젠 당신 때문에 지쳤다"나요. 그전까지만 해도 함께 잘 살아보자더니….

의기소침해서 하루하루 보내는데 얼마 전 법원에서 이혼서류가 날아왔습니다. 아내가 소송을 냈더군요. 이혼 소장에는 제가 그동안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수입을 얻기 위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집안일에도 충실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달라서 황당했습니다. 아내는 이혼을 원하고 10살 난 아들도 제가 키워야 한다고 썼더군요. 정말 난감합니다.  

물론 제가 잘못한 점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장 노릇도 제대로 못했고요. 이젠 자존심 버리고 막노동이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결코 이혼을 원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아내와 함께 다시 잘 시작해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도남(제대로 이혼 도와주는 남자)입니다. 지난 연재기사에서 이혼소송을 하기 전에 준비할 몇 가지 사항을 알려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내주신 김민호씨에게 이혼 소송에 대응하는 요령을 말씀드려야겠군요.

혹시 여러분은 소송을 당해보셨나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두렵고,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믿었던 아내(또는 남편)로부터 일반 소송도 아닌 이혼소송을 당한다면 배신감까지 더해지겠지요. 그야말로 '멘붕' 상태가 될 겁니다. 그렇지만 일단 진정하고,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제일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흥분하면 소송을 그르치게 됩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혼소송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서울가정법원 양재동 신청사
 서울가정법원 양재동 신청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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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우자가 이혼을 원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한 가지 다짐할 일이 있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배우자를 원수로 여겨서는 곤란합니다. '내상'을 덜 입도록 마음도 다스려야 합니다. 이혼이 안 되고 다시 함께 잘 살면 좋겠지만, 설사 이혼이 확정되더라도 행복을 빌어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럴 준비가 되었다면 제가 법적인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이혼 소송 당했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2가지

이혼 소송의 절차에 대해서는 지난 기사에 설명했지만 다시 간단하게 정리해봅니다. 

① 사건접수(이혼 소장) → ② 가사조사관의 조사 → ③ 법원의 조정절차 → ④ 재판 → ⑤ 판결 → ⑥ 이혼 신고.

이혼소송의 일반적인 절차 흐름도.
▲ 이혼소송절차 이혼소송의 일반적인 절차 흐름도.
ⓒ 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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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당하는 쪽(피고)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이혼 소장을 받은 뒤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써 내야 합니다. 이혼 소송은 이혼을 원하는 쪽(원고)이 법원에 낸 소장을 피고가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피고는 소장에 대한 의견과 주장을 담은 서면을 30일 내에 써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서류를 '답변서'라고 합니다.

답변서를 쓰지 않으면 법원은 원고의 소장을 근거로 하여 이혼 판결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소장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답변서를 낸 뒤에도 추가로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새로운 주장을 담은 서면을 제출할 수 있는데 이 서류를 준비서면이라고 합니다.  

둘째, 조정기일이나 재판기일에 빠지지 말고 참석해야 합니다. 재판에 불출석하면 우선 상대방이 법정에서 새로운 주장을 하거나 증거를 내더라도 적절하게 대응하기 곤란합니다. 또 판사에게도 재판에 불성실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참석이 어렵다면 미리 사유를 밝히고 연기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답변서 제출과 재판 참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배우자가 원하는대로 이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소송에서 '무대응'은 '패소'와 친한 말입니다. 

답변서나 준비서면을 잘 써내기 위해서는 소장 내용을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특히 원고가 소송의 결과로 바라는 내용이 담긴 '청구취지'를 잘 봐야 합니다. 이혼만을 원하는지, 위자료나 재산분할 청구를 하는지, 자녀 친권과 양육권, 양육비 문제를 어떻게 청구하는지 파악해야겠습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요?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피고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와 양쪽 모두 이혼을 원하는 경우로 나눠서 말씀드리는 편이 알기 쉽겠군요. 먼저 김민호씨처럼 피고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당연히 적극적인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일단 답변서를 통해 원고의 주장이 사실과 어떻게 다른지, 왜 이혼이 부당한지를 상세히 적어냅니다. 그리고 유리한 증거가 있다면 함께 제출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배우자를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표현이나 대응방식은 삼가야 합니다. 배우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이혼하지 않고 잘 사는 것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배우자를 잘 설득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법원은 어떨 때 이혼 판결을 내릴까요. 법에서 정한 이혼사유가 있고, 가정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에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을 때입니다. 그러니까 이혼을 원하지 않는 피고는 부부 사이에 이혼할 사유가 없고, 혼인파탄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겠습니다. 법정에서도 말이나 태도를 통해 앞으로도 결혼생활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야 합니다.

피고도 이혼을 원한다면, '경우의 수'는 더 복잡

다음으로 원고와 마찬가지로 피고도 이혼을 원할 때입니다. 이때는 조금 복잡한데요, 몇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배우자를 설득하여 소송을 취하하게 하고 협의이혼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서로 이혼하기로 뜻을 모았다면 번거로운 소송절차 대신 협의이혼으로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협의이혼을 하더라도 재산이나 자녀양육문제까지 함께 합의해야 깔끔하게 해결이 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나중에 어느 한쪽이 협의이혼절차에 협조하지 않거나, 재산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또 다시 소송을 거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혼조정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피고도 이혼을 원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한 뒤 법원에서 권하는 이혼 조정에 응하는 방법입니다. 이혼과 재산문제 등에서 양쪽이 의견일치를 본 뒤 조정결정이 내려지면 이혼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참고로 현행법은 이혼판결 전에 조정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조정은 판결보다는 감정을 덜 다치게 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일단 조정이 이뤄지면 두 번 다시 결정을 번복할 수 없으므로 재산·자녀친권문제 등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혼을 원하되 상대방이 제시한 이혼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는 답변서를 제출하고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재산분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녀를 누가 키우고 양육비는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또한 위자료는 결혼 파탄에 책임을 지는 쪽이 부담하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반박을 해야 합니다.     

만약 원고에게 오히려 이혼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하면서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위자료나 재산분할 청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는 반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반소란 소송 도중에 피고가 원고에게 거꾸로 제기하는 소송으로, 맞소송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양쪽이 모두 원고이자 피고가 되는 셈입니다. 반소제기는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혼소송에서 적반하장이라고 판단될 때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렇듯 이혼을 원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불리합니다. 이혼뿐 아니라 자녀문제와 재산문제에서도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수있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

이제 김민호씨의 사례를 다시 보겠습니다. 아내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짧은 사연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말씀드립니다.   

부부는 서로 동거·부양·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부양의무는 법적인 의무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투병 중인 아들의 병원비를 부담한 어머니가 며느리(아들의 아내)를 상대로 낸 부양료청구 소송에서 부부 간의 상호부양의무가 부모나 형제보다 앞서는 1차적 의무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즉 '부부간 상호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서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여 부부공동생활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1차 부양의무"라는 것입니다.

이런 부양의무는 어느 한쪽이 아닌 양쪽 모두에게 있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경제적 능력이 되는 쪽이 부양비나 생활비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만일 김민호씨가 의도적으로 가정에 불성실하거나 경제활동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고 단순히 현재 수입이 없거나 직장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곧바로 이혼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아내 입장에서는 긴 세월 동안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느껴왔을 겁니다. 이 때문에 재판 결과를 떠나서 지친 아내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는 않겠습니다. 결혼생활을 계속 하겠다면 김민호씨가 그야말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막노동이라도 하겠다고 다짐하셨으니 아내에게 그 의지를 보여주십시오. 아무쪼록 부부가 신뢰를 회복해서 좋은 부부, 좋은 부모로 잘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1.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생활법률 책 <생활법률상식사전>(2010)과 <생활법률해법사전>(2011)을 썼습니다.
2. 기사에서 언급한 상담내용은 개인의 신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명을 사용했으며, 사연과 판결 등을 바탕으로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3.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연은 개별적으로 답변을 드리며, 이와 별도로 각색하여 기사나 출판에 사용될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이메일 주소 : jundorapa@yahoo.co.kr)



태그:#이도남,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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