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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1월이 되면 새들로 온통 북적인다. 철새들을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방문  또한 많은 계절이 겨울이다. 이런 탐조객을 위해 지자체별로 앞 다투어 탐조대 설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탐조대를 설치한 곳에서 새를 보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 일 뿐이다. 

최근 탐조객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사람과 새들이 가까워진다면, 새를 위한 작은 배려나 새들의 서식공간을 지키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새들의 서식처로 유명한 곳에서는 새를 주제로 한 철새축제나 탐조대회 등 새를 사람들이 친근하게 여기게 하기 위한 여러 행사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동아시아 철새이동경로에 중요한 축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그야말로 철새들의 낙원이라고 할 만했다. 거기에 다이내믹한 강의 흐름과 만나면서 생명들이 서식하는 모래톱과 사주, 하중도 등을 다양하게 만들어 놓았었다. 지금은 개발과 댐건설 등으로 많이 훼손되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새들이 찾아오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들은 주로 강과 갯벌 주변에 서식한다. 이 때문에 철새탐조를 위한 탐조대나 전망대는 대부분 바닷가와 강가에 설치되어 운영된다. 이렇게 설치된 탐조대를 찾으면 아늑한 내부공간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새들을 보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이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와는 다른 마이포습지-홍콩습지공원 탐조대

 홍콩습지공원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안내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홍콩습지공원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안내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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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습지공원과 마이포습지의 탐조대와 비교하면 쉽게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찾은 마이포습지와 홍콩습지공원의 탐조대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다. '아늑한 내부공간보다는 불편한지만 새를 만날 수 있는 시설'이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홍콩 습지공원은 사람과 새들의 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해 놓고 있었다.

새들의 천적인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한 제방을 만들어 놓았다. 제방에는 사람의 접근을 통제하고, 탐조대에서만 새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사람의 행위에 따라서 새들이 이동하거나 떠나는 일은 없었다. 때문에 아파트와 인접한 습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새들이 월동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일반 공원처럼 사람들이 이용하고, 새들의 공간에 침범하지 않게 탐방로 등을 설계했다. 홍콩습지공원은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새들의 보전이 우선이고, 이후에 사람들의 이용을 적절히 조화시킨 공간이었다.

대전의 월평공원과 갑천도 이런 도시습지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월평공원은 관통도로가 개통되고 인접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서남부 사업이 추진되면서 습지로 유지되는 어려운 조건들이 산재해 있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 거대한 도시 한복판에 새로운 습지공원으로 월평공원과 갑천이 유지되어 대전판 홍콩습지공원이 되기를 기원한다.

아무튼 일갈하고 홍콩습지공원의 탐조대는 좀 불편하지만 새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조명도 없고 어두침침한 실내지만 많은 탐조객이 새를 보기위해 찾아와 있었다. 저마다 자리를 잡고 조용한 가운데 탐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경건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탐조대에 가득 차 있는 탐조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식의 탐조문화가 부럽게만 느껴졌다.

 홍콩습지공원 탐조대에서 관람중인 탐조객들. 실내조명은 없고, 나무로 설계하여 새들이 탐조대라는 것을 최대한 눈치를 못채게 만들어 놓았다.
 홍콩습지공원 탐조대에서 관람중인 탐조객들. 실내조명은 없고, 나무로 설계하여 새들이 탐조대라는 것을 최대한 눈치를 못채게 만들어 놓았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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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횃대와 보존된 하중도. 횃대에 앉아있는 가마우지와 뒤편 섬에 쉬고 있는 왜가리와 노랑부리저어새
 횃대와 보존된 하중도. 횃대에 앉아있는 가마우지와 뒤편 섬에 쉬고 있는 왜가리와 노랑부리저어새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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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습지공원에는 횃대 등 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보조장치들을 만들어 놓아 새들의 편안한 휴식을 돕고 있었다. 습지 내에 작은 하중도(습지내 작은 섬) 등을 보전하여, 새들이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둥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놓고 있었다. 서식공간을 훼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들은 자유롭게 습지에서 월동할 수 있는 것이다.

 홍콩습지공원 뒤편으로 보이는 아파트. 대형 아파트가 위치한 습지공원은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홍콩습지공원 뒤편으로 보이는 아파트. 대형 아파트가 위치한 습지공원은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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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새들만을 위한 공간 만들어... 한국도 변화 필요

홍콩습지공원은 사람과 새들의 서식공간 분리를 통해 서식처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마이포습지는 철저하게 새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새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사람의 출입을 허가하고 있었다. 1984년부터 세계자연보호기금 홍콩지부 (WWF HongKong)에서 관리하고 있는 마이포습지는 새들의 천국이었다.

홍콩에 서식하는 7종의 맹그로브 중 6종이 마이포습지에 자생하고 있다고 하니, 습지의 생태적 다양성은 놀라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마이포습지는 철저한 통제와 함께, 가이드를 동반하여 출입하게해 새들에게 주는 영향을 최소화 하고 있었다. 마이포습지 역시 탐조대를 설치해 놓고 새들을 관찰하였다.

 마이포 습지의 조감도
 마이포 습지의 조감도
ⓒ WWF hong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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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이 제한된 마이포습지에서는 어디를 가나 새들을 만날 수 있다. 철저한 통제와 인적 관리 때문인지, 새들은 사람들을 겁내하지 않았다. 아주 가까이에서까지 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쉽게 저어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저어새는 전 세계 660여 마리 정도밖에 서식하지 않는 희귀한 철새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서해안 무인도와 갯벌 일부에서만 번식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저어새의 중요 월동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저어새 보호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서해안에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지속적인 갯벌 매립으로 저어새의 번식지가 위협받고 훼손되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마이포 습지의 철새탐조대. 새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마이포 습지의 철새탐조대. 새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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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대까지 이동하는 통로 역시 생태적으로 설계되어 사람과 사람의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에게 편리한 시설이 새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0 없다는 것이 안내자의 설명이다. 이런 보전노력으로 저어새를 비롯한 많은 철새들이 마이포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포에서 2시간의 탐조시간 동안 만난 새는 약 39종! 우리나라는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39종을 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생태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마이포습지의 철새탐조대로 가는 데크. 사람의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게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조성했다.
 마이포습지의 철새탐조대로 가는 데크. 사람의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게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조성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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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잘 유지되고 있는 홍콩의 습지공원과 마이포습지를 보고난 뒤 찾아간 금강하구는 탐조시설은 정말 '헐' 그 자체다.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탐조시설들 인근에 새들은 찾을 수 없었다. 금강하구에 찾아오는 많은 새들을 보전하는 걸 우선시하기보다는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빚어진 참사가 바로 탐조대다. 서천과 군산에 각각 설치된 탐조대는 규모는 마이포와 홍콩습지공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이렇게 거대한 탐조시설은 철저하게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아늑한 실내와 통유리로 설계되어 있는 모습은 새들이 보기에 너무 눈에 잘 띌 수밖에 없다. 새들의 눈에 띄지 않게 만들려고 노려한 홍콩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런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 새들이 찾아올 리 만무하다. 다른 지역의 철새탐조대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천조류생태전시관 조감도. 실제로 이렇게 화려한 건물이 지어져 있지만 새들 눈에 너무 띄어 새를 가까이에서 보기는 힘들다. 붉은부리갈매기 정도만 철새탐조대까지 접근하여 과자를 받아 먹는 정도가 전부이다.
 서천조류생태전시관 조감도. 실제로 이렇게 화려한 건물이 지어져 있지만 새들 눈에 너무 띄어 새를 가까이에서 보기는 힘들다. 붉은부리갈매기 정도만 철새탐조대까지 접근하여 과자를 받아 먹는 정도가 전부이다.
ⓒ 서천조류생태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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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 철새조망대. 규모면에서 홍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면적의 건물이 건설되어 있다.
 군산 철새조망대. 규모면에서 홍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면적의 건물이 건설되어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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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대 등의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서식지에 새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보전하는 것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콩에서 만난 습지공원이나 마이포에는 새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설치된 탐조시설에서는 새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제라도 새들이 찾아오는 서식처를 어떻게 보전하고, 관리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 철새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새들에게 필요한 일들을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새들의 공간을 복원하고, 사람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최근 서식처 주변이 아닌 별도의 지역에 전시관 등을 설치하고, 서식지에 탐조투어를 하는 형태로 개선되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새가 없는 탐조대가 아닌 새를 위한 탐조대가 만들어지고 많은 탐조객이 탐조대를 찾는 꿈이 과욕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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