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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50대의 90%가 투표에 참여했고 그 중 다수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했다고 한다. 10년 전 40대에 노무현을 선택했던 그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다양한 분석들이 나와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역시 경제적 이유일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힘을 얻고 있다.

50대는 독재, 산업화, 민주화, 신자유주의를 모두 경험한 세대이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것은 집이나 땅 같은 부동산은 계속 오른다는 부동산 불패의 신화와 대학을 나오면 그래도 중산층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두 가지가 이제는 흔들리고 있다. 나이 50에 내 집 한 칸 없으면 안될 것 같아 빚을 지고서라도 장만한 아파트는 지금 '하우스푸어'라는 달갑지 않는 멍에를 씌워 놓았다. 더군다나 연일 가계 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10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현실에 50대는 변화보다는 안정과 현 상태의 유지를 원할 수밖에 없다.

더 좋아질 미래까지 생각하기에는 현재가 너무 위태롭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것이 있고 그것을 지켜야만 할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변화와 개혁은 위험한 모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50대의 마음이 투표장에서 결국 보수적 선택을 견인하였을 것이다.

내 집이니까 더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마음

과연 새로운 대통령이 50대의 바람처럼 그들의 지켜야 할 것 즉 자산의 가치를 유지시켜 줄 수 있을까? 그런 희망을 갖기 전에 '보유효과'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유효과는 같은 물건임에도 내가 가지고 있을 때와 가지고 있지 않을 때 그 가치를 다르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상식밖의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보유효과를 증명하는 한 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그가 재직하고 있는 듀크대학은 농구팀이 유명하고 그 학교 학생이라면 모두 그 입장권을 탐을 낸다고 한다. 입장권은 추첨을 통해 가질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추첨이 끝난 후 입장권을 가진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간의 입장권에 대한 가격 차이다.

입장권을 가진 학생들은 그 경기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고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2400달러를 주면 팔겠다고 했다. 반면에 입장권이 없는 학생들이 입장권을 사겠다고 한 가격은 평균 170달러에 불과했다. 팔겠다는 사람 즉 매도자가 제시한 가격의 6%에 불과한 금액이다.

똑같은 농구경기에 매기는 가치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은 내가 뭔가를 소유하고 보유하는 순간 다수의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가치를 매기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라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보유효과가 작용한다. 50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 특히 부동산을 생각할 때 평생에 걸쳐 쌓아올린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보유효과'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준다. 그 결과 시장에서 평가하는 가치 이상으로 우리집을 생각하고 그 가치 이하로 사겠다는 사람들을 '도둑놈 심보'라 평가절하해 버린다.

그러나 이런 보유효과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비이성적 습성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 습성은 사람들은 이미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깊은 애착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다. 당신이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다는 노력과 땀의 살아있는 증거물이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왔던 것의 전부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얻을 것보다 잃어버릴 것에 대해 더 집착하는 습성이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다. 사람들은 내가 집을 처분한다면 그로부터 얻는 이익보다는 상실로부터 발생할 손해 예를 들어 내가 팔았는데 집 값이 오르면 어떡하나 부터, 이것보다 더 좋은 집을 구하지 못하면 손해라는 생각들에 더 집착한다. 혹시라도 입을지 모르는 손해에 집착하다 보면 내 소유물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이러한 보유효과는 그러나 소유자에게만 있을 뿐 제3자에게는 없는 것이다. 보유효과가 없는 제 3자는 좀 더 객관적으로 가치를 평가하게 되고 결국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는 벌어진다. 앞서 농구표 실험처럼 심지어 14배까지도 그 차이가 벌어지게 하는 것이다.

지금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매매가 잘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인구구조상의 변화, 소득감소, 경기침체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보유효과로 인하여 매수자와 매도자의 가격 차이도 그 원인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특히 집을 소유하고 있는 주 세대가 50대이며 이들이 원하는 매도가격은 보유효과라는 거품이 끼어있는 가격일 가능성이 높다. 집이 이들이 지금까지 쌓아놓은 가장 큰 자산이라고 했을 때 그 누구보다도 보유효과를 크게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연 현 상태의 유지가 가능할까?

보유효과에서 벗어나서 객관적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나를 매도자가 아닌 매수자로 가정해 보고 나라면 사고 싶을 것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우리 집 시가가 지금 4억 원이다, 5억 원이다 이야기를 하지만 만약 내가 매수자라면 과연 그 가격을 주고 그 집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재무상담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유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보유효과는 사람의 본능적 특성이기에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혹시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내가 보유효과라는 안대를 끼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대통령 후보가 그들의 기대대로 부동산시장을 지탱해 줄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유효과를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부동산시장을 바라본다면 그것이 쉽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보유효과를 가진 50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간의 가격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태그:#돈관리, #부동산,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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