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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이 25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이 25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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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번째 인선인 윤창중 인수위 수석대변인은 지난 25일 첫 브리핑 자리에서 기자들이 그동안 편향적인 칼럼을 써왔다고 지적하자 "제가 14년 동안 쓴 칼럼 전체를 보면 그렇지 않을 것(동영상 2분 25초)"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서도 제 양심을 걸고 말하지만, 가혹하리만큼 비판했다"며 "특정진영에 치우쳤다는 건 객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윤 수석 대변인이 지난 10년간 쓴 칼럼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분석 대상은 16대 대선 정국인 2002년 11월부터 18대 대선 직후인 2012년 12월 22일까지 윤 수석 대변인이 논설위원으로서 <문화일보>에 쓴 시론 203개와 개인 매체 <칼럼세상>에 쓴 글 165개로 총 368개다.

모든 칼럼에 대상을 특정하고 그 대상에 대해 우호적-중립적-비판적-적대적인지를 구분했다. 개별 글 하나하나에 대한 판단은 읽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368개 전체를 놓고 볼 때 4점 척도에서 어느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는가는 상식적인 눈이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수석 대변인의 말대로 14년치가 아니라 10년치를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그 이전 칼럼은 너무 오래됐을 뿐 아니라 여야가 5년씩 정권을 맡았던 기간을 잡는 것이 더 공정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368개 중 현재 범여권(새누리당, 구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이명박 대통령 등)을 대상으로 한 칼럼이 194개(52.7%), 범야권(민주당, 열린우리당, 통합진보당,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안철수 전 후보 등)을 대상으로 한 칼럼이 163개(44.3%)로 범여권을 대상으로 쓴 글이 더 많았다(기타 11개).

중요한 것은 성향이다. 범여권을 대상으로 쓴 칼럼 중 52개(26.8%)가 우호적이었고, 중립적 31개(16.0%), 비판적 109개(56.2%), 적대적 2개(1.0%)으로 나타났다. 얼핏 보기에 비판적인 칼럼이 가장 많은 것 같지만, 범야권을 대상으로 쓴 칼럼과 비교하면 뚜렷한 차이가 난다. 범야권을 대상으로 쓴 칼럼은 우호적인 내용이 2개(1.2%)인 반면, 적대적 칼럼은 78개로 47.9%에 달했다. 중립적은 8개(4.9%), 비판적은 75개(46.0%)였다.

적대적 칼럼, 여 2개-야 78개... 극심한 편차 보이는 이유


적대적인 칼럼의 비중이 극심한 편차를 보이는 까닭은 윤 수석 대변인이 <문화일보>를 퇴직한 후 지난 4월부터 블로그 개인매체 <윤창중 칼럼세상>을 운영하면서 범야권에 적대적인 글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쓴 글 165건 중 적대적으로 분류된 칼럼이 61건이나 된다. 적대적인 칼럼 81건 중 75.3%가 올해 쓴 것이다. 이중 1건만 범여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나머지 60건은 범야권을 향했다.

사실 이 시기 글은 칼럼이라기보다는 저주나 막말에 가깝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들이 회의고 뭐고 한다지만 지역작전에 불과한 것! 다 부질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들의 행태를 지켜봐야 한다. 왜? 이들은 원래 '쓰레기 인간'들이니까." - 2012년 5월 14일 <대국민 사기극, 야권연대의 종말>
"노무현이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환생해 못다 이룬 한을 풀어달라고 대신 스피치를 써준 것 같다." - 2012년 6월 18일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환생한 노무현>
"정말 가증스러운 안철수와 '안빨'들이다. 대한민국을 졸로 보는 이런 기만극도 조만간 거대한 종말을 고하고야 말 것이다." - 2012년 9월 4일 <안철수의 딱지>

올해 들어 윤 수석 대변인의 적대적인 글이 급증한 것은 선거 국면이라는 상황으로 이해 가능하다. 그래도 신문사에 있을 때는 정제와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흔적을 보일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마저도 벗어나게 되자 대선을 맞아 그야말로 발가벗고 뛴 것이다. 그는 과거에도 선거만 다가오면 특정 후보 진영에 적대적인 글을 써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서는 <문화일보>에 당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하던 박원순 후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원순이 또 뭐라고 했나요? 광화문에서 김일성 장군 만세 부르는 건 표현의 자유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족쇄였다? 간첩사건은 대부분 조작이었다? 박원순이 시장되면 훤히 내다보이죠. 박원순 캠프? 좌파야당과 좌파시민세력의 '무지개연합' 아닙니까? 선거대책위원장만 해도 22명.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 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은 물론 17개 산하 단체 모두 꿰찰 겁니다." - 2011년 10월 24일 <젊은 지성들에게>

비판적 내용이라도 여야 따라 달라... 박근혜에는 '우호적' 40.6%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윤창중 당선인 수석대변인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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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으로 분류된 칼럼이라도 대상이 범여권과 범야권이냐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 범야권에 대해서는 조롱이나 경고적인 비판이 많은 반면, 범여권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내용을 적다가 결론은 정치적 훈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훈수는 거의 대부분 강경 대응 주문이었다. 그는 대선 일주일여 전인 12월 14일 "문재인이 박근혜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에 망조의 그림자가 대기하고 있다 봐야 한다"고 적었다.

윤 수석 대변인의 칼럼에서 관통하는 기조 중 하나는 소위 '종북좌파'라고 명명한 세력에 대한 '절절한' 적개심이다. 그의 글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이미 종북세력에 점령당했으며, 야당과 여의도도 마찬가지이고, 그들은 '바닥 양아치'들이고, 그들은 못하는 것이 없으며, 그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쓸어버려야 한다. 그의 글 곳곳에 이런 섬뜩한 감정이 느껴진다.

"정권의 안팎에 산재해 있는 수구좌파세력,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빌려 '망종의 자유'를 구가하고 있는 강정구류의 삼류 김일성 맹신 그룹, 방송과 전교조 내의 맹목적 친북·좌파·반미세력, 그리고 시민과 노조를 빙자한 전문 운동꾼 세력과 한총련 등의 인적 네트워크와 구조물을 분명한 목표로 삼아 이를 철거하는 데 역량을 총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코드화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일탈에 대해서도 한 치의 방관이나 양보를 해선 안 된다." - 2005년 12월 21일 <소위 국가중심세력>
"야당 내 그 숱한 여의도 '금배지 친북족', 한나라당 내 '세작 세력', 발에 차일 듯이 많은 '쓰레기 친북세력'을 국가보안법으로 엄단하라! 법치하라!" - 2010년 5월 28일 <MB, 국혼을 걸라>
"대한민국은 종북세력의 폭주시대! 종북세력이 최강의 정치 세력화한 세상." - 2012년 4월 20일 <종북연대의 종식을 위해 들고 일어서자!>
"예쁜 척, 깜찍한 척, 쌩뚱맞은 척, 순진한 척 - 온갖 내숭 떠는 종북좌파 특유의 가증스러운, 저 구역질나게 하는 표정들! 예의라고는 십원어치도 없는 몰예의, 거침없이 쏟아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레토릭!" - 2012년 12월 5일 <보수우파가 정권 잡아야 한다, 반드시!>

윤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칼럼이 치우치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서도 "가혹하리만큼 비판했다"고 말했다. 사실일까?

물론 박 당선인을 비판한 글도 있다. 그는 2005년 2월 28일 박 당시 대표가 세종신도시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히자 <박근혜의 대권 기회주의>라는 칼럼을 통해 "박 대표가 충청권 지자체 단체장들이 줄줄이 탈당하는 등 충청도가 거세게 반발하는 사태를 겁내 수도분할로 돌아선다면 한 나라의 대권을 잡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수도분할이 가져올 충정권에서의 폐해와 국가적 재앙 가능성에 대해 최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이를 설득하고 몸으로 막겠다는 기개와 배짱이 없다면 대권을 잡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10년 전체를 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 이 기간 동안 박근혜 당선인을 대상으로 쓴 칼럼은 모두 59건이었다. 이중 40.7%에 달하는 24건이 박 당선인에 대해 우호적인 내용이었다. 이는 범여권에 대해 우호적인 칼럼 비중 26.8%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중립적'은 7건(11.9%), '비판적'은 28건(47.5%), '적대적'은 0건(0%)이었다.

윤 수석대변인은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지 사흘 후인 12월 22일 이런 글을 발표한다.

"대통령 박근혜? 단언하건대 권력의 심장인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민들에게 '박정희+육영수의 합성사진'을 연상시키고도 남을 만큼 대쪽 같은 원칙과 책임의 정치, 그러면서도 차고 넘치지 않는 정치를 펼칠 것이다." - <대통령 박근혜를 말한다>(<주간조선> 원고)

이틀 후 그는 당선인 수석대변인에 임명된다.

막말보다 더 큰 문제는 거짓말

박근혜 당선인의 첫 인선은 실패작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는 단지 윤 수석 대변인이 그동안 특정 정파에 편향적인 글을 막말까지 동원해 써왔기 때문에 반대진영도 포용한다는 탕평인사가 빛을 바래서가 아니다. 그는 임명 후 첫 공식 자리에서부터 거짓말을 했다. "제가 14년 동안 쓴 칼럼 전체를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전체를 보니 그랬다.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의 어느 칼럼에 등장하는 문장처럼, 기록은 무섭게 남는다.

긴 글을 마치기 전에 새 정부가 꼭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 이 사회가 제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박 당선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윤 수석 대변인을 남북관계 관련 일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시라. 관련 브리핑을 하지도 말게 하시라. 잘못된 인사야 다시 바로잡으면 되지만, 잘못된 인사로 인해 남북간에 총성이 일어나서는 안 되지 않은가. 다음은 윤 수석 대변인이 올해 4월 19일 쓴 글이다.

"대한민국 이명박 정권! 이번에 김정은이 도발하면 평양을 쑥대밭 만들어야 한다. 지켜보겠다. 쏠까요 말까요 묻지도 말고 자위권 행사를 100% 이상 하라." - 2012년 4월 19일 <통일부장관 류우익에게 묻는다>


태그:#윤창중,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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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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