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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dney,X-base 시드니 여행 마지막 날, 숙소 앞에서
▲ sydney,X-base 시드니 여행 마지막 날, 숙소 앞에서
ⓒ 신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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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탓인지 유독 힘 들었던 멜버른 여행은 아직도 제일 또렷한 기억으로 남는 여행 중 하나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생활을 하던 중에 그동안 일 했던 식당을 그만 두고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중에 꽤나 긴 시간이 비게 되었고 나는 시드니-멜버른 여행을 계획했다.

그렇게 급하게 준비해서 떠나게 된 시드니-멜버른 여행, 약 3일 동안의 시드니 여행은 굉장히 순조로웠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수많은 여행객이 오고 가는 백팩커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 알찬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3일 간의 시드니 여행이 끝이 나고 멜버른으로 떠나던 날, 한 방에 머물며 친해졌던 친구들이 기념사진을 찍어준다고 해 새벽부터 나간 나는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멜버른으로 떠나는 길, 난 첫 단추를 만났다.

낑낑 거리며 짐을 끌고 나와 공항을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이동하던 중에 난 어떤 사내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깜짝 놀라 옆을 보니 봉고차를 배경으로 웬 아저씨가 서 있었다.

영문을 몰라 무슨일이냐 물어보니 아저씨께서는 씨익 웃으며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라며 차를 타라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격을 물으니 13불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머리가 윙윙 거리며 돌아갔다.

'여기서 공항가는 기차가 대략 12불이니 1불 더 주고 편하게 셔틀버스를 타고 간다? 근데 기차가 더 빠르다고 했으니 원래 계획대로 기차를 타야 하나? 에이... 그래도 조금 더 편한 셔틀을 타자.'

흔한 말로 엉덩이 움찔 하기가 싫어 나는 셔틀을 선택했고 내가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다는 사실은 얼마가지 않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편하게 가려고 기차를 포기하고 탄 셔틀버스는 꽉 막힌 도로로 인해서 움직일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점점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흐르고 초조한 마음에 다리까지 달달 떨던 나는 나와 같은 현상을 보이는 두 명의 금발 아가씨를 보게 됬다.

왜인지 모르게 동질감을 느낀 나는 그 둘과 눈을 마주치며 질문했다.

"혹시 너희도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러자 1초의 망설임 없이 그녀들은 맞다며 이야기를 쏟아냈다.

우리는 차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정신도 없이 서로 이름을 밝히며 큰일났다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니라는 금발 아가씨가 총대를 메고 기사 아저씨를 닥달하기 시작했다. 기사 아저씨는 그때서야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공항까지 500m밖에 안 남았어."

500m밖에 안 남았는데 어째서 차는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일까, 그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조금씩 느리게 차가 움직이던 그 순간 '꽝' 하며 차에 전해진 충격과 함께 우리는 소위 멘붕상태에 빠졌다. 우리의 셔틀버스 기사아저씨가 사고를 낸 것이다.

기사 아저씨는 급하게 차에서 내리며 차 상태를 보더니 우리가 있는 쪽의 차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아저씨는 이렇게 외쳤다.

"공항까지 300m 남았어, 너희가 달리는 게 더 빠를거야"

이럴수가. 그 말에 놀랄 새도 없이 우리 셋은 미친듯이 여행 가방을 챙겼다. 10kg이 거뜬히 넘는 여행가방을 끌고서 우리 셋은 앞서가는 사람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살피고 뛰다가 힘들어 뒤쳐지는 사람이 있으면 속도를 맞춰주며 공항을 향해 달렸다.

달리면서 내 머리 속에는 형용할 수 없는 욕들과 3km를 300m라고 줄여 말한거 아닌가 하는 짜증이 함께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국내선 공항 앞에서 시간을 확인한 우리 셋은 모두 비행기를 놓쳤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드니 공항 시드니 공항, 멜번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 시드니 공항 시드니 공항, 멜번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 신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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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각자의 항공사 게이트로 향했고 나는 내 게이트 앞에서 부끄럽게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들어갈 수 없다며 냉정하게 말하던 항공사 직원이 내가 당황스러움에 울음을 터뜨리자 깜짝 놀라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의 목소리였다, 오전 11시 50분 비행기가 자리가 많이 남으니 그 시간으로 바로 표를 끊으라는 것.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비행기표를 다시 끊은 나는 수속을 밟은 후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희한하게 이어지는 사람의 인연의 놀라움을 느끼는 경험을 했다. 바로 공항까지 함께 달려 온 제니와 신디를 화장실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그녀들 또한 나처럼 비행기를 놓치고 다음 비행기표를 새로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를 위로하며 서로의 남은 여행을 응원하며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렇게 그녀들과 헤어지고 나는 멜버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과는 지금도 메일로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웠기 때문인지 일주일간의 멜버른 여행은 몸이 너무나도 지치는 여행이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때문에 예상했던 여행을 하지 못했고 마지막 여행 코스였던 열기구 체험은 결국 체험하지 못했다.

사람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 자리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 말은 무슨 일을 하든 꼼꼼한 계획가 준비가 없다면 쉬이 풀리지 않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에 앞서 성실하게 세운 계획, 혹은 생각을 순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내 방식 대로 풀어나가야 후회 없는 좋은 여행이 됨을 멜버른 여행을 통해서 깨달았다.

덧붙이는 글 | 나의 황당해외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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