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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댐인 마리나 버라지(MARINA BARRAGE)를 찾았다. 마리나 버라지는 물의 대부분인 80%를 말레이시아를 통해 식수를 공급받는 싱가포르가 식수 확보를 위해 건설한 대형 댐이라고 한다. 싱가포르 최대 저수지인 해양저수지, 마리나 버라지는 4대강에 건설된 보와 규모가 비슷해 보였다. 바다물을 막은 것을 감안하면 강하구에 있는 하구둑과 같은 시설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판단된다.

1930년 말라카해협, 동서양교류로 상인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싱가포르강을 따라 상업배들이 강을 오염시켜 리콴유 전 총리가 "물이 깨끗하고 수영, 낚시도 하면 좋겠다"라고 하자 10년 이상의 노력으로 2008년 마리나 버라지가 완공되었다고 한다.

마리나 버라지 댐의 모습
▲ 화려하게 치장된 마리나버라지 마리나 버라지 댐의 모습
ⓒ 마리나버라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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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버라지는 물 수입률을 줄이기 위해 비가 올 때 수위가 높아져 바다로 소실되는 빗물의 양을 줄이고 그 빗물을 댐에 저장해 정수처리하여 식수나, 생활용수, 공업용수로 보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댐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리나 버라지는 4대강의 보와 매우 닮아 있다. 수문이 달려있어 상류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나. 바닥 준설을 통해 물을 확보하는 시스템은 4대강의 준설과 보건설과 다르지 않다. 담수화된 물길에 제방이 쌓여지고, 산책로 등이 건설된어 사람의 접근이 용이한 점 또한 매우 유사하다. 목적 역시 홍수예방과 용수확보라는 의미에서도 매우 유사하다. 거기에 수문을 이용하여 상류와 하류의 수위조절 및 수량을 조절하고 있는 점 또한 유사하다.

아무튼 이렇게 물길을 막아서 만든 마리나버라지에는 겉으로 보기에도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4대강 처럼 다양한 물의 흐름이 없는 싱가포르이기 때문에 수질은 더욱 심각해 보였다.

모형을 통해 수문개방의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 마리나버라지 수문개방에 대한 모형도 모형을 통해 수문개방의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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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막은 마리나 버라지에서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상류에는 녹조가 가득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녹조가 번성했겠지만, 영양물질이 많은 곳에서만 나타나는 녹조현상은 그곳의 수질을 증명해주는 단초이기에 걱정이 앞섰다. 싱가포르의 날씨가 열대기후라 11월에도 녹조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 였다. 현장을 안내하는 관게자에게 수질을 물어봤지만 정확한 수질 측정결과는 얻을 수 없었다.

11월인 현재에도 물이 가두어진 댐상류에는 녹조가 가득하다.
▲ 녹조가 가득한 마리나버라지댐 11월인 현재에도 물이 가두어진 댐상류에는 녹조가 가득하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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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가 가득한 강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5년마다 준설을 진행한다고 한다. 퇴적물이 지속적으로 강바닥에 쌓이는 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수질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안내자의 설명이다. 평지지형인 싱가포르에 비해 다양한 지형과 상류에 도시가 발달한 4대강의 경우 더 많은 퇴적물과 오염물이 더 많이 쌓일 것은 너무 자명한 일이다. 4대강사업의 결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5년이 아닌 더 짧은 기간마다 준설이 필요할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러운 수질 때문인지 강주변에는 죽은 물고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약 30m를 돌아 보면서 약 15마리의 죽은 물고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죽은 물고기는 처리가 되지 않아서 까마귀만이 포식을 즐기고 있었다. 더욱 문제인 것은 다른 생물들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죽은 물고기와 까마귀와 몇 마리의 왜가리만 있을 뿐 다른 종류의 새들은 볼 수 없었다.

어렵지 않게 죽은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 마리나버라지 상류에 죽어 있는 물고기들 어렵지 않게 죽은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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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crow라는 까마귀가  죽은 물고기를 먹고 있다.
▲ 죽은 물고기로 배를 체우는 까마귀 house crow라는 까마귀가 죽은 물고기를 먹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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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장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과거 기수역(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에서 살던 고동류는 지금 멸종되어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렇게 생태계 심각한 영향을 미친 마리나 버라지 댐은 이제 생명의 강이라는 말을 쓰기는 어려워 보였다. 다만, 작은 땅덩어리에 많은 인구가 살다보니 많은 양의 물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에 따른 물공급원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그 자체가 과연 친환경적인가를 반문하는 시간동안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그래도 4대강 사업보다는 훨씬 목적의 당위성을 달성하고 있는 느낌이다. 최소한 댐을 막은 곳에서 채수를 통해 먹는 물로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역 상수도가 깔린 금강의 경우는 3개보 어느곳에서도 먹는 물로 취수하지 않는다. 물 부족을 이유로 물을 확보했지만 실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거기에 물이 실제로 부족한 곳과 4대강 보의 위치는 너무나도 멀기만 하다.

4대강 사업보다 5년 일찍 만들어진 마리나 버라지를 다녀온 후 금강에 매년 발생할 녹조와 물고기의 죽음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2012년 완공되자 마자 발생한 여름녹조와 10월 물고기 집단폐사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MB정부가 추진한 결과물이 차기정부에서 바로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져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까?


태그:#4대강정비사업, #운하, #싱가포르, #마리나버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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