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센터 놀음이다.' 농구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기본적으로 림 가까이에서 슛을 던질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스포츠이므로, 골밑에서 플레이하는 센터가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뜻이다. 조지 마이칸, 빌 러셀, 윌트 체임벌린, 카림 압둘자바, 하킴 올라주원, 샤킬 오닐 같은 훌륭한 센터들이 뛰었던 팀은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런데 수비 전술이 발전하고 지역방어가 정교해지면서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저 말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높이로 승부를 보는 '빅 볼'이 전통적인 방식이었다면, 요즘에는 높이를 포기하더라도 기동력을 활용한 빠른 농구로 화력을 극대화하는 '스몰 볼'이 NBA에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스몰 볼의 중심에 서 있는 선수들이 농구팬들 사이에서 흔히 '스포(스몰포워드) 3대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28, 마이애미 히트), 케빈 듀란트(24,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카멜로 앤서니(28, 뉴욕 닉스)이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기도 한 세 선수는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를 오가면서 연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소속팀 또한 높은 승률을 거두고 있어,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MVP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 MVP와 파이널 MVP를 독식하며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한 제임스는 명실상부한 현 NBA 최고의 선수다. 이번 시즌 평균 25.2득점(리그 전체 5위)을 기록하고 있으며 히트는 제임스의 활약에 힘입어 동부컨퍼런스 1위(17승 6패)를 달리고 있다.

드웨인 웨이드나 크리스 보쉬 같은 스타들과 함께 뛰면서도, 득점뿐만 아니라 리바운드(8.5개)와 어시스트(6.8개)에서도 팀내 1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리더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축복받은 신체능력에 더해 팀원들의 능력을 살리는 이타적인 플레이, 단신 가드부터 힘이 좋은 빅맨까지 막아내는 수비력 등 낮은 자유투 성공률(68.1%) 외에는 약점을 찾을 수 없는 제임스가 MVP를 받을 경우 2연속 수상이자 통산 4회 수상이라는 업적을 달성하며 보스턴 셀틱스의 전설 래리 버드의 MVP 수상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제임스와의 맞대결에서 패하며 우승컵을 내준 듀란트는 세 선수 중 가장 어리지만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커리어를 쌓았다. 앤서니가 갖고 있지 못한 신인왕 타이틀은 물론, 올-NBA 퍼스트팀에도 이미 2번이나 선정되었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공격력으로 3년 연속 득점왕이라는 대업을 달성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올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했다.

아깝게 우승을 놓쳤지만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다. 공식 프로필(2미터 6센티)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진 신장과 긴 팔, 정확한 슈팅력 등 원래의 장점에 지난 시즌보다 한층 넓어진 시야와 높아진 수비 공헌도를 과시하고 있는 듀란트는 이번 시즌에도 52.1%의 높은 야투율로 경기당 27.9점(전체 3위)을 맹폭하고 있다. 소속팀이 지금의 성적(21승 5패, 서부컨퍼런스 1위, 전체 1위)을 유지할 경우 가장 유력한 MVP 후보이다.

데뷔 당시 제임스의 라이벌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기대만큼의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 앤서니는 수상 경력만 따지면 셋 중 가장 떨어진다. 신인왕 경쟁에서는 제임스에게 밀렸고 아직 우승 경험도 없으며 올-NBA 퍼스트팀에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동부컨퍼런스 7위를 차지했던 소속팀 닉스가 이번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동부컨퍼런스 2위(19승 7패)를 질주하면서 앤서니도 MVP 후보군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히트와 선더는 지난 시즌에도 동부와 서부컨퍼런스를 각각 2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쳤기 때문에, 닉스가 지금의 성적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임팩트 면에서 앤서니가 다른 두 선수를 앞설 수 있다. 높이는 제임스나 듀란트에게 밀리지만 다양한 공격 루트와 유려한 점프슛 스킬을 무기로 NBA를 대표하는 득점원으로 꼽히는 앤서니는, 이번 시즌 28.0점(전체 2위)을 기록하며 생애 첫 득점왕 등극도 노려보고 있다.

아직 시즌이 반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변수가 남아 있지만, 세 선수와 소속팀의 페이스가 워낙 좋기 때문에 그들 중 하나가 MVP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같은 포지션에서 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스포 3대장'의 MVP를 향한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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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NBA 카멜로 르브론 듀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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