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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선 패배를 인정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새 정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대선 패배를 인정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새 정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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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고, 뜨겁고, 간절했던 제18대 대선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패배로 끝났습니다.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사람들에게 이번 대선 결과는 '충격'과 '슬픔' 그 자체일 것입니다.

믿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이 참담한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멘붕'을 겪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지난 5년 동안 가슴에 쌓여왔던 '분노'의 크기만큼, 새로운 시대를 바랐던 '희망'의 크기만큼 '멘붕'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대구에 살고 있다 보니 진한 미안함마저 듭니다. 하지만 대구에도 저처럼 패배로 인한 좌절 때문에 머릿속이 진공 상태가 돼 대선 이후 하루하루를 '좀비'처럼 지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친구들과 함께 지금 이 상황을 서로 위무하기 위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당시 우리의 대화를 옮겨 보겠습니다.

"정치 관심 안 가질란다"... 그건 아니죠

"인자, 간도 보호 못 받는데 우리 이래 술 마시가 되겠나?"
 "인자, 간도 보호 못 받는데 우리 이래 술 마시가 되겠나?"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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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 간도 보호 못 받는데 우리 이래 술 마시가 되겠나?"
"대학 떨어졌을 때도 이래 절망적이진 않았는데..."
"대구야 원래 그러니깐 그러려니 하는데, 대구 젊은 아들마저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거 보고 솔직히 충격 받았다."
"50대 완전 작살나데, 투표율이 90%더라 90%. 무섭다, 무서워."
"내가 하도 답답해가 통계청 들어가가 연령대별 인구 한 번 계산 해 봤는데 5년 후에는 50대 이상 인구가 지금보다 한 400만 정도 더 늘어나더라. 희망이 없다고 봐야 안 되겠나."

"우리가 빨리 50대가 되는 수밖에 없는 거 아이가?"
"우리가 50이 된들 안 변한다는 보장도 없고, 또 앞으로 5·16을 쿠데타가 아니라 혁명으로 가칠지 모르는데 그래 배운 아들이 20대 되면 지금 우리 같다고 볼 수도 없다 아이가."
"휴우... 암담하네. 인자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완전 우경화 돼가 새누리당이 수십 년 집권하는 거 아이가?"

"지니깐 진짜 기분 별로네. 인자 나는 신문도 안 보고, 정치에 관심도 안 가질란다. 관심 가지면 뭐하겠노. 돌아오는 건 이런 뭐 같은 기분뿐인데."
"나는 이참에 전향할라고. 문재인의 국민으로 살고 싶었는데, 그냥 박근혜의 신민으로 살란다. 그기 속 편타."
"김문수나 이재오가 전향한 심정이 이해가 되네. 그 양반들도 다 쏟아 봤는데 지니깐, 다시 절망하기 싫어가 전향했지 싶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술이나 묵자."

그렇게 저와 친구들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안 좋은 기분과 가질 수 있는 걱정만 가득 안은 채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 현관을 들어서니 아내가 풀이 다 죽어서 제게 한 마디 합니다.

"오빠야, 나는 이제 삐뚤어질 거다."
"그기 무슨 말이고?"
"내 버스나 지하철 타면 노인들한테 자리 양보도 잘했는데, 인자 안 그랄라고."
"하하하. 맞나? 그라면 속이 좀 풀리겠나?"

"에이, 몰라... 너무 속상하고, 답답하게 환장할 거 같애."
"또 5년 잘 버텨봐야지."
"그나저나 오빠, 우리야 그렇다 치지만 나꼼수하고 MBC 파업한 사람들, 또 표창원 교수는 인자 우짜노?"
"우리가 지켜내야지!"

여기서 잠시 '이명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봅니다. 어쩌면 그들도 노무현이 당선됐을 때 지금 우리가 가졌던 절망을 그대로 느꼈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10년을 버틴 것입니다. 그냥 버틴 것이 아니라 더 똑똑해졌고, 더 치밀해졌고, 더 조직화 돼 결국 절망을 극복하고 승리를 이뤄낸 것입니다.

잊으시면 안 되요, 지켜야 할 게 많아졌습니다

저의 아내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 돼 자발적 구독료를 납부하기로 했습니다. 또, 부모님댁에는 <시사IN>을 구독해 드렸습니다. <뉴스타파> 후원도 잊지 않았습니다.
 저의 아내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 돼 자발적 구독료를 납부하기로 했습니다. 또, 부모님댁에는 <시사IN>을 구독해 드렸습니다. <뉴스타파> 후원도 잊지 않았습니다.
ⓒ 문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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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면 배신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좌절은 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배신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믿는 지도자를 지켜냈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다시 5년, 도합 10년을 버텨내야 하는 셈입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 그들보다 더 마음을 다잡고 치열하게 5년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절망하지 않기 위해 정치에 무관심과 냉소로 일관한다거나 이길 확률이 높은 쪽으로 마음을 돌리려는 것은 '좌절'로 인해 지금의 자신을 '배신'하는 것입니다. 이는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앞으로 지켜내야 할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먼저 흔들릴 수 있는 우리 '자신'을 지켜야 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오마이뉴스> <한겨레> <나는 꼼수다> <시사IN> <뉴스타파> < GO발뉴스 >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대신해 나서줬고, 뜨겁게 뛰었던 문재인·안철수·심상정 그리고 수많은 정치인들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해 봅니다. 일단 저는 아내에게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에 가입해 자발적 구독료를 납부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이 돌려 볼 수 있도록 직장에 <한겨레21> 구독 신청을 했습니다. 또한 부모님이 읽을 수 있도록 <시사IN>을 부모님댁으로 구독 신청했습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우리 이명박 '가카'처럼 '절대 그러실 분은 아니지만' 혹시나 해직 언론인이 점점 더 많아져 <뉴스타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뉴스타파>에도 매달 1만 원씩 후원 신청을 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건 '1400만' 최후의 보루

이렇게 해서 저희 가정은 한 달에 소고기 한 번 사 먹을 수 있는 돈 4만 원을 더 지출하게 됐습니다(한 달에 한 번 소고기 사 먹으면 뭐 하겠습니까? 살만 찌지). 한 사람의 이런 '보탬'이 5년 후에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지금 '우리'를 지키려는 노력을 해보려 합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1400만 명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있습니다.

앞으로 5년입니다.

'민주주의'와 '진보'가 더 진보하길 바라는 우리 모두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이 어깨 걸고 내딛는 한 걸음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잘 버텨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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