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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 버스
 파리 시내 버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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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의 이용부족으로 도시의 시내버스가 적자에 허덕인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시내버스 가격 인상일 것이다. 그래야 적자의 폭을 줄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해답을 정반대에 찾은 경우가 있다. 가격 인상 대신 무료 운행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면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농담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다음 사례를 이야기 하게 된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26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샤토루(Chateauroux)라는 도시가 있다. 7만4천명의 인구를 가진 이 중소도시는 10여 년 전만 해도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 적어 버스회사가 적자에 시달렸다. 당시 이 도시민 한명당 1년에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횟수는 21회였다. 이는 10만 명 이내의 중소도시의 버스 평균 이용 횟수인 38회에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샤토루는 오래 전부터 사회당이 장악하고 있던 도시였지만 12년 전인 2001년에 우파 UMP(대중운동연합)소속 장-프랑소와 마이예 (Jean-Francois Mayet)가 시장후보로 나섰다. 그는 당시 시민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는 시내버스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고, 그 방법으로 시내버스 무료운행을 약속했다. 시내버스 무료운행 정책 덕분인지 그는 시장으로 당선됐고, 즉시 시내버스 무료운행을 시작했다.

1년 후에 샤토루 버스는 81%의 운행 상승율을 보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고, 샤토루 무료버스 운행은 현재 11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간 시민당 이용 횟수가 61회로 무료 이전에 비해 이용 횟수가 3배나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무료버스 흑자의 비결

그러나 여기까지 얘기를 들어도 갸우뚱해진 고개가 끄떡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무료 승차가 흑자로 전환됐는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무료버스 운행으로 적자를 면할 수 있게 된 진짜 이유는 프랑스의 독특한 행정 방식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샤토루의 시내버스 운영 자금 중에서 시민들이 구매하는 버스표로 충당하는 비중은 연간 14%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비용은 시와 지방자치 단체회가 부담하고 또 9인 이상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회사에 할당하는 일종의 교통세로 충당했다. 결국 무료 운행으로 줄어든 비용을 기업의 교통세 인상 (2002년에 0,5%에서 0.6%로 인상)으로 대체하면서 빈자리를 메꾼 셈이다.

샤토루의 시내버스 무료 운영방식이 성공하자 다른 도시에서도 이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3년 전부터 무료 시스템을 받아들인 마르세이유 근처의 오반뉴(Aubagne)는 지난 2009년 교통세를 0.6%에서 1.8%로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샤토루의 시내버스 활성화가 무료승차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샤토루시는 버스 운행 시간과 구간 연장을 아울러 병행했다. 샤토루 근교의 12개 마을까지 잇는 노선 구간 연장으로 노선이 42% 증가하였고 또 운행시간을 아침 7시에서 저녁 8시까지 연장했다. 좀 더 많은 시민들이 많은 시간 대에 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무료버스, 나쁜 점은 없을까

파리 시내 버스 내부의 모습.
 파리 시내 버스 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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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버스 무료화가 전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무료화가 실시되고부터 차량 훼손이 심해졌는데 예를 들어 초기 무료화 시기던 2002년에 118개의 시내버스 좌석이 파손되거나 낙서 흔적을 남기는 사례가 늘어났다. 버스가 유료이던 전년도에 수십개 정도의 파손이 일어났던 것에 비해 상당한 늘어난 수치였다.

그러나 무료 승차 보고서를 작성한 부뤼노 코르디에(Bruno Cordier)는 지난 10월 10일자 <르몽드>의 '샤토루 무료버스의 위험한 승부' 기사에서 " 버스 좌석의 파손이 반드시 무료승차 때문은 아니다"면서 "승객의 이용 횟수가 높을수록 좌석 파괴가 심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시내버스 무료승차의 또 하나의 단점은 승객들이 버스를 마치 전용 택시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르몽드>에 따르면 메디 (Mehdi, 가명)라는 이름의 운전수는 일부 승객들 중에는 자기 집 바로 앞에서 버스를 세워달라고 요청하는 자들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한 유료 버스 시기에는 승객들이 버스에 올라타면서 한결같이 "봉주르"하고 인사했는데 무료화가 되고부터는 아예 운전수에게 인사하는 습관도 사라졌다고 한탄한다.

그렇다면 시내 버스 무료 승차는 인구 10만 명 이하의 중소도시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

대도시의 경우 버스 티켓 수입 비용이 전체 차량 운행비용의 30-40%에 해당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지적들이 있다. 30-40% 차지하는 티켓 비용을 지방 자치단체나 기업의 교통세로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제2의 도시 리용 (Lyon)에서는 지난 9월 시내 버스를 무료화하자는 시위가 벌어졌다. 리용의 유로 티켓 수입은 전체 대중교통비의 23%로 다른 대도시에 비해 그 비율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 티켓 하나에 2유로라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집회참가자들은 "사회당이 지배하는 도시에서 어떻게 프랑스에서 가장 비싼 대중교통비를 책정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의 경우도 지하철이나 버스 티켓 한 장에 1.9유로라는 고액을 지불해야 한다.

운전수 옆 버스 내부. 티켓 한 장에 1.9유로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운전수 옆 버스 내부. 티켓 한 장에 1.9유로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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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에 따른 교통요금 차별화도 시행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일부 도시의 시내버스 무료화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2010년 현재 프랑스에서는 18개 도시에서 시내버스 무료화가 실시되고 있는데 경제적인 차원 이외의 효과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즉 차를 모는 대신 무료 대중교통을 이용해 친환경에 기여할 수 있게 하고, 또 돈이 없어서 도시 근교에 몰려 사는 저소득층에게는 손쉬운 기동성을 제공해 고용 창출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근교에 모여 사는 외국인들에게 혜택을 제공해 사회통합을 도와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무료승차보다 승객의 소득에 따라 대중교통 비용을 차별화하는 정책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북부 도시 덩케르크(Dunkerque)에서는 이미 16년 전에 이 정책을 실행함으로써 시범을 보였고 그르노블 (Grenoble)에서도 버스요금 차별화 정책을 벌이고 있다. 소득이 적은 자는 95%의 버스 요금 할인 혜택을 받는 대신에 소득이 높은 자들은 60% 할인율을 적용했다. 이런 차별화 정책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얻게 되고 이 비용으로 새로운 전차도 설치하는 등 대중 교통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그:#무료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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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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