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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선 투표율 80%를 넘기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약속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투표율이 75.8%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겠다며 시민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제18대 대선 투표율 80%를 넘기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약속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투표율이 75.8%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겠다며 시민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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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교수가 시민들을 꽉 껴안아 주고 있다.
 표창원 교수가 시민들을 꽉 껴안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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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전 교수와 프리허그를 하던 중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위로가 필요해...' 표창원 전 교수와 프리허그를 하던 중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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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2시께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2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밝게 웃으면서 두 팔을 크게 벌려 시민들 한 명, 한 명을 포옹했다.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표 교수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포옹을 마친 시민들은 표 교수와 함께 인증샷을 찍었다.

대선 다음날인 이날 표 교수가 '프리허그'에 나섰다. 대선 정국 한복판에 스스로를 "보수주의자이자 반공주의자"라고 밝히며 경찰대 교수직 사직서를 낸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논란 당시 경찰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표 교수의 사직서는 아직 수리되지는 않은 상태다.

그는 지난 18일 투표율이 77%를 넘으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최종 투표율은 그에 조금 못미치는 75.8%. 그는 19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75.8%(투표율)도 기적"이라면서 "결과에 상관없이 20일 14:00~16:00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 18:00-20:00 강남 교보 앞 프리허그 진행. 22일 투표율 1위 광주 갑니다. 민주화 성지 광주,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결과는 실망스러워도 과정은 최선을 다했다"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의 연령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교수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표 교수의 눈가에도 물기가 맺혔다. 표 교수는 "너무 실망하지 말자, 정의와 진리는 천천히 올 수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교수님, 그래도 희망은 있는 거겠죠?"라며 울먹이자, 그는 "그럼요, 희망이 없으면 제가 미국으로 도망갔겠죠"라고 웃어보였다.

"제 생각에는 결과는 실망스러워도 과정은 최선을 다했다. 젊은이들 정의와 진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지금 부족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갖기보다는 조금 더 좋은 민주주의를 갖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국정원 사건을 파헤쳐 달라"는 부탁에 표 교수는 "저는 수사권이 없어서 개인 자유인으로 지켜보면서 말씀드릴 일 있으면 하겠다"라고 답했다. "나꼼수도 지켜주세요", "진정한 보수의 역할 해주세요." 또 다른 시민들이 말했다.

표 교수는 새 대통령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화합과 통합, 100% 대통령이 되어달라"면서 "과거에 대한 진실되고 솔직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 과정에서 독재를 하고 지식인들과 학생들을 탄압한 것은 사실이다. 인혁당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런 분들을 박근혜 대통령이 큰마음으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화해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진심으로 나온다면 우리의 대통령으로 받아들이겠다. 그것이 100% 대통령이다."

표창원 교수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시민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다.
 표창원 교수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시민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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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전 교수와 프리허그를 하기 위해 수십명의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나왔다.
 표창원 전 교수와 프리허그를 하기 위해 수십명의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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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해 나온 시민들... 프리허그 하며 울먹

시민들은 표 교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임용고시생이라는 강애(29)씨는 가방에서 연습장을 꺼내 사인을 받았다. 강씨는 "선거 결과를 보고 위로가 필요해서 학원 끝나자마자 달려왔다"면서 "보수주의자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표 교수는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고 평가했다.

노란색 목도리를 두르고 나온 강명옥(53)씨는 연신 휴지로 눈물을 찍어냈다. 강씨는 "교수님의 용기에 감동했다"면서 "저런 분이 있어서 이런 암울한 상황에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오후 2시30분께, 어느새 시민들은 50여 명으로 늘어났다. 표 교수의 주위에는 시민들이 가져온 따뜻한 커피와 도너츠가 쌓였다. 프리허그 사진을 본 트위터 이용자들은 "마음이 아프실텐데 약속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mul****)", "고맙습니다. 눈물나는데 위로가 되네요(@oiu***)"라는 반응을 보였다.

표 교수는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나흘 동안 잠을 못 잤다"면서 "일단 겨울잠을 자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어떻게 먹고살지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태그:#표창원, #표창원 교수, #대통령 선거, #투표율,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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