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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관람한 '황금가면'. <장칭>은 한 여성의 일생을 그린 일대기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공산화 되는 과정에서 연극이 한 역할과 끼친 영향을 알게 될 것입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관람한 '황금가면'. <장칭>은 한 여성의 일생을 그린 일대기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공산화 되는 과정에서 연극이 한 역할과 끼친 영향을 알게 될 것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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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인류 역사에 공헌한 것은 겨우 한 방울의 정액뿐입니다." - 장칭

중국 공산주의 혁명가인 마오쩌둥(毛澤東)의 세 번째 부인인 장칭(江靑)이 한 말입니다. 장칭의 어렸을 때 이름은 수멍(淑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이를 먹으면서 윈허(雲鶴), 란핑(藍頻), 장칭(江靑)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살아갑니다. 결국 달라지는 이름만큼이나 장칭은 파란만장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갑니다.

로스 테일 지음, 양현수 옮김, 교양인 펴냄의 <장칭>은 중국 공산주의 혁명가인 마오쩌둥(毛澤東)의 세 번째 부인인 장칭(江靑)의 일대기를 그린 내용입니다. 저자는 에필로그의 글에서 <장칭>이 1984년에 처음으로 발행되었을 때 '여러 나라의 비평가들로부터 지나치게 성(性), 가족 간 다툼, 개인적인 욕망에 중점을 두었다는 비평을 받은 바 있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오쩌둥의 세 번째 부인 장칭은 '보헤미안'

중국 최고의 실력자인 마오쩌둥의 아내인 <장칭>은 과연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생을 산 사람일까? 장칭의 일생을 사자성어로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파란만장', '우여곡절', '권모술수', '권력무상'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장칭은 자신의 가능성을 크게 현실화했으며 그녀의 인생은 드라마로 가득하다. 산둥성 농촌 지역에서 목수의 딸로 태어난 작은 소녀는 시골에 그냥 남아 있지 않았다. 거기 남았더라면 닭과 돼지를 키우고 그 지역 남자와 결혼해서 1949년 해방 후 어쩌면 그 남편은 인민공사의 당서기 정도가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칭은 큰 꿈을 꾸었고 도전했으며 문을 힘차게 두드렸고 때로는 문을 꽈당 닫았다. 그래서 중국 정치의 최고 높은 곳에 이르렀던 것이다. - <장칭> 647쪽

<장칭> 표지
 <장칭> 표지
ⓒ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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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칭은 1914년 3월 태어납니다. 어머니는 나이 차이가 무려 30살이나 나는 나이 많은 아버지의 첩이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장칭은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어머니와 함께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내며 기구한 운명으로 일생을 시작합니다.

장칭의 나이 14살, 어머니마저 사라져 갈피를 잡지 못하던 장칭은 가출을 하게 되고, 보헤미안 기질이 농후한 장칭은 톈진에 있는 작은 극단에서 몇 달간 생활하게 되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산둥실험극원'이라고 하는 예술전문학교에 입학해 음악과 연기 등을 배우게 된 장칭은 중국의 현실, 전통의 굴레와 개혁의 열망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중국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됩니다.

장칭은 16살이라는 나이에 결혼을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이혼을 하고, 결혼과 이혼, 동거와 별거를 반복하게 됩니다. 동거까지를 포함해 5번째로 만나 결혼한 남자가 마오쩌둥입니다. 장칭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성(性)을 도구화 하는 것도 서슴지 않을 만큼 적극적인 여자였습니다. 

시골 출신의 연극배우에서 중국문화를 쥐락펴락하는 실력자로

정치인가 아니면 무대 공연인가? 장칭은 수십 년 동안 이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위험한 게임을 했다. 장칭이 일찍이 산둥성과 상하이에서 공산주의 조직에 들어간 것은 배우로서 경력을 쌓으려고 노력하던 때였다.

장칭은 여배우로서 매력과 능력을 활용하여 옌안 지도부의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장칭은 결국 권력을 손아귀에 쥐었고 권력을 활용하여 1960년대에 무대 공연 관계 인사들을 처벌했다. 잠시 동안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던 그녀에게 이제 현재의 권력자들이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장칭은 이제 마지막 공연을 맞이하여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증명하고자 했다. - <장칭> 601쪽

연극 <인형의 집>에서 주인공 '노라'의 역으로 스타가 된 란핑(장칭의 세 번째 이름)은 영화배우가 되고, 작가로 활동하며 활동영역을 넓혀나가다 마오쩌둥을 만나 1939년에 결혼하며 이름조차 '장칭'으로 개명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마오쩌둥의 비서가 된 장칭은 마오쩌둥이라는 권력을 등에 업고 상하이를 거점으로 삼아 중국의 문화혁명을 이끌게 됩니다. 장칭의 야심찬 활약은 이에 멈추지 않고 중국 여성 최초의 정치국 위원이 되고, 노리개 신분에서 출발하여 정치가로 변신한 측천무후와 같은 여제(女諸)가 되는 야망을 품게 됩니다.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이 사망하게 되고, 10월 9일 화궈평 총리의 지시로 문화혁명을 주도하였던 이른바 '사인방(장칭, 장춘차오, 야오원위안, 왕훙원)' 모두가 체포되어 친청감옥에 수감됩니다.     

중국 천안문 광장에 걸려있는 마오쩌둥, 중국 공산주의 혁명가인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 장칭은 마오쩌둥의 세 번째 부인입니다.
 중국 천안문 광장에 걸려있는 마오쩌둥, 중국 공산주의 혁명가인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 장칭은 마오쩌둥의 세 번째 부인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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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장칭은 재기의 야망을 품고 기죽지 않지만 사형선고를 받게 됩니다. 2년 후 종신형으로 감형되어 병원과 교도소를 오가기도 하고, 가택에 연금되는 상태에서 생활하기도 하다 1991년 5월 14일, 결국 장칭은 목을 매 자살하는 것으로 우여곡절 많고 파란만장한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장칭>, 중국 근현대사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는 '읽는 요지경(瑤池鏡)'

<장칭>은 한 여성의 일생을 그린 일대기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공산화 되는 과정에서 연극이 한 역할과 끼친 영향을 알게 될 것입니다. 문화와 언론이 갖는 역할이나 영향은 언제까지나 진행형이기에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출세와 권력유지를 위해 자행하고 있는 권모술수가 무엇인가도 보게 되고, 그렇게 잡은 권력 또한 무상하다는 것을 자명종처럼 경고하고 있음도 읽게 될 것입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초판을 냈을 때 '지나치게 성(性), 가족 간 다툼, 개인적인 욕망에 중점을 두었다는 비평을 받은 바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장칭>은 그만큼 중국이 공산화 되어가는 혁명기 시대에 바닥 인생에서부터 최고의 실력자로 산 한 여인의 속내까지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장칭>은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잠망경, 중국의 근현대사와 정치비화를 한꺼번에 에둘러볼 수 있는 '읽는 요지경(瑤池鏡)', 권모와 술수로 이룬 권력, 정치적 마녀가 될 수도 있는 여느 권력자들이 따르게 될 권력무상의 미래를 어림해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도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장칭>┃지은이 로스 테일┃옮긴이 양현수┃펴낸곳 교양인┃2012.12.5┃값 3만2000원



장칭 - 정치적 마녀의 초상

로스 테릴 지음, 양현수 옮김, 교양인(2012)


태그:#장칭, #양현수, #교양인, #모택동, #마오쩌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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