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천산천지, 물안개가 끼어 아쉽게도 보거다산의 자태를 볼 수 없었다.
 천산천지, 물안개가 끼어 아쉽게도 보거다산의 자태를 볼 수 없었다.
ⓒ 박찬운

관련사진보기


이제 드디어 여행의 종점 우루무치다. 일행은 7월 22일 투루판을 뒤로하고 180킬로미터를 달려 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성도 우루무치에 도착했다. 이곳은 실크로드의 본로는 아니었기에 그와 관련된 유적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다만 시내에 있는 신강박물관에서 신강성 전체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을 볼 수 있으며, 주변의 천산천지에서는 전설 속의 여인 서왕모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신강지역의 고대 역사를 잘 말해주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출토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반드시 보아야 할 곳은 2층의 미이라실. 이곳에는 고고학적으로 유명한 누란의 미녀가 잠들어 있다. 1980년 누란고성에서 발견된 이 미라는 자연미라로 3800년의 세월을 지하에서 잠들다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 미녀의 인종적 뿌리는 동양인이 아닌 백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에는 신강 지역에 초원지대에서 흘러 온 일단의 백인종 사람들이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왜 갑자기 그들은 이 지역에서 사라졌는가. 역사의 수수께끼다.

천산천지는 우루무치 시내에 약 100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해발 5445미터의 보거다산의 중턱 1980미터에 자리 잡은 산정호수다. 이곳은 중국 전설의 신화 이야기에서 나오는 서왕모의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다.

서왕모가 주나라 천자와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천자가 정무에 바빠 이곳에 오지 못해 그 슬픔에 흘린 눈물로 만들어진 호수라나? 여하튼 이곳은 중국인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전설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중국 무협영화를 자주 촬영한다고 한다. 유람선을 타고 천지 한 바퀴를 돌았지만 아쉽게도 마침 내리는 비와 안개 때문에 천지 전체와 그 뒤 배경인 보거다산의 위용은 볼 수 없었다.

[여행을 마치면서] 실크로드에서 조상을 기억하라

 실크로드에서 만난 멋진 순간들. 이제 나는 또 다른 실크로드 여행에 대한 꿈을 꾼다.
 실크로드에서 만난 멋진 순간들. 이제 나는 또 다른 실크로드 여행에 대한 꿈을 꾼다.
ⓒ 박찬운

관련사진보기


9박 10일의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조금은 무리하고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속성으로 중국 고대사를 훑은 느낌이다. 주마간산의 여행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이런 여행기를 쓴다는 것이 주제넘은 일이다.

다만, 짧은 여행이라도 이렇게 정리해 놓지 않으면 시간이 가면 아스라하게 사라지는 내 기억의 한계 때문에 그 추억을 조금이라도 붙잡기 위해 글을 써보았다. 이제 글을 마치면서 생각나는 단상을 덧붙이고자 한다.

우리 고대사는 중국과 실크로드를 빼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우리 문화의 한 중심이기도 한 불교문화 또한 마찬가지다. 실크로드는 중국 서안을 종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신라 경주에서 멎는다. 그리고 그것은 배를 타고 일본 교토로 이어진다. 이것은 우리와 일본 고대사에서 나타나는 각종 유물과 유적이 증명한다.

경주에서 출토된 로만 글라스는 저 로마문명의 유리그릇이 실크로드를 타고 경주에 건너와 어느 왕족과 귀족들이 사용한 기물이며 (최근 나는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덴마크 코펜하겐의 국립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이들 박물관에서 다량의 로만 글라스를 보았는데, 설명에 의하면 서기 2세기 전후로 로만 글라스는 로마제국 내에서 하나의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아래 사진들을 보라, 로만 글라스가 저 유럽과 중동 그리고 페르시아를 거쳐 경주에까지 왔음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석굴암은 실크로드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는 석굴문화의 연장선이다.

 영국 대영박물관 로마제국관의 로만글라스.
 영국 대영박물관 로마제국관의 로만글라스.
ⓒ 박찬운

관련사진보기


 코펜하겐 국립박물관의 로만글라스, 서기 1~2세기 북유럽 출토품.
 코펜하겐 국립박물관의 로만글라스, 서기 1~2세기 북유럽 출토품.
ⓒ 박찬운

관련사진보기


 이란 테헤란의 유리박물관의 로만글라스.
 이란 테헤란의 유리박물관의 로만글라스.
ⓒ 박찬운

관련사진보기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로만글라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로만글라스.
ⓒ 박찬운

관련사진보기


앞에서 본대로 고구려의 벽화에서 볼 수 있는 수렵도, 사신도 등은 중국의 석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벽화이다. 그 외에도 삼국시대 불교 미술 전체가 실크로드 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비록 우리의 독창성이 가미되었지만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 온 중국 불교와 인도 불교를 경험하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는 그런 것들임이 틀림없다.

그러니 실크로드는 우리 고대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세인들이 실크로드를 여행한다는 것은 2천 년 전, 천 년 전의 우리 선인들이 밟은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조상이 없다면 우리가 없을진대, 후대가 조상의 거룩한 얼을 기리는 한 방법이 바로 실크로드에서 조상을 기억하는 것이리라.

나는 또 다른 실크로드 여행에 대한 꿈을 꾼다

 사막에 와보지 않고서 사막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다. 쿠무타크 사막에서 절대미를 보았다.
 사막에 와보지 않고서 사막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다. 쿠무타크 사막에서 절대미를 보았다.
ⓒ 박찬운

관련사진보기


이제 나는 또 다른 꿈을 꾼다. 또 다른 실크로드 여행에 대한 꿈이다. 이번에 내가 밟은 것은 고대 실크로드의 북로 일부이었다. 이 길을 연장하면 구자(쿠차)와 소륵(카슈가르)을 지나 중앙아시아로 넘어간다. 그리고 중동을 거쳐 소아시아를 가로질러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마침내 로마까지 이어진다. 나는 어느새 끝없이 펼쳐지는 실크로드에 몸을 싣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실크로드에 대한 꿈을 꾸어 그 일부를 이루었으니 이제 또다시 10년, 이런 꿈을 꾼다면 나이 환갑을 맞이하기 전에 분명 꿈은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환갑이 넘어 1만2천 킬로미터 대장정을 완수하지 않았는가, 그것도 걸어서 말이다. 그에 비하면 나의 꿈은 꿈도 아니다. 지금 당장 실행에 옮겨도 무리하지 않은 계획일 뿐이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지난 20년 이상 변호사 생활을 해왔으며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제가 그동안 공부해 온 것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