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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9월 초부터 교도소 수감자들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나는 지난 9월 초부터 교도소 수감자들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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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9월 초부터 구속노동자후원회(아래 구노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활동을 하다 보니 억울하게 구속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자 및 일반 재소자의 편지도 받게 된다. 편지 중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있지만 아파서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다는 사연이 제일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프다.

11월 중순께. OO교도소에 있는 최OO씨라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치과 치료 과정 중에 생긴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구치소에서부터 치아가 안 좋았는데 교도소에 가서 치료 받으라고 해 기다리다가 치료가 늦어졌다는 것. 결국 외부진료에서 생니를 뽑아야 했으며 임플란트를 해야 할 상황이 됐단다. 당장 하지 않으면 윗니가 내려앉을 판이란다.

그 과정에서 무조건 기다리라는 교도소 측의 반응은 외부 진료 시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케 하거나 출소 후에 치료 받으라고 했다는 것. 그 와중에 담당 의사가 재소자와의 마찰로 진료를 그만둬 치료가 중단됐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피해는 최씨가 껴안게 됐다. 최씨는 소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민사 소송을 하려고 한다. 그는 혹시 비슷한 사례가 있으면 알려 주거나 소송을 진행 할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물어왔다.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나는 혼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집행위원장은 면회를 한 번 다녀오라고 했다. 며칠 뒤 자원활동가와 함께 OO교도소로 면회를 갔다. 하얀 목장갑을 낀 최씨는 의외로 밝은 표정이었다. 우리는 "구노회가 보내준 덧버선과 모직 장갑은 아직 못 받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오긴 온 것 같은데 반입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면회 다녀온 다음 날... 마음은 급해지고

또 한 번 화가 치민다. 덧버선과 장갑이 문제될 게 뭐가 있다고 시간을 끄는 것인지. 최씨는 치과 진료 과정에서 벌어진 과정을 한 번 더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임플란트를 할 수밖에 없고, 이게 늦어지면 다른 치아도 손상을 입는다고. 억울하게 생니를 뽑은 것도 모자라 제대로 치료 한 번 못 받고 돈만 들이게 생겼다고.

돈을 들여서라도 치료를 하면 다행이지만 본인 부담으로 진료를 한다는 데도 교도소 측은 출소 후에 하라며 외부 진료를 막고 있단다. 최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소송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고 소송할 때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변호사를 소개해 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면회를 마치고 온 다음 날,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집행위원장과 상의했다. 우선 급한 것은 치료인데 계속 치료를 미루고 있으니 소측에 질의서라도 보내 강력하게 항의 하자고 했다. 또한 천주교 인권위 감옥 인권 담당에게 문제를 알려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나는 급한 마음에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변호사는 교도소에서 혼자 모든 과정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으니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탁하라는 것과 법무부나 인권위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진정서를 보내라는 것. 이것은 차후에 소송을 했을 때 증거 자료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비록 짧은 내용이지만 바로 최씨에게 인터넷 서신을 보냈다. 일단 내가 구한 자문 내용을 참고하고 천주교 인권위로부터 답이 오는 대로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다. 교도소 측에 질의서도 보냈다.

억울하게 구속된 노동자들에게 오는 편지에도 일일이 답장해주지 못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 재소자들의 편지까지 오니 일일이 답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만 커진다. 거기다 최근에는 △△교도소에 계신 일반 재소자 한 분이 깨진 의치와 어금니 충치의 치료를 원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아 단식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가 왔다. △△교도소는 이 재소자에게 교화지원금을 미끼로 각서까지 쓰게 하고 치료는 출소후에 받으라고 했단다. 서로 합의하고 각서까지 썼는데 나중에는 지원금도 주지 않고 치료도 받지 못하게 되자 단식을 이어 갔더니 강제로 급식을 시켰다고 한다.

일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는데...

며칠 전에는 □□교도소에 계신 일반재소자 분에게서 다음과 같은 편지가 왔다.

"2011년 9월 경 ××교도소 수용 당시 14일간 조사 수용 당한 사실이 있습니다. 조사기간 동안 실외 운동을 제한 받았습니다. 과도한 처우 제한이란 생각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여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시정권고 결정을 2012. 4. 12일 했습니다. 2011년 7월 □□교도소 교도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검찰에 위 직원을 고소하자 저를 CCTV가 있는 독거실에 수용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습니다. 영상계로 지정 수용자가 아닌데도 CCTV가 설치된 독거실에 수용하여 수개월간 하루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습니다. 그로 인한 수치심과 모멸감은 치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교도소 측에선 감시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조사를 요구했는데 기각 결정 통지를 받았습니다."

두 번째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2003년 인권위에서는 시정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법이 바뀐 것도 아니고 왜 기각을 했는지 의문이다.

이처럼 비일비재한 인권 침해 사례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 감옥이다. 어디에도 호소할 길이 없어 구노회에 편지를 보내온다. 편지를 읽는 족족 답답함이 밀려오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확실한 답이 없을 때가 많다.

왜냐하면 소송에 관해서는 절차가 까다롭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감옥에 있는 분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각종 인지대 비용을 마련하겠는가. 구속노동자들을 후원하고 감옥에서나마 용기를 잃지 말고 꿋꿋이 신념을 지키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관련법을 알려주는 게 다지만 법이 있어도 종이호랑이처럼 생각하고 있는 곳이 교정행정을 담당하는 곳이다.

운동하다가 다쳐서 기부스를 하고 있는데도 의무노동을 앞세워 강제로 일을 하라고 하고 있다. 거기다 턱없이 낮은 일당은 '작업 장려금'이라는 명목으로 수형자의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건전한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된다고 한다. 점입가경이라고 해야 하나, 감옥 밖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3개월이 되었을 뿐인데 시작부터 몸에 힘이 빠지는 듯하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도와야 하는 걸까.


태그:#감옥, #인권, #소송, #재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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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 인터뷰집,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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