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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맞아 <오마이뉴스>와 녹색당은 원자력 발전 등 국가 에너지 정책 전환을 화두로 던집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국에서도 고리와 월성 원전에서 고장사고가 자주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획 '원전을 버리자'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원전 문제는 우리 일상, 그리고 미래와 관련이 깊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안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16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원자력 문제가 다뤄졌다. 문재인 후보는 "원전 수명 연장 이후 얼마나 많은 사고가 있었나?"고 물었고, 박근혜 후보는 "제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확실히 할 거다. 조금이라도 문제 있으면 정지하고 확실하게 다 조사가 끝나서 안심할 때까지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확고하게 할 거다"고 답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이미 발생됐는데요?"라고 말했다. 이 대목은 원전 문제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명박 원전 확대 정책 반대하지 않은 박근혜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고리1호기).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수명이 만료되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2008년 1월에 10년 재가동을 승인하면서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2년 2월부터 완전 정전사고와 비상발전기 가동 중단, 사고은폐, 불량부품 비리 등이 연달아 터지며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제1발전소.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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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생한 고리1호기의 잦은 고장과 사고은폐로 인해 부산시민들은 고리1호기 폐쇄를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확실한 조사도 하지 않았고, 주민들을 안심시키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동을 강행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이것을 제지하기 위한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이 원전을 확대하고, 해외로 수출할 때에도 박근혜 후보는 단 한 번도 반대의견을 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핵발전 확대냐 탈핵이냐, 비민주적 에너지정책을 유지할 것이냐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 31.4%인 전력 중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59%까지 높이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세웠다. 후쿠시마 이후에도 막무가내였다. 이런 정부를 향해 "제발 국민에게 물어보라고, 우리가 어떤 에너지를 얼마나 쓸지 물어보라"고 외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에너지 민주주의가 없다. 원전 세력과 소수의 지식경제부 관료들이 원전중심 에너지 계획을 수립해도 이를 제지하거나 바꿀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렇게 중앙정부가 묻지 않는 질문을 시민들에게 물어본 지자체가 있다. 바로 서울시이다. 서울시는 2월21일, 3월 14일 두 차례에 걸쳐 '원전하나줄이기'에 대한 시민대토론회를 열어, 에너지 정책을 수립했다. 서울시가 시민들과 합의한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원전은 '확대'할 것이 아니라 '줄여야'한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2014년까지 에너지 '절약'과 '생산'을 통해 원전 1기만큼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2.28%에 불과한 서울의 전력 자급률을 2014년까지 8%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시는 '녹색에너지과'를 신설하고, 건물에너지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확대, 녹색일자리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아파트 주차장과 건물에 LED를 보급하기 시작했고, 건물 단열개선 사업과 태양광 발전기 보급을 위해 노력했다. 동작구 성대골, 강동구 십자성마을, 성북구 돋을볕 마을 등에서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올 여름(6월~9월) 서울은 전년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1.4% 줄였다(같은 기간 전국 평균 3.4% 증가).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소비량이 줄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시와 노원구의 실험

 서울시가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가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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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보다 더 강력한 목표를 내건 지자체가 있다. 올해 2월, 노원구는 전국 기초지자체 45곳이 참여하는 '탈핵·에너지전환 도시선언'을 주도했다. 김성환 구청장은 지난해 월계동 방사능 아스팔트 사건을 처리하면서, 처치 불가능한 방사능 폐기물을 양산하는 원전은 그만둬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노원구는 지난 8월 '탈핵에너지 전환 종합대책'을 세우고, 노원에코센터를 통한 주민교육, 펠렛보일러를 이용한 난방, 노원햇빛발전소 등을 열심히 하고 있다. 탈핵에너지전환도시는 지난해 45개였던 것이 11월 순천시가 동참하면서 46개로 늘어났다.

서울시가 수도권의 전력소비 증가로 인해 고통 받는 지역에 대한 책임의식에서 '원전하나줄이기'를, 노원구가 방사능 폐기물을 미래세대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의식에서 '탈핵도시'를 선언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우리사회가 '탈핵'을 목표로, 그동안 흥청망청 써온 원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원전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더불어 각종 고장과 납품비리, 부품증명서 위조, 약물 복용에 이르기까지 신뢰를 잃어버린 한수원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다음 5년은 원전 세력과 소수의 지식경제부 관료들이 독점하고 있는 에너지 주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시간이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권한을 이전함으로써 에너지 분권을 통한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대형 원자력과 화력발전소를 위주로 한 중앙집중식이 아니라 분산형 지역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 소비의 절반은 산업에서 나머지 절반은 가정, 상업, 공공부문에서 소비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계에 대한 정책은 중앙정부가 요금과 세제를 통해서, 나머지 가정, 상업, 공공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지자체에 에너지 자립도 개념을 도입, 모든 지역이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대한 책임을 골고루 져야 한다.

우리사회에서는 핵발전소를 계속 지어 전기를 생산해야 돈을 버는 '이해당사자'들이 많다. 이들 '원전마피아'들은 에너지를 많이 생산하고 많이 쓰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제는 에너지를 적게 쓰고, 효율을 높일수록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탈핵을 위한 이해당사자'들을 모으고 확산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와 지역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서울시와 46개 탈핵·에너지전환 도시의 실험이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자체의 실험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중앙정부 정책이다.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정부의 의무할당제(RPS) 정책과 규제 장벽 때문에 한발도 못나가고 있다. 노원구는 지자체에서 에너지 정책을 집행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지자체장의 권한이 너무 미미하다고 한다.

에너지 정책은 이번 대선을 통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탈핵을 비전으로 내세운 중앙정부, 지역에너지 정책을 펼치는 지자체,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책임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삼위일체'가 된다면 '핵 없는 대한민국'은 현실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에너지 민주화'를 위한 선거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탈핵'에 투표하자.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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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과 지역에너지에 대한 대해 연구도 하고 활동도 한다. 지은책으로 <전환도시>,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가 있다. 녹색당 당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