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대풍수>에서 신돈 역을 맡았던 배우 유하준(34). 내년에 배우 10년차를 맞는 그는 영화 <써클>로 데뷔해 <중천> <여기보다 어딘가에> <의뢰인>, 드라마 <어느 멋진 날> <그저 바라보다가> <공주의 남자> 등에 출연했다.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에서 신돈 역을 맡았던 배우 유하준(34). 내년에 배우 10년차를 맞는 그는 영화 <써클>로 데뷔해 <중천> <여기보다 어딘가에> <의뢰인>, 드라마 <어느 멋진 날> <그저 바라보다가> <공주의 남자> 등에 출연했다. ⓒ SBS


신돈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이미 <신돈>(2005)이라는 드라마에서 고려 후기의 승려인 그의 일생을 오롯이 담은 후다. 손창민의 신돈은 '하하하'라는 웃음소리로 도배된 이미지 한 장이 누리꾼들의 '짤방용'(짤림방지용)으로 사랑 받은 덕분에 꽤 오랫동안 각인이 됐다. 새로운 신돈이 필요했다.

<대풍수>에서 신돈 역을 맡았던 유하준(34)은 '젊고 멀끔한 신돈'을 그려보고 싶었던 이용석 감독에 의해 섭외됐다. 산발이 아닌 삭발로 명민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유하준의 눈빛을 돋보이도록 했다. 권력과 색을 탐한 요승과 개혁정치를 펼쳤던 혁명가라는 상반된 역사적 평가 사이에서는 후자를 택했다. 유하준은 "최대한 신돈의 신념만 가지고 가려 했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게 문제였어요. 무학대사(안길강 분)와 친구처럼 나오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힘을 주고 감정을 고양시키면서 연기를 했죠. 그래야 겨우 길강이 형 같은 고수를 따라갈 수 있었으니까요. 괴짜처럼 보이기보다, 마치 도인들이 사람의 뒤통수를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을 유지했어요." 

 "반야(이윤지 분)를 발견하고 공민왕에게 가기까지의 이야기는 차분하게 그려진 것 같은데, 공민왕에게 신임을 얻어서 정치를 하는 부분은 너무 함축적으로 그려져서 아쉬운 부분이 있죠."

"반야(이윤지 분)를 발견하고 공민왕에게 가기까지의 이야기는 차분하게 그려진 것 같은데, 공민왕에게 신임을 얻어서 정치를 하는 부분은 너무 함축적으로 그려져서 아쉬운 부분이 있죠." ⓒ SBS


신돈의 죽음으로 하차 "빨리 죽게 돼 미안하다"

사실 유하준은 신돈이 등장하기 전부터 인상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추석 때 방송된 <대풍수> 메이킹 필름에서 이용석 감독으로부터 연습이 부족하다며 된통 혼이 나는 장면 때문이다.

유하준은 "당시 카메라가 찍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아무래도 방송에 나갈 부분이다 보니 극적인 요소가 필요했던 것 같다"며 "내가 겪어본 모든 촬영장 중 <대풍수>가 가장 좋았을 정도로, 실제 감독님은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화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떠올렸다.

"첫 촬영이었는데, 무술의 합이 바뀌어서 익히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걸 몰랐던 감독님은 제가 연습을 안 했다고 오해한 거죠. 제가 또 변명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감독님이 이제는 드라마 촬영용 말고 다른 카메라가 다가오면 긴장해요. '아, 그때 하준이 때문에 혼났지!'하고.(웃음)"

<대풍수>가 이성계를 왕으로 만드는 이야기인 이상, 신돈은 빠르게 뒤안길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일 방송된 18회에서 신돈이 죽음을 맞으며 하차하게 된 유하준에게 이용석 감독은 "빨리 죽게 돼 미안하다"며 "이 역을 통해 얻어가는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XTM 리얼 캠핑 버라이어티 <아드레날린>에서 유하준은 최원영·이천희·정겨운과 함께 국내외에서 캠핑을 하며 노하우를 전수했다.

XTM 리얼 캠핑 버라이어티 <아드레날린>에서 유하준은 최원영·이천희·정겨운과 함께 국내외에서 캠핑을 하며 노하우를 전수했다. ⓒ ARENA


"늘 배우로서 기회 얻었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어"

길지 않은 출연에도 존재감을 증명했으니 얻어가는 건 분명히 있는 셈이다. <대풍수>에 신돈이 등장한 다음날 유하준은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며 관심을 받았다. <어느 멋진 날>(2006)의 '변태 오빠'와 <공주의 남자>(2011)의 임운 때도 그랬다. 임팩트 강한 캐릭터는 늘 그에게 기회가 됐다.

매번 '새로운 발견'으로 여겨져 온 배우지만, 유하준은 내년이면 연기 10년차를 맞는다. 그 경력치고 필모그래피는 의외로 듬성듬성한 편. 그는 작품으로 채우지 않은 빈 시간들에 대해서 과감하게도 "개인의 행복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느 멋진 날> 끝나고 배우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었어요. 여기저기서 불러줬지만, 오히려 튕겨나간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절실함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르게 표출됐다고 생각해요. 연기보다는 한 남자로서의 인생을 살고 싶어서 여러 가지를 보고 들으며 돌고 돌아 왔죠. 혹자들은 제게 절박함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저는 제 개인의 행복도 중요해요."

 <아드레날린>을 통해 캠핑 갔던 곳 중 유하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캐나다다. 의외로 "여행을 좋아하지만, 장거리 여행을 다니지는 않았다"는 그는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본 적이 없었단다. 이번 기회로 캠핑에 매력을 느낀 유하준은 "외국 사람들은 가족들끼리 캠핑을 잘 다니더라"며 "앞으로 가족을 꾸리면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아드레날린>을 통해 캠핑 갔던 곳 중 유하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캐나다다. 의외로 "여행을 좋아하지만, 장거리 여행을 다니지는 않았다"는 그는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본 적이 없었단다. 이번 기회로 캠핑에 매력을 느낀 유하준은 "외국 사람들은 가족들끼리 캠핑을 잘 다니더라"며 "앞으로 가족을 꾸리면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 CJ E&M


유하준은 '잡는다고 잡히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지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흘러' 왔다. 용인대학교 연극과 시절, 숫기 없는 성격 때문에 '저 놈은 100% 배우 안 할 것'이라던 선배들의 예언은 결국 적중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어쩌다가' 배우를 업으로 삼은 건 아니다. 분명히 그에게는 처음 접한 연극에서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던 고등학생 때의 기억이 있었고, 그 마음가짐을 물 흐르듯이 따라왔더니 길이 나왔다.

그런 유하준에게 올해 리얼 버라이어티 <아드레날린>을 통해 만난 '캠핑'은 잘 들어맞는 취미생활이 됐다. 꼭 멀리가지 않더라도, 혼자 자전거 타고 한강을 달리다가 돗자리 펴고 눈을 붙이고 다시 달리는 것 역시 그에게는 캠핑이다.

<대풍수>가 끝나고 한가해진 연말에도 유하준은 친구들과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 여행이 고팠던 마음에 급하게 홍콩 티켓을 예매했지만, 대선이 생각나서 투표를 위해 바로 취소했다고. 그에게는 정말 중요한 가치의 기준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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