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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새누리당 미등록 선거사무소 의혹을 받아 선관위가 조사에 나선 서울 여의도 한 빌딩의 사무실.
 15일 오후 새누리당 미등록 선거사무소 의혹을 받아 선관위가 조사에 나선 서울 여의도 한 빌딩의 사무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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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기자님, 하나만 부탁하십시다. 저희가 <오마이뉴스>에 용건이 있을 때 대뜸 사장님께 먼저 연락드리지 않잖아요? 에티켓 좀 지켜주세요. 공보관이면 저희 조직에서 나름 높으신 분입니다. 그런 분한테 그만한 일로 직접 전화를 드리면 저희들이 일할 때 상당히 곤란을 겪습니다. 다음번엔 그냥 사무실로 전화해주세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팀장의 말입니다. 공보팀장은 제게 신신당부했습니다. 왜 그만한 일로 공보관에게 직접 전화를 했느냐는 약간 항의성 통화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공보팀장은 왜 제게 이런 말을 했을까요?

지금부터 그 내용을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G빌딩에 수상한 사무실이... <오마이뉴스>에 날아온 제보

지난 14일 오후 <오마이뉴스>로 한 건의 제보내용이 접수됐습니다. 내용인 즉,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G빌딩에 새누리당이 설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사 선거사무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보자는 제게 정황은 있으나 확증이 없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일일 수 있으니 몇 가지 사실을 정확히 확인한 뒤에 선관위 관계자들과 함께 확인 작업에 나서는 게 좋겠다는 조언까지 해주었습니다.

달랑 '의심'이라는 단서 하나만 갖고 <오마이뉴스>는 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저와 <오마이뉴스> 현장팀 기자들은 제보를 받자마자 우중을 뚫고 서울 여의도 현장에 급파됐습니다. 그리고 15일 오전부터 현장을 둘러보면서 밤늦도록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공들인 시간을 따지면 최소 1박2일은 됩니다.

<오마이뉴스>에 제보한 제보자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G빌딩의 502호에선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입고 다니는 야구점퍼를 입은 50대 남성이 통화하는 게 포착됐습니다.

502호 앞에는 '어울림포럼'이라는 단체명도 걸려 있었습니다. 또 오전 11시경엔 새누리당 빨간 목도리를 두른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각각 G빌딩 403호로 들어가면서 "새누리당 점퍼가 더 없느냐"며 "달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선관위에 알렸지만 답신은 없고... 결국 경찰에 연락

이 정도의 정황이면 함께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1390 선관위 콜센터로 전화했습니다. 시각은 15일 오전 11시 20분경이었습니다. ARS 주문에 따라 서울선관위를 눌렀는데 계속 전화연결이 안 됐습니다. 몇 차례 통화가 이어졌지만 끝내 연결이 안 됐습니다.

급한 마음에, 평소 전화로 취재해 오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공보관과 통화한 시각은 이날 오전 11시 45분경입니다. 그에게 관련 사실을 전달했더니, 어떤 내용인지 알겠다면서 담당 직원을 연결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상황은 다급한데 수분이 흘러도 공보관의 답신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차라리 112 경찰에 신고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는 10분 내로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법 선거운동 단속과 관련된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현장보존만 할 수 있었습니다.

 15일 오후 여의도 G빌딩 502호에서 나와 승강기를 타고 떠나려는 한 남성에서 경찰들이 신원확인을 요청하고 있다.
 15일 오후 여의도 G빌딩 502호에서 나와 승강기를 타고 떠나려는 한 남성에서 경찰들이 신원확인을 요청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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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장을 비롯한 지능범죄수사팀 형사들이 도착했지만 이들 역시 선관위 조사팀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선관위가 도착해야 사무실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또 중앙선관위 공보팀에 연락을 했습니다. 공보팀장은 서울선관위 연락처를 알려주었고, 서울선관위 지도과에 연락을 했습니다. 다음은 통화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 현재 여의도 G빌딩 앞인데요. 유사 선거사무소로 보이는 사무실이 발견됐습니다. 현재 112 경찰도 와 계신데 선관위가 도착을 하지 않아서 조사를 못하고 있습니다.
"KBS 보도 이후 그런 제보가 너무 많아요. 그런 걸 선관위가 다 다닐 수는 없잖아요? 정확한 증거를 말해보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움직이기 어려워요."

- 저희는 502호 사무실 앞에 있고요. 새누리당 점퍼를 입은 분이 통화를 했고...등등.
"그 정도로는 저희가 확실히 유사 사무소라고 판단하기 어려워서요. 왜냐하면 어제(14일)도 403호가 의심이 된다는 제보가 있어서 알아봤는데 정확하게 뭐가 나온 게 없어요. 그리고 지금 점심시간이라 저희가 2교대로 근무하는데 한 팀은 식사를 나가셨고 다른 팀도 나가셔야 해서 제가 보고를 어디로 해야 할지 지금 좀 난감해요."

- 아니 그럼 언제까지 이 복도에서 기다리라는 건가요?
"일단 영등포구 선관위에 제가 말씀드릴 거구요. 지도계장님이 연락하실 겁니다."

서울 영등포구 선거관리위원회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이날 오후 1시 10분입니다. 선관위 공보관과 통화하고 무려 80분 뒤에 현장에 나타난 것입니다. 현장에 도착한 선관위 조사팀은 관련내용을 들은 뒤 403호로 가자고 했습니다. 502호는 경찰이 현장보존을 했으니 우선 403호로 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선관위와 부산선관위, 선거운동 해석 정반대

G빌딩 403호엔 사무원으로 보이는 한 여성만 있었고 사무실에선 박근혜 후보 명의로 된 임명장 20장, 새누리당 로고와 당명이 인쇄된 대봉투 2박스, 임명장 케이스 7박스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영등포 선관위는 "이곳을 유사 선거 사무소라고 볼 수 없다"며 조사를 종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판단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 사무실에 단순히 선거관련 물건만 있었지 선거운동을 한 정황이 없었다는 것이었죠.

여직원의 컴퓨터를 열어봤지만 SNS를 했다는 흔적도 없었다는 게 영등포 선관위 조사팀의 입장이었습니다.

문용준 서울 영등포구 선관위 지도주무관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하다못해 박근혜 후보 사진이 나온다든지, D-4일 뭐 이런 선거관련 표식이 발견된다든지, '승리하자' 뭐 이런 구호가 써 붙여 있다든지 하는 등 선거운동을 했다고 여겨지는 단서가 전혀 없다"며 "단순히 선거관련 용품이 나왔다고 해서 이곳을 유사 선거사무소로 해석할 수 없다"고 단정을 지었습니다.

한데, 비슷한 시각 부산 선관위에 접수된 유사 선거사무소 제보내용에 대한 해석이 정반대였습니다. 이날 오후 부산 선관위에도 유사 선거사무소로 의심되는 장소가 발견돼 선관위와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이 조사에 나섰는데 결과는 이렇습니다.

"15일 오후 5시경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 새누리당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사 선거사무소가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선관위, 경찰, 민주당 관계자가 현장 단속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 부산선관위 지도과는 '혐의 없어 종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 부산시당 최재성 공보국장의 말입니다. 

"이곳은 박근혜 후보 지지포럼인 '하나로 포럼' 사무실이었다. 박근혜 후보의 임명장이나 데이터 등이 나오리라 예상했는데 없었다. 현장에선 플래카드, '필승' 문구, 박근혜 후보 사진 등을 찾아냈다. 그러나 선관위는 혐의 없음 종결 처리했다. 1시간 동안 선관위가 조사했는데 최소한 컴퓨터 압수라도 해서 조사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솔직히 선관위에 엄청난 부정선거 고발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제18대 대선 12월 12일 현재 선관위가 적발한 선거법 위반행위 조치건수는 고발 56건, 수사의뢰 35건, 경고 162건 등 총 253건입니다.

지난 제17대 대선의 같은 기간 조치건수(525건)에 비하여 51.8% 감소했지만, 비방·흑색선전 행위로 조치한 건수는 고발 8건, 수사의뢰 1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제17대 대선(고발 1건, 수사의뢰 6건)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입니다.

부정선거를 단속하고 적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충실히 조사해서 명명백백히 밝혀내는 게 옳지 않을까요?

제가 문제제기하려는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이날 오후 문 주무관은 G빌딩 403호 주인인 정아무개(71)씨와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주무관은 정씨의 발언을 토대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합니다.

첫째, 정씨는 전직 한나라당 당원이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현재 새누리당 당원은 아닙니다.

둘째, 정씨는 새누리당이 자리가 비좁아 자신의 사무실로 그 물건들을 스스로 가져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선거운동을 한 게 아니라 물건을 보관하고 있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곧 돌려줄 예정이라는 주장도 덧붙였지요. 누구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사무실로 옮겨 놓았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수차례 확인을 요구했지만 묵살했습니다.

셋째, 소유주가 정씨뿐인지 아니면 제2 혹은 제3의 소유주가 있는지, 또 이 사무실의 운영비용을 정씨가 낸 게 맞는지, 정씨가 냈다면 얼마를 냈는지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지시로 운영되고 있는 사무실인지 정확히 확인한 게 없습니다.

넷째, 영등포구 선관위는 "설령 새누리당 당원이 운영한 사무실이라 해도 사무용품만 있으면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 명의의 임명장, 새누리당 로고와 당명이 인쇄된 임명장 케이스(액자)와 대봉투 등은 선거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발견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다섯째, G빌딩 지하 주차장에선 70대 남성이 "심부름 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후보의 명의가 박힌 임명장들을 담은 007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경찰이 신원을 확보해놓긴 했지만 선관위가 별도로 확인한 내용은 없다고 했습니다.

"모든 물증이 나왔는데 왜 조사하지 않나"

 15일 오후 여의도 G빌딩 지하 2층 어두컴컴한 주차장에서 한 70대 남성이 자동차 트렁크위에서 20대 남성에게 새누리당 로고와 당명이 선명한 대봉투와 007가방을 펼쳐놓고 문서를 배분하다 황급히 가방과 서류를 챙겨들고 있다.
 15일 오후 여의도 G빌딩 지하 2층 어두컴컴한 주차장에서 한 70대 남성이 자동차 트렁크위에서 20대 남성에게 새누리당 로고와 당명이 선명한 대봉투와 007가방을 펼쳐놓고 문서를 배분하다 황급히 가방과 서류를 챙겨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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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모든 물증이 나온 상태에서 왜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조 교수는 "임명장을 새누리당의 누구에게서 받아온 것인지, 403호 임대 계약서가 누구 이름으로 되어있는 것인지, 임대료를 누가 냈는지, 이런 게 다 조사대상"이라며 "선관위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지요. 그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법학자라면 누구나 의아해할 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대로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을 맡고 있는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할 말이 없다"면서 "선관위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짧게 코멘트 했습니다.

새누리당 측은 "여의도 G빌딩은 개인 사무실일 뿐"이라며 "유치한 신고놀이를 그만두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울시 선관위는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고 "사무실에 임명장과 케이스를 보관한 것만으로는 불법 선거사무실로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공직선거법 89조는 등록된 선거사무소 이외의 다른 장소에 미등록 유사 선거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마이뉴스>는 G빌딩 403호와 502호에 대해 새누리당의 유사 선거사무소라고 단정 짓지 않았습니다.

관련내용을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서울시 선관위는 이것만으로 조사종결을 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끝으로, 기자에게 '지위 고하'는 없습니다. 기자들의 전화번호부에 국회의원, 장관, 청와대 핵심 관료들의 직통번호가 있는 이유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수시로 통화해야 하는 핫라인은 공보관입니다. 선관위 공보관이 그렇게 높은 자리인 줄 저는 난생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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