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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노동조합이 공개한 사측 이메일.
 이마트 노동조합이 공개한 사측 이메일.
ⓒ 이마트 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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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가 최근 설립된 노동조합(전수찬 위원장)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예상된다. '노조 설립'을 알리는 이마트노조의 1인 시위에 대비해 수도권 각 점포에 조직적인 '대응 지침'을 하달한 것이다. 이마트 사측은 1인 시위에 나서는 노조위원장 등에게 "자극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사용"하라며 "충돌 유발"과 촬영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이마트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측 인사담당부서 관리자는 '[긴급]점포 주변 OO대응 관련'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수도권의 이마트 점장 등에게 보냈다. 지난 11월 9일 발송된 해당 이메일에는 '121107 OO 대응'이라는 문서파일이 첨부돼 있다. 이 이메일은 여의도와 목동·신월·은평·구로·영등포 등 31개 지점 인사담당자들에게 전달됐다.

"너 쉴때 임신 5개월 여사원 혼자 고생하더라"

이마트 인사담당기업문화 부서 소속 관리자는 이 지침에서 "현재 전수찬이 외부세력과 함께 각 사업장을 돌면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말을 잘하고 성격이 대찬 사원(당연히 로열티가 높은 사원 중)을 선별해 첨부된 멘트를 교육하되, 관리자급은 대응하지 말 것"이라고 지시했다. 지난 10월 29일 설립된 노조는 11월부터 조합원 가입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각 매장 앞에서 캠패인성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해당 지침에는 "자극할 수 있는 모든 단어를 사용하되, 단 '죽인다' '밤길 조심해라' 같은 협박성 단어는 금지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면서 시위자를 자극할 문구까지 세세히 제시했다. "수찬아(노조위원장)! 너는 꼬봉 같은데, 너 말고 나 쟤랑 얘기할래! (옆 사람을 보며) 니가 꼬봉이니?" " 너 편히 쉴 때, 임신 5개월 여사원 혼자 생고생 하더라" "춥지? 니 온다니까 날도 춥네! 하늘이 벌주는 거야!"와 같은 모욕적인 문구를 예시로 들었다.

또 "충돌을 유발한 뒤 충돌 장면을 반드시 촬영하되, 그 주체는 보안팀이 아니라 우리 사원이어야 한다"며 "회사 관리자는 절대 현장에 나타나지 말고 준비된 사원급만이 응대할 것"이라고 주의시켰다. 특히 "대응할 시 핸드폰으로 녹취를 부탁드리며 점포 내 비치되어 있는 캠코더로 촬영을 부탁드린다(아마도 촬영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발할 수 있으나 무관하게 촬영을 하시기 바란다)"며 촬영 지침을 강조했다.

해당 문건을 폭로한 이마트노조는 "재벌 자본 삼성가에서 갈라져 나온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의 노무관리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노무 매뉴얼로 사측이 합법적 1인 시위와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했음이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실제 1인 시위 과정에 노동조합에서 촬영한 영상과 녹취내용 또한 이마트의 대응 매뉴얼 대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13일 1인 시위 현장... "문건 공개돼 오늘은 조용한 듯"

13일 전수찬 이마트 노동조합 위원장이 부천역점 앞에서 조합설립을 알리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13일 전수찬 이마트 노동조합 위원장이 부천역점 앞에서 조합설립을 알리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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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마이뉴스>가 이마트 부천역점에서 진행된 전수찬 위원장의 1인 시위를 동행한 결과 직원 8~9명이 나와 전 위원장을 지켜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신원을 밝히지 않은 직원이 전 위원장에게 "고생이 많다"며 잠시 말을 걸었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시위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지만 공개된 지침처럼 대응하지는 않았다. 전 위원장은 "대응 문건이 공개돼 오늘은 조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 11월 9일 테크노마트 건물에 임대로 들어가 있는 신도림점에서 1인 시위가 있었는데 매장운영에 부하가 걸려 경찰에서 와 시위 해산을 요구한 적이 있다"며 "당시 매장 담당자가 다른 매장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라 판단해 임의적으로 지침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식 지침이라면 해당 부서장의 날인이 있어야 하고 본사 차원에서 조치를 했다면 전 매장에 내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해당 직원이 과도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이마트, #E마트, #전수찬, #신세계, #테크노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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